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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장애인 예산 '70억' 몰아주는데…"비리 있다" 제보 왜?

[바로간다] 장애인 예산 '70억' 몰아주는데…"비리 있다" 제보 왜?
입력 2018-12-20 20:35 | 수정 2019-10-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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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간다, 인권사회팀 이남호 기자입니다.

    발달장애인 특수학교를 짓게 해달라며 무릎 꿇고 읍소한 부모님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 부모님들이 속한 단체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인데요.

    이 단체 회원 여러분이 제보를 주셨습니다.

    부모연대 간부들이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사업하면서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건데요

    어떤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평생교육센터 9곳 가운데 하나를 찾아갔습니다.

    해마다 운영비로 5억 원을 서울시한테 받습니다.

    안에 들어가 보니, 가구가 눈에 띕니다.

    마감이나 칠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이 가구, 얼마에 샀을까요?

    납품 내역을 보니, 의자 한 개 10만 원, 침대는 50만 원 수준입니다.

    목공소 골목에 가서 이 가격을 말했더니, 혀를 내두릅니다.

    [목공소 직원]
    "(가격이 어느 정도 할까요?) 의자요? 그렇게 쓰면 한 5만 원에서 6만 원 정도. (침대는) 18만 원 정도 들어가고요."

    가구 납품한 업체 주소지로 가봤습니다.

    공장도 아니고, 사무실도 아니고, 그냥 아파트입니다.

    [아파트 경비원]
    "(의자나 침대 만드는 사무실이 8층에 있다고 하던데..) 없어요 그런 데. 여기는 살림집일 뿐이에요."

    알고 보니 집 주인은 평생교육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책임자 한 모 씨.

    어찌 된 일인가 싶어서, 평생교육센터에 교구를 납품하는 업체도 찾아가봤더니, 한 씨의 친척 집이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다른 공장에서 가구나 교구를 가져오면서 부인과 친척 명의로 유령 회사를 만들어 유통 마진을 챙긴 겁니다.

    이런 식으로 한 씨가 평생교육센터 9곳에 납품한 가구와 교구는 3년 간 400개가 넘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부모연대가 해마다 5억 원을 서울시에서 지원받아 운영하는 커리어플러스센터.

    발달장애인 직업 훈련을 돕는 곳인데 여기서도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부모연대 전국 대표와 서울지역 대표가 지난 7월에 주고받은 대화를 보시죠.

    커리어플러스센터 임원이 강사료를 편취했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보고하자, 전국 대표는 만나서 얘기하자고 답합니다.

    이처럼 예산 빼돌린 걸 확인해놓고도 취재진에겐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뗍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 대표]
    "(그 당시 임금을 허위 수령했다는 제보도 있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확인해보셨습니까?) 그거는 저희가 확인을 못 했어요."

    사업 위탁 과정도 석연치 않습니다.

    발달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 자료를 쉽게 다시 써서 보급하는 서울시 읽기쉬운자료개발센터.

    부모연대가 서울시한테 연간 3억 원을 받아 운영합니다.

    시민 세금으로 하는 사업이니, 공모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그냥 부모연대한테 맡겼습니다.

    왜 그랬냐고 서울시에 물었더니, 구청에서 진행한 사업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는데, 정작 구청 얘기는 전혀 다릅니다.

    [서울 영등포구청 관계자]
    "거기는 서울시에서 지정해서 내려왔어요. 저희(영등포) 구로. 거꾸로 내려온 형식이에요. 저희 돈이 아니에요. 그 돈 자체가 시 특별 교부금으로 내려온 돈이에요."

    지난 3년간 서울시가 부모연대한테 위탁한 시설은 모두 22곳.

    이 시설들 운영하라며 지급한 예산만 해도 1년에 70억 가까이 됩니다.

    한 단체에 세금을 이만큼 몰아줬으면 관리라도 제대로 해야 했을 텐데, 서울시에선 "이런 상황인 줄 몰랐고 앞으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부모연대 회원들이 서울시에 가지 않고 언론사를 찾아와 제보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부모연대 대표들이 서울시와의 관계를 계속 과시해온 터라, 믿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서울시)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거기 특정 과의 특정 인물을 거론하면서 '말을 안 들으니 안 되겠다. 잘라버려야지'(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부모연대 대표들은 박원순 시장이 3선에 도전하자 공개 지지 선언을 하고

    [전국장애인연대부모 서울 대표(6월 4일)]
    "저희 장애 가족에서는 박원순 후보님을 지지하기로 선언합니다."

    10주년 기념식에도 초대해 찬사를 늘어놨습니다.

    [전국장애인연대부모 전국 대표(지난 14일)]
    "우리 부모님 같은 분입니다. 정치인이기 전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입니다. 박원순 시장님 힘차게 모시겠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는 동안에도 서울시 공무원들은 부모연대 간부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달했다가 들통 나기도 했습니다.

    [서울시청 관계자]
    "저희 과에서 (부모연대로) 아마 유출이 된 것 같습니다. 직원이 아마 무의식중에 얘기를 하게 된 것 같은데요."

    끝으로 저희한테 제보한 부모들의 호소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이번 일로 지원 자체가 끊겨, 발달장애인한테 피해가 가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 비리를 저지른 건 일부 간부들로, 평범한 회원들까지 싸잡아 매도하진 말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원]
    "모든 부모들이 그 사람들처럼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일한 게 아니거든요. 근데 그렇게 생각할까 봐 굉장히 많이 두려워요."

    바로 간다, 이남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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