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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살 중국인 광복군 "그때 우리는 형제였다"

103살 중국인 광복군 "그때 우리는 형제였다"
입력 2019-01-02 20:08 | 수정 2019-01-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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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00년 전, 중국인이지만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MBC 취재진과 만난 쑤징허 지사도 임시정부의 광복군에서 활동한 분입니다.

    지금 연세가 백세가 넘으셨습니다.

    그는 당시 받은 광복군 총사령관의 포상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조국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상하이 푸동신구의 6층짜리 허름한 아파트.

    103세의 쑤징허 지사가 여생을 보내는 곳입니다.

    쑤지사는 1940년대 한국 광복군에서 활약했습니다.

    난징에서 시안까지 1천여 km.

    광복군 입대를 원하는 조선인들을 이동시키는 역할이었습니다.

    [쑤시링/쑤징허 지사 아들]
    "매우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일본군에게 걸리면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는 일이었죠."

    쑤지사는 안중근 의사의 조카인 안춘생 광복군 대장과 특히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안춘생/광복군 대장(생전 인터뷰)]
    "자기 생명을 무릅쓰고 일본 군대가 점령한 지역에 들어가서 모병을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겠느냐…"

    광복과 함께 안춘생 대장이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두 사람은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러던 1993년, 헤어진 지 50년이 다 돼서야 안 대장의 편지 한통이 쑤 지사에게 전달됐습니다.

    "그 오랜 세월을 단절된 상태로 지냈다."

    "지난날을 회상할 때마다 형님의 노고가 떠오른다."

    "어느새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노인이 됐지만 다시 만나 함께 회포 풀 날을 기대한다."

    목숨 걸고 함께 싸웠던 '전우'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이 켜켜이 새겨져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묵묵히 앉아 있던 쑤 지사는 안 대장 얘기가 나오자 힘겹게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쑤징허/지사]
    "그들(조일문, 안춘생)은 제 도움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들과 저, 우리는 같은 꿈을 꿨던 독립운동가였습니다."

    방 한가운데 액자에 담겨 고이 보관된 1946년 이청천 광복군 총사령관의 포상장을 쑤 지사는 평생의 자랑으로 삼아왔습니다.

    함께 해줘 고마웠다는 말에 쑤 지사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말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쑤징허/지사]
    "아닙니다. 고마울 게 아닙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형제였기 때문입니다."

    MBC뉴스 조국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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