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문현

[바로간다] '지옥철' 9호선을 타봤습니다

[바로간다] '지옥철' 9호선을 타봤습니다
입력 2018-10-24 20:30 | 수정 2019-10-07 11:00
재생목록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문현 기자입니다.

    얼마 전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취재해달라는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매일 비명소리가 나고 사람을 짐짝처럼 욱여넣고 운행합니다.

    안전사고 곧 나니까, 제발 취재 부탁드립니다.

    비명. 짐짝. 안전사고 이런 단어가 눈에 띄는데요.

    실제로는 어떤지 앞으로 닷새 동안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면서 취재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오전 8시에 노량진역으로 갔습니다.

    승차장은 벌써 승객들로 붐빕니다.

    마침 강남 방향 급행열차가 오길래 바로 타려고 했는데.

    "다음 열차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어림없었습니다.

    출근길에 9호선 급행을 한 번에 타는 건 로또 맞는 거라더니, 진짜로 그랬습니다.

    7분 뒤 도착한 다음 급행열차.

    밀고 밀려서 타기는 탔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 옴짝달싹할 수도 없었습니다.

    다들 힘들어서인지 열차가 흔들리면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내릴 때는 더 힘듭니다.

    서로 부딪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떠밀려서 저렇게 꽈당 넘어지는 분도 봤습니다.

    왜 지옥철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다음날엔 염창역으로 가봤습니다.

    8시가 안 됐는데 대기 줄이 벽까지 이어졌습니다.

    네 량짜리 급행열차인데요.

    보기에도 이 승객들이 모두 탈 공간은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제가 이 소형 카메라를 들고 열차에 타서 9호선 승객들이 매일 아침 어떤 상황 속에서 출근을 하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취재하려면 꼭 타야 했는데 하마터면 못 탈 뻔했습니다.

    "타야 돼, 타야 돼."

    승객들에게 밀려서 겨우 탔더니 전날보다 더 심했습니다.

    얼마나 숨 막히는지 딱 하나만 보시죠.

    "누르실 때마다 진동이 있어서…"

    들으셨죠?

    다들 바짝바짝 붙어 있다 보니 휴대전화 진동 하나도 불편을 주는 건데요.

    이런 콩나물시루에서 체구 작은 학생들은 얼마나 괴로울까요?

    정류장에 도착해 이제 살았다 싶었는데 다시 하차 전쟁입니다.

    "드디어 내린다. 어휴…내립니다. 죄송합니다, 내립니다."

    진이 다 빠져버린 승객들한테선 한숨과 탄식이 절로 나옵니다.

    퇴근길은 어떨까요?

    가보니 똑같이 북새통이었습니다.

    열차마다 꽉꽉 들어차 있고 무리해서 타다 보니 문이 계속 열렸다 닫혔다 합니다.

    "할아버지 내려줘요. 못 탄다니까, 저러다가 사람 다친다고"

    저도 한 대 놓치고 나서 가까스로 탔습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내린 뒤에 여유가 생겨서 승객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번 들어보시죠.

    [박민주 ]
    "저는 몇 년째 매일매일 타고 있는데…전 주말에도 타거든요, 고속터미널까지. 그런데 진짜 분노조절장애 생길 거 같아요. 진짜로 성격 나빠져요."

    멀쩡한 사람 성격까지 나빠지게 만든다는 지하철 9호선.

    요즘 더 난리가 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9호선 3단계 구간이 다다음달 개통하는데 이거 앞두고 기존 노선 열차를 빼서 시험 운행을 하느라 그렇게 됐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열차 운행 늘려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줄였다는 얘깁니다.

    출근 시간 가장 붐빈다는 염창역을 기준으로 하면 급행열차 3번, 일반열차는 4번이 줄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4칸짜리 급행열차 8대 가운데 두 대를 6칸짜리로 바꾼 게 전부입니다.

    운행은 저렇게 줄여놓고 열차는 딱 4칸 더 늘렸다는 얘기입니다.

    아니 이게 무슨 대책이냐고 따졌더니, 서울시에선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원래는 6월까지 4칸짜리 급행열차 8대 전부를 6칸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자기들 실수로 국토부 승인받는 걸 빠뜨려서 일단 2대만 바꾸고 다다음달 돼서야 나머지도 바꾼다는 겁니다.

    실수라니 더 따지고 말 것도 없었습니다.

    [구종원/서울시 교통정책과장]
    "완성 필증을 받게 되고, 철도 안전관리체계 변경 지침도 받고 그다음 본선에 투입하게 되는데…저희들이 당초 계획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려를 못 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

    닷새 동안 취재하면서 궁금했던 건 언제쯤 맘 편히 9호선을 탈 수 있을까였습니다.

    3년 전 2단계 개통 때부터 거의 모든 언론사가 비판 기사를 썼는데 아직도 이러니 말입니다.

    또 한여름 옥탑방 살이까지 하신 박원순 시장님이 몇 번만 9호선 타고 출근하시면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에서 참고하시라고 1970년대 만원 버스보다 더하다는 9호선을 매일 타야 하는 시민들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바로간다. 이문현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