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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삭제론 끝 없어…'100% 차단기술' 왜 외면?

단순 삭제론 끝 없어…'100% 차단기술' 왜 외면?
입력 2018-10-11 20:33 | 수정 2018-10-1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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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SNS와 함께 불법영상 유통의 또 다른 한 축은 영상파일을 공유하는 이른바 '웹하드'입니다.

    그런데 웹하드에 불법영상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이 이미 10년 전부터 개발돼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왜 사용하지 않은 건지, 정동훈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 리포트 ▶

    여성가족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

    10여 명의 여직원들이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음란물이 올라오는 국내외 사이트에 접속해 피해 여성들이 신고한 영상물을 일일이 검색하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센터 직원]
    "유포 범위가 큰 피해물 같은 경우는 2백 개 가까이 되고, SNS 같은 경우는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고…"

    영상을 찾으면, 곧바로 해당 사이트에 연락해 지우지만, 그때뿐입니다.

    며칠 지나면 같은 영상이 또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건 직원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김지혜/디지털성범죄 지원센터 본부장]
    "사실은 이런 방식으로는 이런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없는 거죠. 하나하나 구멍 막기식으로 해서는…"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처럼 저작권이 있는 영상은 얘기가 다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을 찾아가봤습니다.

    불법 영상을 검색하는 방법부터 다릅니다.

    사람 대신, 컴퓨터가 웹하드 수십 개에 동시에 접속해 불법 복제물을 자동으로 걸러냅니다.

    [이성환/한국저작권보호원 현장대응국장]
    "일일이 사람이나 권리자들이 다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런 것들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기술 개발이 좀 활발히 진행이 됐었죠."

    이렇게 찾아낸 영상이 삭제되면 해당 파일은 물론, 편집된 파일까지 거의 100% 걸러져 다시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웹하드 업체가 애초에 불법 음란물과 저작권물에 대해 전혀 다른 기술을 쓰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수출을 앞둔 영화 '해운대'의 동영상 파일이 웹하드에 유포되면서 영화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유명 배우들이 나서 정부에 불법 다운로드 근절 대책을 촉구했고 순식간에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안성기/굿 다운로더 캠페인 본부 공동위원장(2009년 9월 뉴스데스크)]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통해) 영화를 포함한 모든 창작물이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를…"

    그러자, 정부는 40억 원을 들여 편집이나 변형된 복제 영상까지 걸러내는 이른바 'DNA필터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법 조항까지 바꿔 웹하드 업체들에게 이 방식을 적용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불법 음란물은 예외였습니다.

    주인도 없는 영상인데 업체 스스로 돈을 들여 걸러내라고 강제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피해자가 '디지털성범죄 피해 영상이 돌아다니니 내가 돈을 줄게 (지워달라)' 이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수익 구조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거든요. 저작권 부분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방치된 사이, 웹하드 업체들은 20년 가까이 초보적인 수준의 이른바 '해시값 필터링'으로 여전히 형식적인 음란물 관리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영상 파일의 형식을 바꾸거나 조금만 편집하면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이성환/한국저작권보호원 현장대응국장]
    "조금만 변형이 돼도 전혀 탐지를 못하기 때문에 뭐 해시값으로만 막을 수 있다 라고 보기는 사실 어렵습니다."

    이 기술로 불법 음란물 차단이 어렵다는 건 지난 2015년 정부가 3천만 원이나 들여 만든 이 용역보고서에도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필터링 방식을 바꾸려는 실제 움직임은 올해 들어서야 시작됐습니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아무래도 예산이 드는 사업이잖습니까. 개발된 기술이라 하더라도, 탑재를 해서 운영을 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이라…"

    돈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부 서류를 입수해 보니, 불과 2억 원이었습니다.

    필터링 기술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웹하드 업체가 필터링 기능을 꺼버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웹하드 업계 관계자]
    "필터링이 강화가 되다 보면, 다운로드를 못 받으니까 수익이 저절로 감소될 수밖에 없어요. 켜고 싶을 때 켜고, 끄고 싶을 때 끄고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거죠."

    이 때문에 필터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까지 실시간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웹하드 업체 관계자]
    (필터링 관련해서 여쭤볼 게 있어서 왔다고 전해주세요.)
    "이메일 보내셨죠? 공문 보내주세요."

    업체들은 지나친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호범/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장]
    "과도한 규제일 뿐만 아니라, 영업 비밀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는 거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내년부터 불법 음란물에 대해서도 DNA필터링 방식을 구축하도록 웹하드 업체들과 합의했고, 의무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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