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930MBC뉴스
기자이미지 최유찬

"내 자식이지만 너무 뛰어나"…"딸과 추억 만들려"

"내 자식이지만 너무 뛰어나"…"딸과 추억 만들려"
입력 2019-10-16 09:44 | 수정 2019-10-16 09:51
재생목록
    ◀ 앵커 ▶

    국내 학술정보포털, 디비피아에 실린 논문과 발표문을 확인해봤더니, 고등학생 저자는 1천 2백여 명, 이들이 참여한 연구물은 4백 건이 넘었습니다.

    이 학생들이 어떻게 연구물에 이름을 올리게 됐는지 추적을 해봤습니다.

    최유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2년 한 학회에 실린 학술 발표문과 2014년에 등재된 의학 논문.

    두 자료 모두 구 씨 성을 가진 고등학생이 제1저자와 2저자로 올라왔습니다.

    책임저자인 교수의 성과 똑같습니다.

    해당 학생의 아버지인 서울대병원 구 모 교수입니다.

    아들과 함께 이름을 올린 이유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교수님 나와서 말씀 좀 하시죠. 구 교수님!"

    수차례 병원과 자택도 찾았지만 구 교수는 간호사실로 피하거나 "환자가 많다"는 이유를 대며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다만 "해당 논문은 아들 대학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연구 역량은 소명할 수 있다"는 서면답변만 보내왔습니다.

    미성년자와 함께 쓴 논문을 모두 신고하라는 교육부 지시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선 출판 당시 아들이 대학생, 성인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탐사기획팀은 고등학생 저자가 포함된 논문 4백여 건에 대해, 대학 97곳과 교수 등 102명에게 질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거나 직접 찾아가 고등학생이 누군지 파악했습니다.

    부모가 교수인 경우가 수두룩했습니다.

    [손00 인하대 교수]
    "부모 자식들 키우는 입장에서 그냥 자식과의 추억? 같이 공동의 노력, 어디 숙제를 했다고 쳐봐요. 유치원에서 숙제도 아빠랑 뭐 같이하고 (그런 거죠)."

    자녀가 똑똑했고, 연구도 열심히 했다는 게 교수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습니다.

    [강00 고려대 연구교수]
    "프로그램을 굉장히 잘하거든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어요. 제가 논문 작성법만 지도를 했어요."

    다만 교수 부모 덕을 본 이른바 '아빠 찬스', '엄마 찬스'였다는 건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조00 제주대 교수]
    "목수집에서 나무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적었다, 이런 건 논점이 될 수 없지만, 좀 슬픈 일이긴 하지만 그런(논문 집필) 기회가 이런 애들한테 있었던 거는 사실이죠."

    고등학생 아들, 딸과 함께 논문을 쓴 것으로 확인된 교수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명지대 등 13명입니다.

    대학 강단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어서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나 국책기관 직원 3명도 그랬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00 기상청 서기관]
    "자식이 있는데 몰라라 할 수 있어요? 일상생활 살아가면서 교통법규 위반할 수 있고, 그걸 다 따지면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어요?"

    부모와 자녀가 논문을 함께 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더 많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하거나 많은 교수들이 "내 아들이 맞다, 아니다" "딸이다, 아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밝히길 꺼려서 확인이 쉽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