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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나라 땅 빌려 '주말농장에 소작까지'…처벌은?

[바로간다] 나라 땅 빌려 '주말농장에 소작까지'…처벌은?
입력 2018-11-07 20:28 | 수정 2019-10-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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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지수 기자입니다.

    농사짓는다면서 빌린 국유지를 다른 사람한테 다시 빌려준 뒤 임대료 챙기는 사례 보여드렸는데요.

    이와 비슷한 일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영상 ▶

    경기도 의정부로 갔습니다.

    고추나 토마토 같은 작물을 기르는 1,300여 제곱미터 규모의 밭이 보이는데요.

    안 모 씨가 수십 년 전부터 나라에서 빌려서 쓰는 땅입니다.

    농사지으라고 나라에서 헐값에 빌려줬으니, 당연히 자기가 농사를 지어야 할 텐데, 과연 그럴까요?

    [주말농장 회원]
    "여기 주말농장이에요, 전부 다."
    (저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한 분이(경작) 하신다고 알고 왔거든요.)
    "아니에요. 전부 다 분양받아서 우리가 농사짓는 거지."

    둘러보니, 정말로 주말농장 현수막이 보였습니다.

    현수막에 적힌 안 씨 번호로 전화했습니다.

    [안 모 씨/국유지 임대]
    (분양은 다 끝나신 거죠?)
    "내년부터 시작하는 거죠 뭐."
    (얼마나 해요?)
    "한 평에 1만 2천 원."
    (몇 평 정도 가지고 계신 거예요?)
    "한 4백 평."

    기자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딸이 대신 전화를 받습니다.

    [안 모 씨 딸]
    (국유지를 주말농장으로 하셔도 되는 건가요?)
    "(부모님이) 연세가 있기 때문에 크게 농업을 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운영을 하고 있어야지."

    그러면서 전부 주말농장으로 분양한 건 아니고, 일부는 자기들이 콩을 재배한다고 합니다.

    "땅을 그냥 관리하기 위해서 한 거지. 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돈이 안 나와요."
    (그러면 (캠코와) 계약을 해지하시면 되는 거 아니에요?)
    "전 그런 건 모르겠는데요."

    나라 땅 가지고 주인 행세하며 헌법에서 금지한 소작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에 있는 1만 4천 제곱 규모의 논.

    역시 원래는 국유지인데, 이 모 씨등이 "농사짓겠다"고 빌려놓고서는, 실제로는 농민 5명한테 소작을 줬습니다.

    [소작농]
    "이 사람들은 캠코랑 계약하고 이 사람들이 농사를 못 지으니까 그거를 우리한테 재임대를 한 거예요."

    소작농들한테 입단속을 시켜놓고 수확 철에만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이 지은 걸로 해주고 있죠. 왜냐, 아니 그렇게 안 해주면 '농사짓지 마' 그러는데…이것도 더러워요."
    (땅을 보러 가끔 오세요?)
    "어휴 안 와요. 쌀이나 가지러 오죠."

    조선시대 양반 지주도 아닌데, 앉아서 놀다가 수확 철에 쌀만 받아가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했더니, 이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 씨/국유지 임대]
    "벼를 심어서 싹을 틔워서 벼를 베는 것까지 저희가 이제 위탁을 했죠."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전부 소작농이 다 하고, 자기는 타작할 때 좀 거든다는 건데요.

    이럴 거면 왜 땅을 빌렸는지 궁금했습니다.

    "그전엔 제가 했었는데 도저히 뭐라고 해야 하나요, 기계도 뭐 장비도 없고 혼자 하려니까 정말 힘들더라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나라 땅 빌리면 직불금까지 챙겨갑니다.

    실제론 땅을 재임대했다고 하더라도, 서류상으로는 자기가 직접 농사짓는 걸로 돼 있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전남 영광]
    "국가 땅을 임대에 임대를 해줬잖아 가라로(거짓으로). 여기는(계약자는) 농사를 못 지어요, 서울에 있으니까. 농사의 '농'자도 모르고. 근데 직불금 다 받아먹고…"

    더구나 지금은 금지됐다지만, 국유지 관리를 지자체가 하던 2011년까진 나라 땅 빌린 다음에 경작권만 돈 받고 파는 것까지 가능했습니다.

    [마을 주민/강원도 양구]
    "'경작권'이라고 해서 개간비를 이제 관례상 서로 팔고 사고 해.
    (옛날엔 팔았어요, 지금은 안 되는데…)
    "지금도 암암리에 있어…"

    국유지 한번 잘 빌리면, 임대료 받고, 직불금 챙기고, 경작권까지 팔아서 이중 삼중으로 돈을 벌었단 얘기입니다.

    지금까지는 나라 땅으로 장난쳐서 돈 번 사람들 얘기였는데요.

    더 어이없는 사실 두 가지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하나는, 나라 땅으로 돈 벌다가 적발돼도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걸리면 계약해지만 할 뿐, 처벌은 규정이 없어서 못한다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처벌만 못 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벌어들인 돈도 한 푼도 환수 못 한다고 합니다.

    이게 말이 되냐고 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 그만큼 국가 토지 관리가 엉망이란 얘기입니다.

    하기는 나라 땅으로 장난치다가 걸리면 확실히 처벌하고, 돈까지 토해내라고 했다면 이런 요지경이 애초에 벌어졌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이번에 저희가 분석한 건 수의계약 된 전국의 국가 대부농지 12만 건 가운데, 취재진이 일주일 걸려서 주소를 특정한 1천 건뿐이었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다 가볼 수는 없어서 저 혼자서 한 달 동안 34곳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걸 보여드린 겁니다.

    그러니 만약 12만 건을 정부에서 맘먹고 전수 조사하면 대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바로간다, 이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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