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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운송업체 돌며 돈 챙긴 노조간부…'비리' 제보 잇따라

[바로간다] 운송업체 돌며 돈 챙긴 노조간부…'비리' 제보 잇따라
입력 2018-12-12 20:34 | 수정 2019-10-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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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이지수 기자입니다.

    화물연대 전 간부가 운송업체에게 돈을 뜯어온 소식을 얼마 전에 제가 전해드렸는데요.

    이 보도가 나간 뒤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노조 간부라는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전횡과 비리가 더 있다는 건데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영상 ▶

    경북 포항으로 갔습니다.

    2년 전, 화물차 한 대로 시작해 지금은 대기업 물량까지 받을 정도로 급성장한 운송업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간 건데요.

    등기에 적힌 주소지에 가 보니, 엉뚱한 회사였습니다.

    [주소지 업체 관계자]
    (사장님 비00가 어디에요?)
    "아, 여기 미치겠네. 비00 찾고 앉았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은 주소만 빌려줬다며, 운송업체는 다른 곳에 있다고 합니다.

    주소를 빌려줬으면 상당히 가까운 사이일 것 같아, 등기에 나온 운송업체 대표의 이름을 댔더니, 처음 들어봤다고 합니다.

    [주소지 업체 관계자]
    ((대표) 김00씨 만나러…)
    "김00가 누구?"

    물어물어 운송업체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회사 대표 김 씨를 안다는 직원은 없었습니다.

    [운송업체 직원]
    (박00 대표님을 찾으려고…)
    "한 번도 뵌 적도 없고…"

    등기부엔 다른 회사 주소가 적혀 있고, 직원들은 대표 얼굴조차 본 적 없다는 운송업체.

    대체 이 업체는 누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걸까?

    취재진이 확인해보니, 등기상 대표인 34살 김 모 씨는 실제 직업이 애견미용사로, 이른바 ‘바지 사장’이었습니다.

    회사를 실제로 운영해 온 건 김 씨의 삼촌인 전 화물연대 부본부장 박 모 씨였습니다.

    다시 말해 화물연대 간부가 직접 운송회사를 차리면 문제가 될까봐 친척 명의를 빌려서 사업을 해 온 겁니다.

    [이 모 씨/운송업체 사내이사]
    "조카(등기대표)는 여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거예요. (실제로 움직이는 건) 박00죠."

    평범한 화물차 기사였던 박 씨는 어떻게 운송회사까지 차명으로 운영하게 된 걸까?

    박 씨는 10년 전,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직부장을 시작으로 지부장을 두 번 역임하고, 올 초엔 화물연대 부본부장에 올랐습니다.

    지역 노조 간부를 규합해 화사모, 즉‘화물연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조직도 운영했습니다.

    ['화사모' 전 회원]
    "무슨 일이 있으면 인원 동원도 할 수 있는 그런 체제입니다. 문자도 와서 이렇게 '몇 시까지 몇 시에 집합하시오.'"

    세력을 키운 뒤엔 화물주나 대형운송업체를 압박해 화물 운송 계약을 좌지우지했다고 합니다.

    화주사가 운송업체를 정할 때, 자기 맘대로 못하고 박 씨 눈치부터 봐야 했다는 겁니다.

    [화주사 관계자]
    "운송사를 찾고 있었거든요 그걸 다 막고 있었다고 박00가. 업체 선정하는 과정에서 박00가 이제 00(운송사)라는 데를 이미 찍어놨기 때문에…"

    지금 이 장면, 누군가 공장 입구를 막아 놓고 화물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모습인데요.

    화물주가 고른 운송업체 말고 자기가 지정한 특정 업체와 계약하게 하려고 박 씨가 노조 간부들을 동원해 실력행사를 한 겁니다.

    [운송업체 관계자]
    "저 업체 들어오면 '나 너희 일 못하게 하고 문 때려 막을 테니까 니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

    실제로 박 씨가 차명으로 운영한 운송업체의 경우, 박 씨가 일감을 몰아준 대형업체를 통해서 대기업 화물을 넘겨받기도 했습니다.

    비리를 알게 된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항의하자, 박 씨는 사조직을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습니다.

    [화물연대 조합원]
    "말 안 듣는 한 업체만 죽이는 겁니다. 공장 앞에 가서 계속 틀어막고 있으면 업체만 죽어나는 거죠."

    그렇다면 화물연대 본부는 이런 전횡을 몰랐을까?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박 씨가 노조 규정에서 금지한 사조직까지 만들어 실력행사를 한다고 본부에 알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화사모' 전 회원]
    (본부에서도 아나요? 화사모라는 조직을.)
    "본부장 정도는 알 거예요. 본부장도 왔으니까…"

    화물연대 본부는 박 씨가 운송업체한테 수시로 뒷돈을 받았다는 MBC 보도가 나온 뒤에야 박 씨를 제명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10년간 노조를 앞세워 사익을 챙긴 것으로 지목된 박 씨.

    그는 "해명이라도 해달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요청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박 모 씨/전 화물연대 부본부장]
    "아니, 됐습니다. 이것도 그대로 내시고 또 내십시오.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

    바로간다, 이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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