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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뉴스] "제가 공익 제보자입니다. 그래서 해고됐습니다."

[당신뉴스] "제가 공익 제보자입니다. 그래서 해고됐습니다."
입력 2018-10-27 20:11 | 수정 2019-10-0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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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포트 ▶

    안녕하세요, 저는 15년 넘게 효성그룹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김민규라고 합니다.

    몇 달 전 효성과 LS산전 등 대기업이 발전소 설비를 입찰하면서 나눠먹기식 담합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는 뉴스, 본 적 있으신가요?

    이 비리를 제보한 공익신고자가 바로 접니다.

    처음엔 회사 감사팀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우리 팀에서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해결은커녕 갑자기 제게 인사 조치가 떨어졌습니다.

    안 되겠다 싶어 입찰을 주관하는 한수원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음성녹취)]
    "(김민규 씨가) 차라리 그냥 좀 숙이는 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아닐까 난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 김 차장 가족도 있고…"

    오히려 제보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결국 저는 해고를 당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공정위, 공소시효를 하루 남기고 극적으로 검찰 기소까지 이어졌지만 이번엔 제가 공범으로 몰리는 처지가 됐습니다.

    검사님 말로는 '미안하지만, 입찰 담합 때 실무자로 있었기 때문에 당신도 피의자'라고 하더군요.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실무자가 아니면 어떻게 증거를 모으고 제보를 할 수 있겠어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라는 게 있어서 신고자는 감형 또는 면제를 받을 수 있게 돼 있지만, 저는 해당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최재홍 변호사/호루라기 재단]
    “민사책임에 대해서는 (확실히) 면제가 가능한데 형사책임에 대해서는 '감경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는데요. 판사 개인의 재량이 너무 포괄적으로 부여될 수 있다는 문제가…"

    결국, 얼마 전 1심 재판 결과 효성 측은 벌금 7천만 원, 저는 벌금 3백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자산 20조짜리 회사에 매긴 7천만 원 벌금, 공익제보 뒤 직장까지 잃은 제게도 벌금.

    누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은 거라 생각하시나요?

    담합한 기업들은 항소를 포기했고, 저만 억울함을 호소하며 2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쫓겨난 지 3년,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해고 무효 소송에다 이제는 제 고발 때문에 제가 처벌받게 된 황당한 상황까지.

    이러면 누가 용기를 내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할까요?

    이번에 드러난 비리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십 년 넘게 제가 써온 업무일지에는 여전히 감춰진 일이 많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비리를 들출수록 저만 더 다치게 되지 않을까요?

    두 아이에게 당당하게 "아빠는 비겁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 공익신고자 김민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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