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기 '풀풀' 나는데 6분간 '무대응'…신고 늦어져

◀ 앵커 ▶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가 최초 발생할 당시, 현장 주변 건물의 여러 CCTV, 또 그 앞을 지나가던 버스가 촬영한 영상을 MBC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영상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증명하는 게 있는데 바로 "초기 진화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심정 속에 1분, 1초가 흘러갔다는 겁니다.

오늘 첫 소식은 홍의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24일 오전 11시 6분.

길 가던 아이들이 KT 건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쳐다봅니다.

화면에선 잘 보이지 않지만 이때 이미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2분 뒤, 이젠 연기가 바람을 타고 길가로 밀려드는 게 시시티비 화면으로도 확연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화재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1분, 1분이 흐르고, 오전 11시 12분.

kt 직원이 최초로 화재 신고를 한 시각에 때마침 버스가 지나갑니다.

취재진이 이 버스의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서 확인해보니, 화재 신고가 이뤄진 11시 12분엔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연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불길이 크게 번진 뒤에야 뒤늦게 신고가 이뤄진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고광호/버스기사]
"그 굴뚝에서 연기가 막 나오더라고요. 연기가 자욱하니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후에도 연기는 더 심하게 뿜어져 나옵니다.

길가던 시민들이 멈춰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입니다.

화재 신고가 이뤄진 지 5분 뒤, 소방차가 도착해 화재 진압에 나서지만 불길이 더 확산되면서 연기도 심해져 진화에 애를 먹었습니다.

[이영주/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통신구 길이가) 500m 이상이 되어야지만 소방 시설 적용이 가능한데 여기는 워낙 짧은 구간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런 소방시설 관련된 적용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화재 현장 주변 CCTV 화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11시 06분에 연기가 목격된 걸로 볼 때 최초 발화는 그보다 훨씬 앞선 오전 11시 이전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화면상에 나타난 연기 농도나 확산 정도를 볼 때, 초기에 스프링클러 같은 자체 진압 설비만 있었어도 피해가 크지 않았을 걸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통신구 길이가 짧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는커녕 화재 감시 CCTV 한 대 달아놓지 않은 탓에 초기 대응이 늦어져 걷잡을 수 없이 피해도 커졌습니다.

MBC뉴스 홍의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