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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배낭 두고 잔다"…지진보다 무서운 '트라우마'

"생존배낭 두고 잔다"…지진보다 무서운 '트라우마'
입력 2018-11-14 20:23 | 수정 2018-11-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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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눈에 보이는 상처만 남은 게 아닙니다.

    지진의 공포는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때 겪었던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언제 또 건물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생존 배낭을 옆에 두고 신발을 신은 채 잠에 든다고 합니다.

    장성훈 기자가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진앙과 인접한 아파트에서 지진의 충격을 겪은 최호연 씨.

    그의 집 거실엔 항상 안전모와 커다란 가방이 놓여 있습니다.

    비상약과 각종 옷가지를 빼곡히 담은 이른바 '생존 배낭'입니다.

    [최호연]
    "세면도구, 청심환, 겨울 장갑, 여기 비상약부터 시작해서…"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약을 달고 사는 최 씨가 공포를 견디는 방법입니다.

    [최호연]
    "숨이 턱턱 차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이게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릅니다. 진짜 저도 '지진보다 무서운 게 지진 트라우마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지진으로 살던 집이 완파된 임종선 씨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종선]
    "다 무너져서 빨리 대피하려고 내려오다가 다리를 다친 거예요, 계단에서 굴러서. 제가 대수술을 받았거든요. 뭐가 떨어져도 깜짝 놀라고 층간 소음이 '쿵' 해도 깜짝 놀라고요."

    이재민을 위한 임대 아파트에서 살면서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지만 불안은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임종선]
    "지금도 그대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이렇게 자는 사람도 있어요.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서 갑자기 흔들리면 쫓아나가려고…"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이 포항에 사는 성인 5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고, 특히 41%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효민/교수·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41%는) 추가적인 돌봄이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당황스러울 정도로 높게 나온 수치입니다."

    포항 지진 1년, 수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그날의 공포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집단적 트라우마를 모두가 공론화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MBC뉴스 장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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