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염규현, 조의명, 남형석

[로드맨] '짓지도 않은 집' 사세요…'아파트 선분양'

[로드맨] '짓지도 않은 집' 사세요…'아파트 선분양'
입력 2018-10-20 20:22 | 수정 2019-02-07 15:19
재생목록
    ◀ 기자 ▶

    길 위에 답이 있다, 뉴스데스크 로드맨입니다.

    자 이런 2천 원짜리 사과 하나를 살 때에도 우리가 흠집이 난 데는 없는지, 또 잘 익었는지 보고 사시죠?

    그런데 정작 수억 원을 호가하는 집을 살 때에는 내 가장 큰 재산인데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고 있습니다.

    오늘 로드맨은 이렇게 짓지도 않은 집을 사는 문화, '아파트 선분양' 제도의 답을 길 위에서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보를 받고 찾아온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땅에서 한 4m 정도 떨어진 2층 아파트로 보여지죠.

    그런데 코너를 따라 돌면 누가 봐도 1층입니다.

    [조은경/인천 송도 00아파트 입주자]
    (실례합니다. 여기 지금 몇 층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20*호요."
    (20*호면 몇 층인 거예요?)
    "(필로티 구조) 20*호요."

    [필로티 구조]
    2층 이상의 건물을 벽면 없이 기둥만으로 떠받치고 지상층을 개방시킨 구조

    "여기가 시공사에서 얘기하는 2층이에요."

    [심혜선/입주자]
    (저희가 지금 집안으로 들어왔거든요. 분명히 계단 올라와서 2층으로 왔는데요.)
    "네. 지금 보면 (내부에서) 지면이 다 훤히 보이는 구조예요. 이게 지금 2층 뷰예요."
    (여기가 지금 214동이잖아요?)
    "네."
    (여기 보면은 1층이 없다고 나오는데.)

    저는 지금 부산의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저 뒤에 짓고 있는 아파트가 원래는 이번 달 말, 그러니까 입주까지 보름이 채 안 남은 곳이었는데요.

    입주 시점도 좀 늦어지고 주민들도 화가 많이 나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부실시공'이라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입주 예정자]
    "여기 (닦아보면) 물기가 (묻어 나와요.)"
    (물이 젖어있군요?)
    "네."

    이에 대해 건설사 측은 현재 준공이 완료되지 않아 하자를 점검하고 보수하는 단계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집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선분양된, 그러니까 집을 다 짓기도 전에 계약한 곳들이라는 건데요.

    이런 선분양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사고파는 보편적인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화가 정착됐을까요?

    ◀ 기자 ▶

    선분양 왜 논란인가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아파트 선분양제도는 지난 40년 가까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드맨이 앞에서 찾아가본 것처럼 선분양된 아파트의 부실시공 문제가 최근 잇따르고 있는데요.

    판결을 볼까요?

    부실시공 적발 건수는 해마다 이렇게 늘고 있고요.

    아파트 하자 보수에 관한 피해 구제 신청도 매년 4,000건씩 접수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분양으로 집을 산 뒤에 분양권 전매로 돈을 버는 부동산 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또 계약할 때 건설사 측이 내세웠던 기반 시설이나 주변 환경도 막상 입주하러 가보니 전혀 딴판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 기자 ▶

    제가 그 현장에 와 있습니다.

    지금 제 뒤로 보이는 아파트들이 잘 조성된 것이 보이시죠?

    지난 5월에 입주한 새 아파트인데요.

    이곳 주민들도 분양 당시와는 말이 바뀌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주자]
    "2016년 봄쯤 갑자기 저에게 어떤 논의나 통보 없이 (맞은편) 아파트 2개 동이 추가가 됐습니다."
    (그게 이건가요?)
    "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전망이) 트여 있는 단지였다는 거죠?)
    "네."
    ((분양 당시에) 광고 어떻게 했는지 궁금한데 볼 수 있을까요?)
    "네."
    (4개가 들어오면서 이쪽으로 막혔고 또 이분들 입장에서 아래로 막히고.)

    [아파트 거주자]
    "절대 안 받죠. 돈을 준다고 해도 못 받아요. 이 집은… 지금 보세요. 여기서 이거밖에 안 보여요. 이쪽저쪽 봐도 A2 구역(맞은편 아파트) 밖에 안 보여요. 지금 제 심정으론 폭파시켜 버리고 싶어요."

    건설사 측은 인허가를 진행하다가 도시 계획 변경으로 설계가 바뀌었다며 이를 고지하는 게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준공을 앞둔 또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제보를 받고 가봤습니다.

    아파트 맞은편 100m 거리에 공장이 늘어섰습니다.

    [권영아/입주 예정자]
    "저희는 자족시설이라고 안내를 받고 분양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아파트 코앞에 공장이 있다면 누가 들어와서 살고 싶겠는지…"

    공장주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라고 주장합니다.

    [주변 공장주]
    "아파트 분양 하기 전에 공장 건설이 결정돼서 왔어요. 저희가 먼저 왔어요."
    (주민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얘기 하시던데요?)
    "그건 LH에 가서 따져야지 왜 여기 와서 난리를 쳐요."

    LH는 이에 대해 주민들이 어떤 공장이 오는지 모를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도시형 공장이라 오염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속출하다 보니 이제는 집을 좀 직접 보고 사자, 이런 후 분양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도 오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의 70%를 후분양으로 공급하기로 했고요.

    후분양을 하는 민간 건설사에게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당근책도 내세웠습니다.

    ◀ 기자 ▶

    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깔끔하게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먼저 해외의 경우는 어떤지 볼까요?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일부 선분양도 하지만 분양권 전매는 금지하고 있고요.

    캐나다를 볼까요?

    역시 선분양을 일부 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중도금을 받지는 않습니다.

    계약금도 보증금일 뿐이라서 공사비로 전용하는 게 금지돼 있다고 하네요.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은 우리나라도 이런 나라들처럼 후분양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정한 후분양 기준을 보면 공정률 60%라고 나와 있습니다.

    대략적인 얼개야 확인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내부 공사나 마감재 같은 부분을 꼼꼼히 따질 수 없는 건 선분양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판단은 어떨까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박진홍/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사무관]
    "공정률 60% 수준이면 단지 내에 샘플 하우스를 만들어서 실제로 만들어지는 주택에 대해서 품질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단계가 됩니다. (후 분양 시에) 소비자분들이 자금을 마련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 기자 ▶

    정리해볼까요?

    선분양은 대체로 건설사들에게 유리하고 후분양은 대체로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주택공급과 건설 공기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집의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사야 한다는 당연한 원리를 이제라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