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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2백 건 쏟아낸 '입법왕'…'복붙' 생색내기

3일간 2백 건 쏟아낸 '입법왕'…'복붙' 생색내기
입력 2018-12-24 20:33 | 수정 2018-12-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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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올 한해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총 6천3백여 건, 숫자로는 사상 최대입니다.

    특히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1년 동안 340개의 법안을 발의해서 이른바 '입법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 의원의 발의 내역을 살펴봤더니 단 사흘만에 220개의 법안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입법왕의 숨겨진 비밀을 오현석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 리포트 ▶

    한 통신사가 주관한 '대한민국 소비자만족대상' 시상식.

    올해 의정 활동을 가장 잘한 의정 부문 대상 수상자로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인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뽑혔습니다.

    [황주홍/민주평화당 의원]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황 의원의 의정활동 성적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입법왕'으로 불리는 황 의원이 올해 제출한 법안만 3백40건.

    19대 국회 '입법왕'인 이명수 의원이 4년 동안 제출한 법안 보다도 78건이나 많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따져봤습니다.

    우선 날짜를 확인해보니 이달 들어 단 사흘만에 무려 2백 19개의 법안이 쏟아졌습니다.

    성차별을 없애는 '유리천장 위원회'를 공공기관마다 설치하자는 내용입니다.

    이렇게 공공기관마다 똑같은 법을 복사해서 붙이는 이른바 '복붙 법안'을 만들다보니, 2백개 넘는 법안이 나온 겁니다.

    "법제처와 협의를 했는데, 개별 공공기관 (법률)마다 하나하나씩 설치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자문을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리는 경우는 또 있습니다.

    전체 내용 중에 한두 글자만 바꾸는 이른바 '글자갈이' 법안은 본회의마다 빠지지 않고 올라옵니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 (지난 8월)]
    "일본식 한자인 '게기(揭記)된'을 '규정된'으로 정비한 내용으로 일반 국민의 법률에 대한 이해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가 타당하다고 보아…"

    '당해'를 '해당'으로 수정하는 법안은 올해 발의된 것만 24건, 비슷한 법 개정안이 매년 수백 건 넘게 제출됩니다.

    국회가 민생입법 대신 맞춤법 검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

    오죽하면 글자만 고치는 법은 법사위에서 한꺼번에 모아 처리하자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나왔습니다.

    [금태섭/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법을 개정해야) 양질의 법안 심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의 삶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민생 법안에 국회의원들의 업무 초점을 더 맞출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보다 꼼꼼히 감시하지 않는 한 법안의 질보다 양을 앞세우는 '입법왕'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오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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