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민찬

1년 지나도…'닫혀 있는' 비상구 '열려 있는' 방화문

1년 지나도…'닫혀 있는' 비상구 '열려 있는' 방화문
입력 2018-12-21 20:29 | 수정 2018-12-21 20:54
재생목록
    ◀ 앵커 ▶

    꼭 1년 전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센터를 화마가 휩쓸고 가면서 29명이 숨지고 40명 가까운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소방 시설 관리가 엉망이다" "초기 화재 진압이 부실했다" 수많은 비판과 반성이 오갔고 우리 사회는 어김없이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먼저 김민찬 기자가 그날과 그날 이후를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불탄 건물을 가림막으로 덮어놓고 외벽은 페인트로 덧칠했지만 끔찍했던 기억은 가려지지 않습니다.

    뒤틀린 창틀과 땅에 나뒹구는 무전기.

    불이 난 지 1년이 지났지만 깨지고 그을린 유리창 등 화재 당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1년 전 오늘 어머니와 여동생,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민동일 씨.

    경기도 고양에 사는 민 씨는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방당국이 스스로 인정할만큼 초기 대응이 미흡해 인명 피해가 컸지만 누가 책임을 져야 할 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동일/제천 화재 유가족 공동대표]
    "제천 화재 참사가 끝난 게 아니고 마무리된 게 아니고 계속 진행형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남아 있습니다.)"

    뼈아픈 참사를 교훈 삼아 그 날 이후 우리 주변은 과연 안전해졌을까.

    소방관들과 함께 경기도 안산과 의정부의 상가 건물 여덟 군데를 무작위로 살펴봤습니다.

    먼저 탈출용 비상구.

    제천 화재 때도 이 비상구가 막혀 인명 피해가 컸지만, PC방과 노래방, 식당 등이 밀집해 있는 이 5층짜리 상가 건물도 비상구 관리는 엉망이었습니다.

    화재시 생사를 좌우할 비상계단을 자전거와 생활 집기가 가로막는가 하면 다른 쪽 계단은 장독대로 가득 찼습니다.

    [소방관계자]
    "피난 상황에 대피해야 하는데 계단이니까 다 쌓아두면 안 되고"
    (집집마다 자전거인데…)

    심지어 아예 출입을 못하게 잠가놓기도 했습니다.

    [소방관계자]
    "바깥에서 막으면 안 돼요."

    불꽃과 연기를 막아 줄 방화문도 마찬가지.

    한쪽 방화문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다른 쪽 방화문은 비틀어져 아예 닫히지도 않습니다.

    전선을 통과시킨다며 밀폐돼 있어야 할 방화문에 어처구니없이 구멍을 뚫어놓은 곳도 있습니다.

    [소방관계자]
    "이게 연기를 막아 줄 거라 생각하세요?"

    불과 한 달 전 소방 점검을 마쳤는데도 지적 사항이 부지기수로 나오기도 합니다.

    화재시 완강기를 이용할 수 있는 탈출용 비상문은 화분과 짐으로 막혀 있고, 소화전에 있는 소방 호스는 연결조차 안 돼 있습니다.

    [양성현/경기 의정부소방서 재난예방과]
    "관행적으로 그렇게 써 왔기 때문에 소방관이 지적을 하고 가면 그 때 뿐이죠. 인명피해가 나야 그때야 깨닫죠."

    참사에 놀라 늘 구호만 요란했던 안전불감증.

    제천 화재를 계기로 지난 7월 이후 정부가 전국 16만여 곳의 다중이용시설을 점검한 결과, 10만 곳이 넘는 건물에서 비상구와 방화문 부실 등이 적발됐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