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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현장] 밤잠 설치는 '재개발 해제지역'

[투데이 현장] 밤잠 설치는 '재개발 해제지역'
입력 2018-07-04 07:30 | 수정 2018-07-0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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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투데이 현장입니다.

    한 달 전 발생한 용산 붕괴 사고 이후 노후 건물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는데요.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불안해서 밤잠을 설치는 동네가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합니다.

    김수산 리포터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경희궁 뒤편에 위치한 종로구 사직 2구역.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들이 곳곳에 보이는데요.

    수년째 방치된 집안은 성한 데가 없을 만큼 낡았고,

    붕괴를 막기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기둥마저 부식됐습니다.

    비만 오면 무너질까 걱정인 옹벽은 철근 지지대를 받쳐 지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건물 외벽은 손으로 밀기만 해도 금세 무너질 듯 흔들립니다.

    이 동네 주택 180여 채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비슷한 상태입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김영미 할머니는 보증금 없이 월세만 30만 원인 단칸방에서 20년째 살고 있습니다.

    빗물이 고여 몇 번이나 무너질 뻔한 천막 지붕엔 일부러 구멍을 냈다는데요.

    [김영미/주민]
    "비가 좀 많이 오면 여기 완전 폭포수에요. (그래서 저기 일부러 구멍 뚫어 놓으셨구나?) 물 빠지라고. 여기 지붕 전체 물이 다 여기로 쏟아지니까 많이 새죠."

    조금씩 내려앉던 천장은 급기야 장롱 위까지 덮쳤고, 급한 마음에 방 안에 철근 기둥을 세워 천장을 떠받쳤습니다.

    [정진철/주민]
    "다 내려앉고, 여기 장롱으로 받쳐가지고 있어요. 장롱이 이렇게 돼 있어야 해요. 여기 쇳덩어리가 그대로 있는 거예요."

    재개발이 추진되던 이 지역은 인근 한양도성의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면서, 지난해 말 주거환경 정비사업 구역에서 해제됐습니다.

    종로구청이 붕괴 직전의 주택들을 재난위험시설로 관리하고 있지만, 사유재산이라 개보수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데요.

    [사직 2구역 주민]
    "(집 주인들이) 집만 사놓으시고 그냥 세놓고 개발될 때 비싸게 팔고 이러시는 것 같더라고요. 무너지거나 흙이 좀 내려앉거나 이런 부분은 불안한데 집주인들은 그냥 신경을 잘 안 쓰시죠."

    역시 3년 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이 동네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전체 2백 집 가운데 10채 이상은 이미 붕괴됐습니다.

    [서정국/주민]
    "무너지니까 미리 (철거를) 해놓은 거죠. 일부러 부순 거예요. 이사 가고 싶은데 경제적인 것 때문에…"

    대부분 외지인 소유라 철거도 제때 이뤄지지 않는 데다, 다닥다닥 붙은 노후 주택들이 자칫 연쇄 붕괴로 이어질까 봐 주민들은 더 불안합니다.

    [성북 4구역 주민]
    "이거 부순 거는 너무 위험한 거죠. 집이 흔들거리고 쓰러지기 직전인데…"

    재개발 사업이 중단된 이후 지자체도, 집 주인도 손을 놓아버린 동네가 서울에만 3백 곳이 넘는데요.

    장마와 태풍 소식에 매일 밤잠을 설치는 이곳엔,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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