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조희형

[소수의견] 해마다 '12월 31일'에 해고되는 사람들…철탑 올랐다

[소수의견] 해마다 '12월 31일'에 해고되는 사람들…철탑 올랐다
입력 2018-12-13 20:10 | 수정 2019-10-07 17:08
재생목록
    ◀ 앵커 ▶

    이번에는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LG유플러스 설치 기사들이 40m 철탑에 올라갔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해고 통지서를 받으면서 산다는 이들에게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조희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칼바람 부는 한강변.

    40미터 이동전화 기지국 철탑이 서 있습니다.

    철탑 위 작은 공간엔 인터넷 설치 기사 김충태, 고진복 씨가 있습니다.

    이동통신업체 LG유플러스의 하청업체 비정규직인 두 사람은 어제 이 철탑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고공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된 지금, 이들은 왜 철탑 위에 올랐을까요?

    동료들이 바구니에 밧줄을 묶어 2인분의 식사를 철탑으로 올립니다.

    철탑에 오른지 12시간이 지난 뒤, 영상 통화를 했습니다.

    [김충태/고공농성자(어제 저녁 7시)]
    "상황은 사방이 많이 뚫려있어서 바람을 막을 수 없는 상태여서…바람이나 작은 움직임에도 통신탑이 많이 흔들립니다. 제대로 누울 수도 없고 펼 수도 없고…오늘 아침, 다시 연락해봤습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합니다.

    [김충태 (오늘 오전 7시)]
    "깊은 잠은 못 자고요. 자다 깨다…차 소리 소음이 만만치 않네요."

    이들이 고공농성까지 하게 된 건 거의 해마다 날아오는 해고통지서 때문입니다.

    엘지유플러스는 설치기사가 속한 하청업체들과 1년 마다 계약을 맺는데, 성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계약이 끝나면 비정규직인 이들도 함께 해고됩니다.

    [황태호/LG유플러스 설치기사]
    "(짧으면) 6개월 만에 협력업체 법인이 바뀌고…동료가 떠났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이 업체 저 업체 옮겨다니며 일한다 해도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기에 월급은 제자립니다.

    그래서 스스로 '10년째 신입사원'이라고 부릅니다.

    [김종덕/LG유플러스 설치기사]
    "근속이나 경력도 다 제로가 되고, 매년 입사할 때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해야 되고요."

    김 씨만 해도 지난 10년간 8번 해고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언제 잘릴 지 몰라 불안하고, 아무리 오래 일해도 월급 한푼 안 오르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지만, 엘지유플러스는 2천 600여명 설치기사 가운데 절반만 자회사 직원으로 받아주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김충태 ]
    "TV에 LG유플러스 광고 나오게 되면 아이들이 '아빠 회사 TV에 나온다'고 하고 있지만…당당하게 아빠 회사라고 이야기 못하는…(상황이 마음이 아파요)”

    두 달 천막농성에 2주간 단식, 급기야 40미터 철탑농성까지 이어지는 동안에도, 엘지유플러스 설치기사 노조원 300명이 해고됐습니다.

    MBC뉴스 조희형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