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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 규제 강행…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日 수출 규제 강행…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입력 2019-08-02 17:19 | 수정 2019-08-0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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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본이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이달 말부터 1,100개가 넘는 품목이 수출 규제 심사대상에 오르게 되는데요.

    우리 경제에 어떠한 타격이 있을지,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네 안녕하세요.

    ◀ 앵커 ▶

    이번 결정을 두고, '경제 침략'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우려가 큽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때보다 훨씬 더 파장이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이미 한 달 전에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을 때부터 큰 파장이 일었죠.

    한국경제에서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어마어마하고 (작년 수출 20.9%, GDP 7.8%), 반도체 경기에 한국 경제 전체가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알고 한국경제의 급소를 찌르는 행동을 한 것이니까

    오늘 결정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대상품목이 3개에서 857개로 늘어난 것.

    전략물자 1120개 중 비민감품목은 기존 규제 대상이었던 반도체 3개 품목을 포함해 857개. 백색국가는 이 비민감품목에 대해 3년에 한 번 포괄허가를 받으면 되는데, 이제는 일일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입할 때마다 90일간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상황.

    게다가, 비전략물자 중에서도 일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나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품목은 자의적으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일본은 군사용으로 쓸 우려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신속하게 허가를 내주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앞선 규제 대상인 반도체 소재가 지난 한 달간 단 1건의 수출허가도 받지 못한 점을 미뤄볼 때 일본이 규제를 악용할 소지가 다분함

    일본은 자신의 국가전략에 입각해서 자신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한국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수출을 틀어쥘 것으로 예상됨.

    따라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무역분쟁이 아니라 일본의 대한 경제침략이다라는 얘기가 나옴. 미중 무역분쟁이 무역분쟁을 넘어 기술패권을 다투는 패권경쟁인 것과 같이 일본의 이번 조치는 한국경제가 일본의 종속적 파트너의 지위를 넘어서서 앞으로 뻗어나가는 것을 막으려는 일본의 속셈이 있는 것

    ◀ 앵커 ▶

    '일본도 바로 이런 점을 노린 것이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우리나라는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한국의 높은 무역의존도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나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 등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 경제의 취약점으로 항상 지적되어온 사항. 특히 반도체 단일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도 약점. 일본이 이를 노린 것.

    일본에 맞불작전을 놓자는 얘기도 있지만 수출의존도와 수입의존도를 합한 무역의존도는 한국이 68.8%인 반면 일본은 28.1%에 불과해서 손익계산이 근본적으로 다름

    아무튼 이미 우리 경제는 상당한 어려움에 빠져있고, 금년 성장률 전망치도 각 기관이 앞 다투어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

    지난 달 한국은행이 성장률을 2.5%에서 2.2%로 수정했는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더 내려갈 것으로 보임.

    외국 기관들은 상당수가 1%대 까지 하향조정한 상황. 모건스탠리는 일본 규제발표 후 전망치를 2.2%에서 1.8%로 하향조정(??)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0.1%포인트는 약 1조 9천억원, 0.5%포인트는 9조5천억원- 그만큼의 소득, 소비,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

    이렇게 우리 경제의 전망이 어두워지는데 수출의 감소가 큰 몫을 하고 있음.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8개월째 연속 감소세이고, 7월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11.0%가 줄었음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의 단기간 급감세는 심각한 리스크 요인이기는 하지만. 수출액 감소가 주로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이고 수출물량이 줄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국내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제한적임

    문제는 앞으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반도체를 비롯해서 주요 산업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것. 또한 불확실성의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더욱 꺼리게 될 것이라는 점. 그래서 갈수록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금년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걱정됨

    ◀ 앵커 ▶

    원장님은 이런 취약점을 만들어낸 원인으로 '단기적 성과주의'를 꼽으셨습니다.

    어떤 이유인가요?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외국인이 한국말 배울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

    과거 정부주도 산업화를 하던 고동성장기에 빨리빨리. 대충대충. 쉬운 길로 가려는 버릇이 형성됨.

    검증된 방식을 빠르게 쫓아 성과를 내려하는 단기적 성과주의로 인해 긴 안목의 기술개발에 소홀했고, 단 하나의 원천기술도 개발하지 못함

    한국기업에 오랜 기간 기술과 숙련을 축적해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없고, 한국경제에 새로운 개념에 입각한 설계능력이 결여 ?> 부품 소재 산업에서 뒤쳐진 가장 근본적인 원인

    불화수소만 하더라도 8년 전 한 중소기업이 순도높은 불화수소를 개발했는데 대기업이 함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음

    2001년 이종호 원광대 교수팀이 3차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삼성전자 찾아갔지만 받아주지 않아 인텔에 기술이 팔렸고 2011년 세계최초로 3차원 반도체를 생산 -->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것을 하지 않고 검증된 방식을 선택하고 추격해 성장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이제는 고도성장기가 아니고 더 이상 이런 ‘남의 것 따라하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기술패권 경쟁이 펼쳐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이런 방식은 한국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

    ◀ 앵커 ▶

    자유무역을 통해 이미 세계가 그물망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를 포함한 6대 전자업계에서도 '빠른 해결 노력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일 양국에 발송하기도 했죠.

    세계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일본이 받을 타격은 무엇인지?)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은 제품의 설계, 부품과 원재료의 조달, 생산, 유통, 판매까지 각 과정이 다수의 국가와 지역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체계를 의미

    기초과학이 강한 일본 : 소재와 부품 수출 -> 한국 타이완이 이 재료로 반도체를 제조해 수출 -> 중국, 일본 미국이 IT 완제품을 만듬 (기술, 자원, 비용 면에서 각자 유리한 품목을 생산해 상호 교역하는 국제 분업구조)

    전체 글로벌 밸류체인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고, 사슬 안의 일본도 힘들어질 것

    한일 양국은 지난 50년 동안 형성된 국제분업 체계 속에서 긴밀한 상호 보완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여기에 균열이 생기면 모두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됨

    국제무역질서를 해치는 아베 정부의 일방적 조치가 명분이 없을뿐더러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피해를 입는 나라들의 반발을 감안하면 궁극적으로 아베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

    하지만 아베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양해를 얻어 하는 행동이고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한국에 본때를 보이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또한 일본에 비해 우리는 훨씬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 뼈아프다.

    ◀ 앵커 ▶

    반도체 단가 하락에다 세계 경제 하강, 이번에 수출규제 여파까지 겹쳐서 수출이 8개월째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가계 소비도 늘지 않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몇 가지 다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먼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단기적 성과주의에서 벗어날 것

    단기 성과주의에 집착하면 장기적으로 혁신부진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짐

    우리나라는 20년째 잠재성장률 하락 중. 특히 제조업 분야 경쟁력이 하락 (개별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 틀을 전환해야 함 (기업은 시장경쟁에 맡겨서 경쟁력없는 기업은 망하고 잘하는 기업은 성장하도록 유도 / 사람은 망하지 않도록 교육과 복지에 예산을 쏟아야 함)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기업이 스스로 존망을 걸고 대응책 마련하도록. 기술개발, 공급망 구축, 리스크 관리 잘못한 책임. 왜 세금으로 대기업 도와주나.

    단,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발단된 문제라서 정부책임도 일부 있고 또한 산업정책 차원에서 접근도 있고 하니 정부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주축인 부품 소재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여 대일 의존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라서 당분간 심각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으니, 이로 인한 국민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우선적 임무. 즉, 재정확대를 통해 더 이상의 경기악화를 막아야 하고, 단순히 돈을 푸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세수 감소에 대한 대응이다. 기업과 가계가 모두 수입이 감소하니까 돈을 아껴 써야 한다고 판단하는 시점에서 정부가 같이 돈을 아낀다면 악순환이 벌어진다. 남은 3년 50조원씩 지출을 늘려 사람에게 투자해야한다

    ◀ 앵커 ▶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정부가 빚을 내면 미래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과 ▶

    앞으로 3년은 정부가 적자를 감당해야해. 현세대가 투자를 하는 것은 후세대에게도 도움 됨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돈을 빌리면 채무와 채권도 물려주는 것 현세대가 투자를 잘하면 후세대에 도움이 되는 것

    교육, 복지, 기후변화 등 미래에 투자해야 함.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장기적이고 과감한 투자는 정부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한다.

    ◀ 앵커 ▶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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