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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하청노동자 목숨 잃었지만 삼성은 '무죄'

[소수의견] 하청노동자 목숨 잃었지만 삼성은 '무죄'
입력 2018-11-12 20:31 | 수정 2019-10-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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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사업장.

    뿌연 가스가 보입니다.

    유출된 이 가스의 정체는 불산.

    하청노동자들이 수습에 나섰지만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고 불산에 과다하게 노출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생명을 잃은 사건이 일어나자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후 5년 10개월, 정확히는 2,098일이 지난 최근에서야 마침내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과연 어떤 처분이 내려졌을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각종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장치.

    이 공급 장치 뒤쪽에 불산과 물을 50%씩 섞어 저장한 불산 탱크가 있는데 불산 누출은 이 탱크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사고 발생 10시간이 지나도록 비닐봉투로만 막아놓은 채 누수가 일어난 부품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발생 후 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보고서.

    "급박한 위험에 있어 작업과 공정 중단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비상조치계획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적혀있습니다.

    독성물질인 불산이 누출된 만큼 작업을 멈추고 수리부터 했어야하지만 하청노동자들에게는 공정을 멈출 권한이 없었습니다.

    당시 하청노동자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삼성에서 주말에 작업하지 말랬다"고 들었다며 누수의 원인이 된 부품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임을 알립니다.

    하청노동자들은 불산이 저장된 탱크의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지만 원청인 삼성의 허락 없이는 부품교체조차 빠르게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불산 감지 센터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신속한 경보가 이뤄지지 않았고 삼성 측이 이런 사고 발생을 대비해 운영하고 있다는 자체 소방대는 사건발생 16시간 만에야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하청노동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삼성직원이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소방대에 알리지조차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순/일과 건강 기획국장]
    "급박한 위험이면 (하청노동자) 작업을 중지시켜야 하거든요. 작업 중지는커녕 일을 다 시켰고 대피명령도 없었고…"

    지금까지 살펴본 이 사건의 문제점, 사실 법원의 판결문에 고스란히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삼성 관계자와 하청업체에 모두 벌금형만 선고했을 뿐 삼성 임원과 법인에 대해서는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영국의 '기업살인법'과 같이 원청기업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는 법이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또다시 누출됐습니다.

    화재설비를 교체하던 중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건데 이를 알려야 할 경보장치는 꺼져있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
    "원래 자동으로 대피 방송이 나가는데 (작업하면서) 자동 알림을 수동으로 바꿔놨어요. 그래서 그날 현장에는 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2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는데 이들 역시 모두 하청노동자였습니다.

    데자뷔를 보듯 계속 반복되는 사고.

    11곳의 시민단체가 모여 대책위를 꾸리고 삼성전자 법인과 대표 등을 형사고발 했지만 원청기업을 처벌할 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실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상수/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우리나라처럼 산업재해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고 특히 기업의 처벌이 미비하고 그래서 더 억울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실 지금 상황을 그냥 인정할 수는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바꾸기 위해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계속 작은 힘이라도 내면서 목소리를 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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