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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오아시스] '조선어학회' 사건 다룬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게 듣는 뒷얘기

[경제 오아시스] '조선어학회' 사건 다룬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에게 듣는 뒷얘기
입력 2019-01-18 14:43 | 수정 2019-01-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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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창씨개명'과 '조선어 말살' 정책을 펴던 일제 강점기,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극장가에서 감동을 모으고 있습니다.

    1940년대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우리 영화 <말모이> 인데요.

    엄유나 감독님 이 자리에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안녕하세요?

    ◀ 앵커 ▶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하신 <말모이>가 지금 흥행 순항 중인데요.

    보시는 심경은 좀 어떠세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제가 직접 시나리오를 써서 연출을 하고 관객분들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되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지금 관객분들께서 많은 성원과 응원을 함께해 주시고 계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 앵커 ▶

    이 '말모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이게 무슨 뜻인가? 싶은데 "말을 모은다", 그래서 주시경 선생님께서 남기셨던 최초의 한글 사전 원고. 그러니까 즉,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라고 하죠. 이 말모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배경이라든지 계기가 있으셨나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저도 주시경 선생님이나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었다는 것 정도만, 교과서에서 배운 상식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요.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다큐멘터리에서 조선어학회가 만든 사전에 전국의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게 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일제강점기에 잘못하면 탄압을 당할 수도 있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대가도 없이 보상도 없이 말을 모으고 마음을 모았다는 그 사람들의 마음이 되게 귀하게 느껴져서 그 감동을 관객들에게 같이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앵커 ▶

    감독님은 이전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택시운전사>의 각본도 쓰셨잖아요.

    상업영화 각본을 쓰시자마자 '1000만 작가'가 되신 건데, 이번 영화도 실제 있었던 조선어학회 사건이 모티브죠.

    이렇게 역사적인 사건에서 소재를 가져오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요. 영화가 결국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까 저 역시 사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사람이라는 게 결국 나, 우리,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역사적 사실, 시대의 아픔,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그러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앵커 ▶

    역사적인 사건인 '팩트'에다가 소설적인 상상력, '픽션'을 더했다고 해서 '팩션'이라고 하는 장르잖아요.

    이런 걸 쓰실 때는 어느 정도까지 역사적 사실을 담을 것이냐, 어느 정도까지 상상력을 넣을 것이냐가 상당히 고민이 되실 것 같은데 어떤 나름대로의 집필이나 구성의 비결이나 원칙이 있으신가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그런 것보다는요. 기록 영화와는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는 영화만의 문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해서.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말모이 같은 경우에도 극중의 실제 인물들은 실존하는 인물이라기보다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라서요. 창작된 이야기입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이번 <말모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디까지가 실존 인물이고 어디까지 허구의 인물인가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실제로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었고 그 사전에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지만요.

    극중에 등장하는 김판수나 류정환, 조선어학회 대표, 회원들 모두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인물입니다.

    ◀ 앵커 ▶

    그러니까 그 한 명 한 명의 그래도 어떤 모델로 삼으신 그 실존 인물들은 있으신 거죠?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영화를 준비하면서 조선어학회에 관련된 분들, 조선어학회 회원분들에 대한 자료 조사나 공부는 많이 했고요.

    그 공부한 걸 바탕으로 만들어진 인물인 거죠.

    ◀ 앵커 ▶

    예전에 계셨던 분들의 특성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인물을 창작을 해내시고 그런 방법으로 만드셨군요.

    이 영화를 보신 많은 관객들이 또 유해진 배우, 주인공 김판수 역을 연기한 이분 연기를 너무나 극찬을 하고 계신데 시나리오를 집필하실 때부터 이 유해진 배우를 염두에 두셨다고 하더라고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맞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이 이야기가 저한테는 평범한 사람들의 귀한 마음에서부터 시작했던 거여서요.

    '귀한 사람'이 주인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저는 이제 예전부터 유해진이라는 배우분이 되게 귀한 배우로 느껴졌어요.

    어떤 영화에서나 어떤 역할을 하시든 되게 빛나는 배우이시기도 하고 그리고 또 하나는 제목이 <말모이>니만큼 우리 말과 글을 소재로 하고 있어서 우리 말의 재미, 맛깔스러움이 잘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유해진 배우는 평범한 대사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주시는 배우이셔서요.

    ◀ 앵커 ▶

    정말 적격인 캐스팅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또 이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 역을 맡은 윤계상 배우의 연기도 상당히 저는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러니까 친일파인 아버지와 다른 길을 가야 하는 그런 어떤 고민이나 책임감, 이렇게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사실상은 내면은 인간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이분을 캐스팅하는 데도 어떤 이유가 있으셨나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저는 류정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각본 작업을 하던 즈음에 윤계상 배우분의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어요.

    그래서 출연작들을 호기심에 검색을 해봤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셨더라고요.

    사람이 자기가 걸어온 길이 그 사람을 드러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작품 목록들에서 배우 윤계상이라는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 의지, 그리고 윤계상이라는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았고 되게 멋있다고 느꼈는데 그게 극중 류정환이랑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 앵커 ▶

    그러면 이 두 주인공 배우들 이야기도 한 번 직접 들어볼까요?

    ◀ 영상 ▶

    [유해진/'김판수' 역]
    "흔하지 않은 얘기인 것 같고 순한 맛이 느껴지는 영화라고 할까 그런 생각 이 들어서..우리 말에 대한 거라서 의미도 있고 순한 맛이 좋았습니다. 영화가 이쁘장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윤계상/'류정환' 역]
    "특별한 어떤 사람이 특별한 능력에 의해서 무엇을 이루어 나가는 것보다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삼고 인간적인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교감하면서 큰 일을 만들어지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정환이도 완벽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친일파였고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글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모습들… 그게 너무 저도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굉장히 끌렸던 거 같아요."

    ◀ 앵커 ▶

    감독님께서 쓰신 두 이야기, <택시운전사>와 <말모이>에 상당히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어떤 소시민적인 삶을 살던 사람이 역사적인 거대한 흐름에 휘말려서 어느 순간 선택을 하게 되는데 그게 되게 중요하게, 변곡점이 되는 그런 이야기인 것 같아요.

    이런 평범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선택을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시대극일수록 지금 시대- 동시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거의 사실을 다루고 있지만 그게 단지 과거 속, 역사 속 어떤 위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어떤 의미와 재미가 전달되었으면 좋겠고 그게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 앵커 ▶

    또 그런 개인이 현실적인 고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신념에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그 지점이 참 감동적인데요, 그런 부분에도 많이 주목을 하시는 것 같아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그러니까 일단 소재를 접했을 때 제일 먼저 드는 질문은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지금의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고 그러면서 그 사람들의 그런 선택들이 더 값지고 귀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요.

    ◀ 앵커 ▶

    그렇게 주제는 묵직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한데요.

    촬영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한번 메이킹 영상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 앵커 ▶

    배우 유해진 씨는 정말 즉흥 연기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으신데 정말 그러신가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즉흥 연기도 정말 잘하시지만요, 기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오세요.

    대본 연구를 많이 하시고 지금 저것도 본인이 준비해서 오신 대사.

    ◀ 앵커 ▶

    지금 딸 역할로 나오는 아역 배우에게 연기 지도도 해주고 계신가 봐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네, 아들하고 딸이 있는 설정인데 진짜 가족처럼 많이 가르쳐주셨죠.

    ◀ 앵커 ▶

    즉석에서 배우들끼리 저렇게 다양하게 의견 교환도 하고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다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요.

    대사를 주고받는 호흡이라든가 장면 구상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들이 되게 많았습니다.

    ◀ 앵커 ▶

    즉석에서 그런 의견 교환을 통해서 만들어진 장면들도 많이 있었겠네요.

    촬영 현장 분위기도 참 활기가 넘쳤던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으실까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매 장면이 다 기억에 남기는 하는데요.

    딱 질문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장면은 실제로 저희가 촬영을 하면서 조선어학회가 10년 동안 모아왔던 단어장이며 원고, 사전을 만들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모아놨던 자료를 일본군에 다 뺏겨버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촬영을 위해서 텅 빈 현장을 마주하는데 저도 호흡이 이렇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저뿐 아니라 배우분들도 감정에 워낙에 힘들어하셨고 눈물도 많이 흘리시고.

    ◀ 앵커 ▶

    그게 실제가 아니라 영화적으로 만들어진 세트장인데도 그 현장을 보고?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그렇죠.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저희끼리 그런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러니까 잠깐의 촬영에도 저희 마음이 이런데, 당시에 조선어학회 분들은 어떤 심정이였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 앵커 ▶

    사실 이 '말과 글'을 영화화한다는 게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주기에는 참 어려운 소재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그에 따른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주변의 우려와 걱정이 있긴 했어요.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말과 글을 소재로 하다보니까 게다가 제가 이제 신인 감독, 첫 작품이다 보니까 그런 걱정들이 있으셨는데 다행히 정말 좋은 배우분들하고 정말 좋은 제작진들이 함께 뜻을 모아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셔서 이야기가 하고자 하는 취지에도 공감해주시고 해서 크게 어려움은 없이 진행됐습니다.

    ◀ 앵커 ▶

    감독님이 쓰신 그 이야기의 내용과 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일제강점기에 또 우리 말, 글을 목숨 걸고 지켜주신 이야기를 촬영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 좀 색다른 분위기도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저부터도 말을 하는데 외래어나 일본어를 쓰는 게 되게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촬영 전에 이렇게 촬영을 하겠다라고 다 같이 공유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려서 장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책으로 같이 나누어 보는데 그거를 보통 '콘티북'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저희 영화 같은 경우는 말모이 콘티북 같은 경우에 말모이 '그림책'이라는 제목으로 나가서 이제 그것을 공유하게 되었고. 현장에서도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편인데 그것을 안 쓰려고 되게 많이 노력했었고.

    ◀ 앵커 ▶

    촬영 관련 용어들이 일제 잔재가 많이 남아 있나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안 쓰려고 노력했었고 혹여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들이 나오면 바로 "아, 죄송합니다" 하고 바른 말로 바꿔서 가기도 하고 했습니다.

    ◀ 앵커 ▶

    영화를 보면서 내 이름을 두고 일본 이름으로 불리는 '창씨개명'에 대한 부분이 많이 나오잖아요.

    참 너무 치욕스럽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는데 당시 자료들, 관련 자료들을 조사해보시면 당시 일제의 우리 말과 글 탄압 정말 심각했죠?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나라를 뺏긴다는 게 결국 국토를 뺏긴다는 것 이상으로 너무 많은 것을 빼았겼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료를 보면서.

    창씨개명에 대한 강제나 강압도 너무 심했고, 그리고 실제로 조선어학회 사건 이후에 조선어학회 관계자들, 회원분들이 잡혀가셔서 고문 당한 기록도 많이 남아 있는데 그 기록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마음이 아프죠.

    ◀ 앵커 ▶

    덕분에 '말모이'라는 아주 고운 우리 말을 새로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준비하시면서 또 새롭게 발견하신 어떤 의미나 뜻을 발견하시게 된 우리 말이 있다면 소개 좀 해주세요.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저는 그 어떤 말보다 '우리'라는 말이 일단 너무 좋아졌어요.

    우리라는 말을 평소에도 많이 쓰잖아요.

    그런데 별 의식 없이 쓰다가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영화', '우리들'이라는… '우리'라는 단어가 제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의미가 깊은 단어가 아닐까 싶고요.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은 민들레나 호떡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 앵커 ▶

    알겠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저희 아들과 함께 관람을 했는데 보고 나오더니 바로 말투가 달라지더라고요.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영화 <말모이> 엄유나 감독과 함께 했고요.

    오늘 나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엄유나/영화 '말모이' 감독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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