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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산재신청했더니 해고" 이주노동자의 눈물

[소수의견] "산재신청했더니 해고" 이주노동자의 눈물
입력 2018-11-13 20:29 | 수정 2019-10-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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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80만 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힘들고 위험해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들이라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정작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다가 다쳐도 산재는커녕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손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의 한 타이어 공장.

    인도네시아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워토 씨는 지난 3월, 타이어 절단 기계에 오른쪽 손가락 3개를 잃었습니다.

    [박상수/당시 치료 의사]
    "잘린 조각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내 손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 그런 상태로 내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인은 기계 오작동.

    [수워토/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고무가 안 나와서 손으로 꺼내려고 했는데 기계가 갑자기 작동해서 손가락이 잘려버렸어요."

    바쁠 땐 주말도 없이 하루 14시간이 넘게 일을 시켰지만, 사고가 나자 업체는 외면했습니다.

    '불법 체류' 신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회사 관계자]
    (산재 보험 안 해요?)
    "불법은 산재 안 돼. 그렇게 되면 수워토도 인도네시아 가. 외국 친구들도 다 집에 가. 네 친구들 다 집에 가도 돼?"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산재는 처리됐지만, 수워토 씨는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저희가 처벌받았고요. 산재 처리하고 노동청 감사 받고 저희 과태료 다 내고…"

    산재는커녕 보상조차 못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1월 기계에 손목이 부러진 캄보디아인 완닛 씨.

    치료 후 받은 월급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병원비가 빠져나간 겁니다.

    [완닛/캄보디아 이주노동자]
    "회사에 물어봤더니 네가 손 다쳐서 그런 거라고."

    항의에 대한 답변은 해고 통보.

    [업체 관계자]
    "의료비는 청구하는 게 맞죠. 손해만 보는 기업이 어딨어요. 다시 받아야 되는데 이 친구가 도망가 버렸어요."

    비자가 있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는 지난 8월 기계 오작동으로 손가락을 잃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사장이 달려왔지만, 직원 걱정이 아닌 회사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병원에서 물어보면 망치질하다 잘못해서 다쳤다고 하라고 시켰어요."

    손가락을 다친 대가로 받은 돈은 110만 원에 불과했지만 쫓겨날까 봐 산재 이야기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사망 사고라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몽골인 암가란 씨는 가구공장 기숙사에서 열흘을 앓다 죽었지만, 사인이 불분명해 산재를 받지 못했습니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온 가족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엥흐나상/몽골 이주노동자 유가족]
    "한국말을 모르는 게 제일 문제이고 한국 법도 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고용허가제에 있습니다.

    고용주의 허락 없이는 이직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계약이 해지되면 이주노동자는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시켜도 거부하지 못하고 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주노동자]
    "46명이 일하는데 한국인은 5명이에요. 그 사람들은 저울로 무게 재는 일만 해요."

    실제로 한국인 노동자의 산재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반면, 이주노동자의 산재 비율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안대환/이주노동재단 이사장]
    "서명을 강요해서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것을 받았다고 할 때도 있고."

    하지만, 다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친 뒤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피산/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산재가 뭐예요? 산재가 뭔지 몰라요. 다쳤는데 치료도 안 해주고 혼자 병원 갔어요."

    올해부터 고용주의 동의 없이도 산재 신청이 가능해졌지만, 고용주를 무시하긴 힘듭니다.

    [윤영대/광주 민중의집 대표]
    "10명이면 5명 정도는 산재 신청 못 하고 접수만 해놓고 산재 신청했을 때 공장에서 쫓겨날…"

    지난 10년간 일하러 한국에 왔다가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는 5천 8백여 명.

    사실상 노예계약과 다름없는 현 고용허가제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이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손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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