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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갑자기 폐원…"급식은 사오고 변기는 흔들"

한 달 만에 갑자기 폐원…"급식은 사오고 변기는 흔들"
입력 2018-12-16 20:11 | 수정 2018-12-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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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경기도 파주의 한 어린이집이 개원 한 달 만에 통보도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아이들 급식을 밖에서 사오는 등 운영 실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취재 결과 딸 이름을 동원해서 편법으로 이 어린이집을 개설한 원장은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기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한 여성이 음식 그릇을 들고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음식을 바다에 내려놓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여성.

    이 여성이 가져온 음식은 갓 돌이 지난 어린이들이 먹는 급식이었습니다.

    [A씨, B씨/前 어린이집 교사]
    "찝찝했죠"
    "(자체급식하자고 했더니) 적응도 못 하는 애들을 뭘 해먹이려고 그러냐고."

    밖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이는 게 뭐가 문제인가 싶지만 영유아교육법은 이렇게 먹이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건강과 위생을 위해 반드시 어린이집 내부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조리된 음식은 두 시간 안에 먹이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C씨/학부모]
    "음식물이 오염될 수도 있고 상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탈 났을 걸 생각하면 끔찍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용 변기는 물이 내려가지 않고 변기 물통은 앞뒤로 심하게 흔들립니다.

    돌 지난 어린아이가 사용하다 넘어지면 큰일 날 상황입니다.

    심지어 필수로 가입해야 하는 안전공제회에도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불안한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서류상의 어린이집 대표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55살 여성 김 모 씨가 매일 나와 운영을 도맡아 했습니다.

    [D씨/前 어린이집 교사]
    "모든 지시는 김 모 씨가 다 하니까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계속 (안전공제회 가입을) 미뤘어요."

    그런데 이렇게 부실하게 운영되던 어린이집이 지난 3일 갑자기 문을 닫았습니다.

    개원 한 달 만에 문을 닫는데도 어린이집 대표는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교사들에게만 했던 폐원 통보 역시 55살 김 씨가 직접 했습니다.

    [김 모 씨/11월 13일 교사 회의]
    "안 갈 거야. (안 갈 거예요?) 응. 나 후회 엄청 해."

    이 여성이 과연 누구길래 어린이집 운영에 관여한 걸까.

    여성은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한 사립유치원의 대표이자 원장이었습니다.

    자신이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매일 다른 어린이집에 들러 일을 본 겁니다.

    더 황당한 건 서류상으로만 존재했던 어린이집 대표 28살 이 모 씨가 김 씨의 딸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딸 이름으로 어린이집을 개설한 뒤 실질적으로 운영한 겁니다.

    [D씨/前 어린이집 교사]
    "저희들은 이 모 씨는 전혀 얼굴조차 본 적도 없고 통화 조차해본 적도 없고…"

    그런데 황당한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김 씨의 딸 이 모 대표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유치원의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모녀가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엉뚱한 곳에 어린이집을 하나 더 만든 겁니다.

    [D씨/前 어린이집 교사]
    "(이 모 대표가) 카톡에 초대는 돼 있지만 전혀 그거에 대한 답글도 없어요. 저희 회의 내용 쭉 올려도…"

    사립유치원 원장은 사립학교법 등에 따라 겸업이 금지돼 있는데도 김 씨는 거의 매일 딸 명의의 어린이집에 나가 교사 회의를 주재했습니다.

    [김 모 씨/11월 15일 교사 회의]
    "모든 걸 다 내가 얘기할 테니까 선생님들은 그렇게 알아. 물어보면 나한테 물어보라고 해."

    [김 모 씨/11월 30일 교사 회의]
    "나하고 협의했다거나 통보했다거나 이런 얘기가 없이…어처구니가 없다는 거죠."

    어린이집 교사들은 가끔 비품이 떨어지면 김 씨가 자신의 유치원에 가서 가져왔다고 말합니다.

    [A씨/前 어린이집 교사]
    "물티슈 많아. 물티슈 갖다 해 그래서…유치원에서 걷은 거겠죠."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진 학부모들은 난감합니다.

    [E씨/학부모]
    "지금 18년도 말이잖아요. 19년도 원생을 모집하는 것도 끝난 시기란 말이에요. 문화센터 겨울학기도 다 마감된 상태거든요."

    학부모들은 49명으로 인가받은 어린이집에 10명도 채 입소하지 않자 운영에 부담을 느낀 김 씨가 문은 닫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F씨/학부모]
    "20-30명 있었으면 당장 했을 수도 있어요. 돈이 안 되니까 정말 그냥 때려친 거밖에 안 되는 거예요."

    딸 명의로 왜 어린이집을 운영했는지 왜 갑자기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는지 물어보기 위해 취재진은 김 씨의 유치원을 찾아갔습니다.

    이틀에 걸쳐 찾아가 기다렸지만 김 씨는 끝내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김 모 씨/사립유치원 원장]
    "(잠깐 얘기 좀 하세요.) 아이들 등원 시간이에요. (네?) 아이들 등원 시간이라고…(등원시간 아닐 때 왔을 때도 인터뷰 안하셨잖아요. 실질적으로 겸임하신 거 아니에요? 어린이집?)"

    파주시청은 어린이집의 부실 운영과 갑작스러운 폐원 조치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교육청도 사립 유치원 원장 김 씨가 법을 위반해 어린이집을 실제로 겸업했는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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