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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오가는데 "보호자 먼저 부르세요" 기막힌 사연

'골든타임' 오가는데 "보호자 먼저 부르세요" 기막힌 사연
입력 2019-01-03 20:21 | 수정 2019-01-0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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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급하게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병원에서 '보호자'를 찾으면서 마냥 기다리게 하는 경우, 경험해보신 분들, 있으시죠.

    자, 이렇게 병원측의 요구로 무작정 보호자를 기다리다가,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쳐서 생명이 위독해지는, 더 나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응급·의료법상, 보호자가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한 기막힌 사연을 통해서 이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남재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임신 20주였던 한 산모가 새벽에 갑작스러운 복통을 호소하며 119구급차를 부릅니다.

    구급대원은 산모를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당시 출동 구급대원]
    "(통증이 심해서) 대화가 단답형으로 밖에 대답할 수 없는 정도였습니다. 거동이 불가능해서 저희가 들것으로 이송을 했거든요."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5시 47분.

    하지만 이 병원은 새벽에 응급 환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담당의사]
    "새벽에는 저희 병원 당직이 아기를 받는 당직이지 이런 증상인 환자들은 새벽에는 검사가 안 됩니다."

    병원에는 자체 구급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의사는 환자를 곧바로 큰 병원으로 옮기는 대신 보호자부터 찾습니다.

    [담당의사]
    "4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왔어요. 보호자가 와서 모시고 가는 게 맞다 싶어서. 그냥 보냈을 때 보호자가 또 난리 칩니다. 왜 허락 없이 보내느냐고"

    병원이 찾던 보호자, 즉 남편은 출장 중이었습니다.

    환자는 친정어머니가 도착할 때까지 1시간 넘게 기다린 뒤에야 차로 10분 거리에 있던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집니다.

    앞서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대기시간 동안 계속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당시 산모의 진료 차트입니다.

    비명과 몸부림을 치며 병원에 도착했는데 곧 심정지가 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결국, 태아는 숨졌고, 산모는 자궁파열과 뇌경색 후유증까지 앓게 됐습니다.

    [편현수/남편]
    "더 이상 진료할 게 없었으면 빨리 이송을 시켰으면 됐는데 바로 이송이 안 돼서 그런 부분이 아쉬움이 많습니다. 병원을 너무 믿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응급의료법에는 의사가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보호자 동의 없이도 환자를 긴급 이송을 시키거나 수술도 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또 보호자가 없더라도 본의 동의를 받는 것만으로도 병원을 옮기거나 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의료현장에서는 나중에 병원비 결제나 소송 같은 갈등을 우려해 무작정 보호자를 찾는 경우도 많습니다.

    [정현석/의료전문 변호사]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동의를 받아서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러다보니 기왕이면 보호자 내지는 누군가의 동의를 받아서 환자를 전원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이른바 '방어 진료'를 하다 보면 치료시간이 지체되거나 병원을 옮겨 다니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실제 병원을 옮겨 다닌 전원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 환자의 사망률보다 3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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