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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계 신기록'은 싫어요…최장기 고공농성 현장은?

이런 '세계 신기록'은 싫어요…최장기 고공농성 현장은?
입력 2018-12-24 20:13 | 수정 2018-12-2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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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네, 다음 소식입니다.

    기온까지 뚝 떨어진 지금 이 시각.

    성탄 전야를 벌써 2년째 75미터 상공에서 칼바람 속에 맞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일(24일)이면 세계 최장 고공농성 기록을 또 경신한다는 이 안타까운 현장에 취재기자가 나가 있는데요.

    김재경 기자.

    ◀ 기자 ▶

    네, 서울 목동 파인텍 고공농성장입니다.

    ◀ 앵커 ▶

    오늘로 408일째입니다.

    이분들 내려오실 기미가 지금 전혀 안 보이고 있는거죠?

    ◀ 기자 ▶

    네, 지금 제 뒤로 굴뚝들이 보이시죠.

    75m 높이의 저 굴뚝 꼭대기에는 오늘까지 408일째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 두 명이 있습니다.

    409일째인 내일이 되면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고공농성을 한 서글픈 기록이 될 겁니다.

    사실 굴뚝 위의 두 노동자 홍기탁씨와 박준호씨는 4년 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고공 농성입니다.

    내일이면 바뀌는 최장 농성 기간도 이들이 세웠던 종전 기록을 다시 쓰는 건데요.

    이들은 회사 측의 일방적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에 반발해 당시 408일간 고공농성을 했었고요.

    하지만, 요구 사항을 들어준다는 약속을 믿고 내려왔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사측이 공장 문을 닫겠다고 통보해 결국 다시 굴뚝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저 굴뚝 위 노동자 홍기탁씨와 영상통화를 해보겠습니다.

    홍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금 정말 날씨가 춥습니다.

    기온도 갑자기 뚝 떨어졌는데 굴뚝 위는 더 추울 것 같아요.

    지금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

    ◀ 홍기탁 ▶

    오늘 들어서 상당히 춥고요.

    바람도 많이 부는 상태입니다.

    몸은 당연히 그전보다 훨씬 악화돼있고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기자 ▶

    두 차례나 고공농성 기록을 세우셨고 그런데 가장 시청자분들이 궁금해 할 거는 지금 농성을 풀고 내려오실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어떤 건지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홍기탁 ▶

    저희들이 사실 2015년에 한 노동자가 408일간 고공농성을 하면서 노사간 합의한 사항이 있습니다.

    고용과 노동종합 단체협약서를 지금 현재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이 책임진다는 하에 고공농성을 풀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측과 약속한 합의서가 거의 파기되면서 어쩔 수 없이 저희들이 고공농성을 했고요.

    지금도 역시 저희들은 마찬가지입니다.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서를 체결한 스타플렉스 김세권 사장이 이 합의서를 이행하면 내려갈 수 있습니다.

    ◀ 기자 ▶

    지금 부인과 세 자녀분들이 아마도 저희 MBC 뉴스를 보고 계실 텐데요.

    지금 2년째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가족과 떨어져서 보내셔야 이제 그렇게 됐습니다.

    가족들께 한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

    ◀ 홍기탁 ▶

    사랑하는 은솔, 석범, 이솔, 그리고 사랑하는 이정윤.

    윤아, 웃으면서 내려갈 때까지 힘차게 최선을 다해서 싸울 테니까 잘 기다리고 버텼으면 좋겠다.

    ◀ 기자 ▶

    감사합니다.

    내일 긴급 건강 검진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내일도 그렇고 앞으로도 몸 관리 잘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 홍기탁 ▶

    고맙습니다.

    ◀ 기자 ▶

    이제 4시간쯤 뒤면 우리에겐 아마도 부끄러운 기록 하나가 추가될 겁니다.

    아파트 25층 높이라는 저 75m 상공에도 성탄의 온기가 전해지길 기원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파인텍 고공농성 현장에서 MBC뉴스 김재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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