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문현

[단독] "학사 졸업장이 전부인데 전임 교수"…비결은?

[단독] "학사 졸업장이 전부인데 전임 교수"…비결은?
입력 2018-11-21 20:35 | 수정 2018-11-21 20:52
재생목록
    ◀ 앵커 ▶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서 올해 초 전임 교수 2명을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박사 아닌 석사 출신 한 명이 뽑힌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다른 전임 교수 한 명은 학사 졸업장이 전부였습니다.

    학력의 빈 곳을 채울만한 강의 경력이나 연구 실적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이 두 교수는 형제였습니다.

    박사 출신의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전임 교수가 된 이 형제의 비결은 대체 무엇이었는지,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4년제 종합대학인 서울한영대학교에서 올해 초 교양영어 전임 교수로 임용된 한 모 씨.

    석사 학위는 있지만, 연구 실적은 없고 영어학원 몇 군데에서 일한 게 경력의 전부입니다.

    교양전산 교수로 합격한 또 다른 한 모 씨의 배경은 더 이례적입니다.

    논문 같은 연구 실적이나 강의 경험은커녕 전형 당시엔 석사 학위도 없었습니다.

    학사 졸업장만으로 전임 교수가 된 겁니다.

    학교 측은 '석사학위를 곧 취득한다'는 '예정 증명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서울한영대학교 인사담당자]
    "석사학위든 박사학위든 예정자는 보통 다 보편적으로 지원 가능하게… 이렇게 돼 있어요, 어느 대학이든."

    그러나 이 학교의 교원인사 규정은 교수 자격을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로 못박고 있습니다.

    더욱이 이 학교는 최근 교수 임용에서 모두 '박사 학위'를 요구했습니다.

    3년 전엔 단기 계약직 교수를 뽑는데도 '박사 학위'가 필수 조건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올해 초 교수 채용에서는 갑자기 학력 문턱을 아예 없앴습니다.

    [서울한영대학교 인사담당자]
    ("공교롭게도 올해 채용에서만 박사 학위 소지자여야 한다는 규정이 빠져있어서요.")
    "그쪽 시각에서 보면 그렇게 되는 거고, 저쪽 시각에서 보면 자격이 되는 거니까…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거니까…"

    심사 과정의 의혹도 수두룩합니다.

    MBC가 확보한 1차 서류심사 채점표.

    총 10명이 지원한 교양영어 과목에 혼자 합격한 한 씨는 연구 실적 같은 객관적 지표에선 최하점을 받고도, 심사위원의 재량이 좌우하는 발전계획서 등에선 최고점수를 받아 합격했습니다.

    경쟁자 9명 중 8명은 국내외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거친 데다, 대부분 수년간 다른 대학에서 부교수나 시간강사 경력을 쌓고도 탈락했습니다.

    전산학과에 뽑힌 다른 한 씨는 학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평가에서 꼴찌였습니다.

    "너무 자료를 보고 읽는다", "마치 학생이 과제 발표하는 것 같다", "발음이 안 좋아 이해가 어렵다"는 게 당시 학생들의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한영대학교 부총장]
    "학교가 결정한 일이니까, 학교는 학교의 필요에 따라 사람을 채용하는 건데…"

    이렇게 지원자격도 안 되고, 전형 과정에서도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교수로 임용돼 벌써 1년 가까이 강의를 하고 있는 걸까요.

    영어 교수로 채용된 한 씨가 제출한 응시 지원서입니다.

    가족사항에 적힌 부모 두 사람, 아버지는 이 대학 한영훈 총장이고 어머니는 재단의 심경옥 당시 이사장입니다.

    학사 졸업장만으로 합격한 전산 과목 교수 한 씨는 그의 형입니다.

    학교 내에선 총장과 옛 이사장 부부의 두 아들이 동시에 교수로 임용된 걸 놓고 '특혜 채용'이라는 뒷말이 무성했지만 아무도 문제 제기는 못 했습니다.

    [서울한영대학교 조교]
    "누가 말해서 소문이 나면 다음번에 국가 근로 (장학금) 같은 게 안 될 수도 있고… 교수님들 사이도 좁다 보니까 은연중에 불이익이 있는 거죠."

    당사자들은 결백을 주장했습니다.

    [한 모 씨/교수(동생/교양영어)]
    "모든 서류가 다 있고 공정하게 다 된 거고. 저는 뭐 인터뷰를 안 봤습니까, 아니면 제가 자격이 안 됩니까?"

    [한 모 교수(형/교양전산)]
    ("정당한 절차였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잘 모르겠고요, 저는 여기까지 답변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들의 아버지인 한영훈 총장은 모든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총장실 관계자]
    "예의가 없이 기본을 안 지키시지… 수고하십시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학교의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고, 교육부도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대로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