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지수F

콩·팥 심겠다고 싸게 빌린 땅…"말 뛰노는 목장 변신"

콩·팥 심겠다고 싸게 빌린 땅…"말 뛰노는 목장 변신"
입력 2018-11-08 20:33 | 수정 2018-11-08 20:40
재생목록
    ◀ 앵커 ▶

    헐값으로 빌린 나라 땅을 불법으로 임대해서 돈벌이를 하는 사례들, 지난 이틀 동안 <바로간다>코너에서 전해드렸는데요.

    오늘(8일)은 밭 농사 짓겠다며 싸게 빌린 땅을 말들이 뛰노는 목장으로 둔갑시킨 현장 취재했습니다.

    MBC 보도 이후에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강도 높은 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지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제주도에 있는 한 국유지를 찾아갔습니다.

    입구에 목장 표시가 보이고 안에는 말들이 거닐고 있습니다.

    [목장 주인/국유지 임대]
    "(목장으로 계속 쓰셨던 거예요?) 예. (언제부터 쓰신 거예요?) 1999년도, 1998년도부터 해가지고 썼던 걸로 알고 있는데…"

    목장주인은 땅 일부에 사료용 작물을 키우고 나머지는 목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캠코에서 빌린 11만 제곱미터 규모의 땅은 서류상 모두 밭농사용이라고 돼 있습니다.

    왜 이런 걸까요?

    올 7월에 규정이 바뀌긴 했지만, 목장주인이 계약할 때 만해도 밭을 경작한다고 하면 훨씬 싸게 땅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목장용은 공시지가의 5% 수준, 하지만, 밭농사는 1%만 내면 됐습니다.

    [인근 농민]
    "이렇게 해야 임대료가 싸다고요. (목장용은) 임대료가 곱빼기로 비싼데…"

    계약과 다르게 땅을 쓰고 있는 건데도 그동안 단속 한번 없었다고 합니다.

    [목장 주인]
    "(캠코가 이쪽 목장을 찾아온다든지 그런 건 없었던 거예요?) 네, 찾아오진 않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나라 땅 빌려서 재임대에 경작권 매매, 이제는 용도까지 속여 쓰는데 캠코는 뒷짐 지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빌린 땅을 5년 이상 가지고 있으면 아예 사들일 수도 있다는 건데요.

    수의계약으로 땅을 빌리면 살 때도 우선권이 생겨, 경쟁입찰 없이 땅을 매입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토지 대장가격이 1천만 원 아래거나 면적이 1백 제곱미터 이하면 감정평가 없이 공시지가로 살 수 있습니다.

    캠코가 가지고 있는 괜찮은 국유지를 빌려만 놓고 있으면, 헐값에 사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캠코는 수의계약으로 나라 땅 빌린 사람들에게 최근 5년간 여의도 면적의 32배가 넘는 땅을 팔았습니다.

    국고 확충 차원이라지만, 이 중에 과연 실경작자가 순수한 의도로 사들인 땅이 얼마나 될지 궁금한데요.

    [마을 주민/강원도 양구군]
    "훗날을 보고 하는 거지. 이 지역에는 거의 다 개발이 돼서 지금 다 사고 이미 다 넘어갔어."

    [마을 주민/인천 서구]
    "자기 땅 된다고 해서 이거를 돈 주고 왔다갔다 한 땅들이야 이게."

    MBC 취재 이후 캠코는 재임대 등 나라 땅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을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유재산 불법사용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2년에 한 번 하던 현장 조사를 1년에 한 번 하겠다고도 했는데요,

    이런 대책에 주민들은 시큰둥합니다.

    [마을 주민/강원도 양구]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하면 불법이고' 이런 얘기 하면 그럼 사람들이 앉아서 뭐라고 해요? '예예' 그러고 씩 웃고 말지."

    직접 캠코를 찾아가 재임대 사례를 말했는데 무시당했다고도 합니다.

    "제가 작년에 캠코에 A과장한테 이 얘기를 했었어요. 전대를 주고 소득을 올리고 있는 사람 이름까지 얘기를 해서 따졌는데도 안 듣더라고요."

    캠코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국유지 불법 임대 관행에 대한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국유 농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청년 농업인들에게 나라 땅을 우선적으로 빌려주는 등의 국유 농지 매각 시스템 전면 개편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