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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①] "형·아내·선배도 동원"…'엉터리' 보고서 수두룩

[연구비①] "형·아내·선배도 동원"…'엉터리' 보고서 수두룩
입력 2018-10-17 20:06 | 수정 2018-10-1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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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MBC 탐사기획팀은 오늘부터 탐사 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와 함께 현 20대 국회의원들의 예산 사용 실태를 연속보도합니다.

    첫 순서로 '입법 및 정책개발비', 즉 좋은 법안 만들고 좋은 정책 개발하라고 준 예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 해 86억 원 규모인데, 사용 내역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가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통해 현역 의원들이 이 돈을 어떻게 썼는지 그 상세 내역 4만여 장을 확보했고, 뉴스타파와 함께 샅샅이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입법, 정책 개발의 연구를 형, 아내, 아니면 동네 선배,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긴 경우가 수두룩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나온 보고서는 표절과 재탕으로 생산됐습니다.

    먼저 백승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자유한국당 강석진 의원실은 지난 2016년 보건의료 정책 연구를 발주합니다.

    원격의료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불법 사무장 병원까지, 보건의료 현안을 총망라한 연구.

    이 광범위한 주제의 보고서는 누가 썼을까.

    당시 의원실에 일하던 알바생 손에서 나왔습니다.

    [김 모 씨/당시 대학 3학년]
    "여름방학이었으니까 7월, 8월 그때예요. 인터넷에서 자료, 신문기사 이런 거 보면서…."

    의원실은 이 알바생의 전공까지 연구 주제에 맞춰 둔갑시켰습니다.

    [김 모 씨/당시 대학 3학년]
    "(전공이 도시계획부동산이잖아요?) 네. ('보건정책 전공'으로만 되어 있더라고요.) 네, 의원실에서 시키시는 업무를 했으니까."

    수상한 보고서는 또 있습니다.

    2016년 9월, 10월, 11월, 12월 달마다 2백만 원가량 연구비가 지급됐는데

    한 제약회사 입사 5년 차 주임이 2건, 해양분야 연구소 연구원이 2건을 연구한 걸로 나옵니다.

    제약회사 주임이 저출산 대책 보고서를 썼다는 말에 직장 동료들도 의아해합니다.

    [제약사 주임 직장 동료]
    "건강기능식품 관련된 사업을 하는 부서거든요. 비타민, 멀티비타민, 무기질 이런 것들…."

    누군지 알아보니 강석진 의원실 일을 돕던 전직 비서의 아내와 형으로 드러났습니다.

    [홍 모 씨/강석진 의원실 전직 비서]
    "제 와이프고. 솔직하게 다 말씀드려요. 형도 박사이긴 해도 벌이가 별로 좋지 않아요."

    국회 예산 850만 원이 의원실 측 가족 주머니로 들어간 겁니다.

    [강석진 의원/자유한국당]
    "잘못이 있었던 모양인데 앞으로는 철저히 감독을 잘 하겠습니다."

    8선의 무소속 서청원 의원은 직장인들에게 연구를 맡겼습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연구를 맡은 건 전력시공회사 과장이었고,

    [윤 모 씨/전력시공회사 과장]
    "상관없는데, (인사청문회랑 전력건설이랑 상관이?) 그렇죠. 그런데 그 정책에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고, 페이지 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북핵 위기와 대북정책 연구는 토목설계회사 상무가 맡았습니다.

    [장 모 씨/토목설계회사 상무]
    "핵 쪽에 관심이 많아가지고. (혼자, 독학으로 하셨단 말씀이신가요?) 네. 요새는 오래돼서 많이 까먹었습니다."

    누가 이들을 추천했을까?

    [서청원 의원/무소속]
    "보좌관들이 그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

    모두 의원실 보좌진의 선후뱁니다.

    [서청원 의원실 보좌관]
    "평소에 정치나 이런 문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한번 연구 용역을 해주실수 있겠느냐 제의를 드렸더니 기꺼이 응하셔가지고…."

    두 사람은 연구비로 국회예산을 5백만 원씩 받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특정인에게 국회예산을 몰아줬습니다.

    의원실 비서 출신 김 모 씨는 사드부터 장애인 문제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로 1천1백여만 원을 타냈고, 더불어민주당 청년위원회 분과위원장 출신인 이 모 씨는 공기업 민영화부터 노인체육, 남북의료, 저출산 문제까지 온갖 주제를 연구하며 2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연구 내용은 충실했을까.

    취재진이 입수한 이 공기업 민영화 연구 대부분은 6년 전 나온 다른 보고서를 요약한 뒤 결론은 대학생 리포트를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
    (표절도 있고, 보니까 특정인물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많이 맡겼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내가 잘 몰라요. 그러니까 나중에 파악해보고."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과 계약한 연구자는 아예 가짜였습니다.

    보고서를 쓴 적도, 본 적도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유 모 씨]
    "제가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고…."
    (읽어보지도 않으셨어요?) "네, 그렇죠."

    그럼 연구비는 어떻게 했을까.

    [유 모 씨]
    "다시 그 보좌관님께 드렸죠."
    (전액을 다 드렸어요?) "네."
    (그럼 이름만 빌려주신 거네요?) "그런 셈인 거죠."

    자신의 통장에 들어온 국회예산 6백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다시 황 의원실 측에 돌려줬다는 겁니다.

    [유 모 씨]
    "(보좌관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계속 말씀을 하시니까…."

    결국 황 의원실이 이 연구자와 보고서 두 건을 각각 3백만 원에 계약했다고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서류는 거짓인 겁니다.

    가짜 연구자는 또 있습니다.

    황주홍 의원실과 보고서 2건을 6백만 원에 계약한 또 다른 유 모 씨는 자료 찾는 심부름값으로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유 모 씨]
    "네. 잘 몰라요. 필요한 자료 있는데 알아봐 달라고 하거나 그런 쪽에 도움은 드렸는데…."

    가짜 연구자가 만든 보고서 4건에 국회 예산 1,200만 원이 들어간 겁니다.

    [황주홍 의원/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실의 지금 정책 자료인데 그런 게 있었다는 게 우선 부끄럽고 또 죄송합니다."

    황주홍 의원은 부적절하게 사용된 내역이 확인되면 해당 예산을 전액 국회사무처에 반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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