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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랑아로 몰아 강제노역…"국가가 만든 지옥"

부랑아로 몰아 강제노역…"국가가 만든 지옥"
입력 2018-06-23 06:16 | 수정 2018-06-23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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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수천 명의 아이들을 부랑아로 낙인 찍어 집단수용한 뒤 강제노역과 폭력을 휘두른 섬이 있습니다.

    1940년부터 40여 년간 벌어진 일인데 인권위가 국가가 벌인 폭력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신재웅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산의 선감도, 1km 가까운 다리가 섬과 육지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섬 한가운데는 폐교처럼 변한 선감학원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부랑아라며 모아 수용하던 곳입니다.

    일제시대 때 처음 만들어져,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대규모 격리 시설이 됐습니다.

    ['대한뉴스' (1961년 6월)]
    "700여 명의 거리의 천사들을 구해서 불쌍한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고 있는데…."

    최소 13살이 넘는 아이들이 대상이었지만 실적을 채우려는 공무원과 경찰은 10살도 안 된 아이들까지 섬으로 보냈습니다.

    더러운 옷을 입었다는 게 끌려온 이유였습니다.

    [김영배/1960년대 '선감학원' 피해자]
    "옷이 좀 남루해서…그 당시에 옷 깨끗이 입고 다니는 사람 몇이나 됐어요. 어린 아이들이 대상이 된 것이죠."

    축사나 염전의 강제 노역, 성폭행과 일상이 된 집단 구타로 어린 아이들이 죽어갔습니다.

    [곽은수/1970년대 '선감학원' 피해자]
    "물을 뿌려 놓고 맞았어요. 나는 물을…지금도 증인이 다 있으니까…(회초리 10개가) 다 부러졌어요. 피투성이가 됐는데도 때리는 거야. 안되니까 곡괭이 자루로 때렸고…."

    견디다 못해 섬을 탈출하려는 경우도 있었지만 살아서 바다를 건넌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김영배/1960년대 '선감학원' 피해자]
    "도망가다 실패한 사람은 대개 한 3~4일 지나면 선감도 쪽으로 이렇게 떠밀려 올 때도 있어요. 퉁퉁 불어서…."

    선감학원에 몇 명이 수용됐었는지는 기록이 아예 없습니다.

    이곳을 퇴원한 아동만 공식적으로 4710명.

    이 중 830여 명이 중간에 사라졌습니다.

    인권위 조사결과 피해자의 절반이 부랑 생활이 아닌 가족과 함께 살다 갑자기 끌려왔습니다.

    [조영선/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대부분 경찰 또는 관계 공무원들에 의해서 본인의 의사와 반해서 왔다는 점에서 국가의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설은 40년간 운영되다 1982년 폐쇄됐습니다.

    인권위는 선감학원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설립됐으면서도 경기도의 직할 기관으로 운영됐다며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신재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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