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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이 간다] 2만 볼트 고압선을 손으로…"매일이 아찔"

[마봉춘이 간다] 2만 볼트 고압선을 손으로…"매일이 아찔"
입력 2018-03-16 07:17 | 수정 2018-03-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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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만 볼트가 넘는 고압 전류를 매일 같이 직접 손으로 만지며 작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자파 걱정은 고사하고 감전이라도 되면 생명이 위태롭다보니 늘 목숨을 걸다시피 일할 수 밖에 없다는데요.

    <마봉춘이 간다>에서 이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전신주 위 지상 10미터에서 보이는 모습.

    하지만 수십 년 이곳에서 작업해 온 전기공은 몰아치는 바람이나 아찔한 높이의 작업 현장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는데요.

    바로 세 가닥 전선 안에 흐르는 2만 2천9백 볼트의 고압 전류입니다.

    [한전 협력업체 직원]
    "겁나죠. 저희도 이거. 이거(방연복) 해도 솜털이 바짝바짝 서요. 지금"

    전선을 건드릴 때마다 나는 소음.

    고압 전류가 공기로 방전되는 현상인 일명 아크 방전인데요.

    [이명훈/한전 협력업체 직원]
    "(전류가) 계속 몸으로 흘러요. 그러니까 하루 종일 고압선을 만진 날은 집에 가도 윙윙거리고"

    전기가 흐르는 상태에서 고압 전선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작업하는 방식이다 보니, 감전 등의 사고도 끊이지 않습니다.

    전체 전기공 4천여 명 가운데 지난 5년간 사망자만 33명.

    모두 한국전력 정규직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들입니다.

    [김양섭/일용직 전기공]
    "사망한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 생각하면 뭐 해요. 지금 또? 가슴만 아프지."

    하루 여덟 시간씩 고압선을 자르는 전기원 생활만 35년째라는 최용규 씨.

    감전 사고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곁에서 보면서 작업에 더 주의를 기울여 왔지만 3년 전 자꾸 눈꺼풀이 쳐져 병원을 찾았다는데요.

    최 씨가 받은 진단은 서서히 근력이 약해지는 중증 근무력증.

    여기에 병명도 낯선 원인불명의 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최용규/한전 협력업체 직원]
    "'근무력증'이 있는 환자는 거의 흉선암이 동반된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주말마다 산악자전거를 즐길 만큼 건강을 자신했던 터라, 매일 접하다시피 했던 고압선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는 최 씨.

    [최용규]
    "지금 제가 하는 작업이나 이런 걸 느낌을 봐서는 영향이 있다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고 보거든요."

    실제 전기공을 대상으로 한 자체 역학조사에선 각종 암 등 직업성 질환으로 의심되는 환자만 79명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최근 이들 중 한 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업병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김재연/민중당 대변인(지난 7일)]
    "2만 2천9백 볼트 고압을 다루던 중에 백혈병으로 숨진 전기 노동자에 대해서 전자파로 인한 직업병이 인정된다는…"

    하지만 전자파와 질병 간의 인과 관계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보니 질환에 대한 추적조사나 특수건강검진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석원희/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위원장]
    "체내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런 질병이 중대 재해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으로 하나 둘 쓰러지는 동료들을 보면서도 다시 전신주에 올라야 하는 이들.

    [최용규]
    "일단 겁이 나기 때문에 회의감이 먼저 드는 거죠. 다른 직업을 해보려고 마음도 많이 먹었지만 직업 구하기도 어렵고…."

    <마봉춘이 간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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