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이기주
[단독] 한국판 '캐치 미 이프 유 캔?' 조종사 행세 사기 행각
[단독] 한국판 '캐치 미 이프 유 캔?' 조종사 행세 사기 행각
입력
2019-01-03 20:26
|
수정 2019-01-0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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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항공사 부기장 복장을 하고 조종사라고 속인 뒤, 여러 여성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잠적하는 '영화 소재'로 나왔던 사기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복장 뿐 아니라 만나는 장소도 주로 공항 주변이었고, 보안 구역까지 자유롭게 출입을 하다보니까 감쪽같이 속았다고 하는데요.
이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조종사 복장을 한 남성이 출입증을 찍고 항공사 건물로 들어옵니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가 싶더니, 여성 승무원이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대형 항공사 조종사인 신 모 씨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작년 여름, 세탁소를 운영하며 혼자 사는 여성 김 모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유니폼 바지도 갖다주고, 와이셔츠도 갖고 와서 수선실에 맡겨달라 그러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조종사 유니폼을 자주 맡기며 단골이 된 남성.
김 씨는 공군사관학교 50기 출신의 부기장이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항공사 직원들이) 가면 쓰고 시위했었잖아요. 근데 가면을 진짜 보여주면서 이거 쓰고 했다면서 이렇게 쓰고요."
인천공항에 함께 놀러가면 남성은 항공사 승무원만 출입할 수 있는 내부 시설까지 출입증을 찍고 들어갔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이렇게 (출입증) 찍어서 들어가고, 들어가면 저기다가 아까처럼 이렇게 이거 대고…(엘리베이터를 탔어요?) 네."
비행을 다녀왔다며 선물을 사오고, 집에 있는 TV까지 새 걸로 바꿔준 남성은 얼마 뒤 김 씨에게 7천만 원을 빌려 잠적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기장 승진 케이스가 있는데 로비 자금으로 해달라고 계속…항상 현금으로 빼서 (달라고)…"
CCTV에 잡힌 잠적 당시 남성의 모습.
인천의 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대형 배낭과 짐을 챙기고, 승무원 캐리어까지 꺼내 들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잠적하기 전, 남성은 또 다른 여성도 만나고 있었습니다.
선물 공세로 여성의 이모부에게 환심을 산 뒤,
[박 모 씨/피해 여성 이모부]
"아버님, 제가 오늘 벨트가 좋은 게 있어서 제가 아버님 드리려고 샀습니다 (이러면서)…선심을 사려고 하는 거예요."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박 모 씨/피해 여성 이모부]
"기장으로 승진할 때 5명한테 2천만 원씩 로비를 해야 합니다 (라면서)…"
여성의 이모부가 항공사 재직증명서를 요구하자, 남성은 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결혼까지 약속한 여성이 남성에게 6천만원을 빌려준 뒤였습니다.
[박 모 씨/피해 여성 이모부]
"얘(조카)는 자살하기 직전이야. 진짜 피해를 많이 봤거든…"
공항 엘리베이터에서도, 커피숍에서도, 백화점에서도, 주택가에서도, 조종사 옷을 살뜰히 챙겨입고 다녔던 남성.
하지만 이 남성은 조종사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항공사에 동명이인의 조종사가 있긴 했지만 생김새도, 나이도, 출신 학교도 모두 달랐습니다.
[항공사 관계자]
"(남성이) 목에 걸고 다닌 출입증은 외주사 직원의 분실 카드였고, 지니고 있던 사원증도 위조돼 당사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사 50기 출신이라는 말도 거짓이었습니다.
[공사 총동창회 관계자]
"공사 50기에 신OO은 없어요. 신 씨라고는 없어요. 공사 출신은 아니에요."
지금까지 피해가 확인된 여성만 모두 4명, 피해 금액은 2억원에 육박합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저도 그동안 되게 힘들었어요. 그 돈 제가 대신 다 갚고 한다고…그게 인간이에요, 그게…"
피해여성들은 조종사 행세를 하며 돈을 뜯어간 이 남성을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지만, 남성의 행방은 아직 묘연합니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항공사 부기장 복장을 하고 조종사라고 속인 뒤, 여러 여성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잠적하는 '영화 소재'로 나왔던 사기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복장 뿐 아니라 만나는 장소도 주로 공항 주변이었고, 보안 구역까지 자유롭게 출입을 하다보니까 감쪽같이 속았다고 하는데요.
이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조종사 복장을 한 남성이 출입증을 찍고 항공사 건물로 들어옵니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는가 싶더니, 여성 승무원이 들어오자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갑니다.
대형 항공사 조종사인 신 모 씨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작년 여름, 세탁소를 운영하며 혼자 사는 여성 김 모 씨에게 접근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유니폼 바지도 갖다주고, 와이셔츠도 갖고 와서 수선실에 맡겨달라 그러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조종사 유니폼을 자주 맡기며 단골이 된 남성.
김 씨는 공군사관학교 50기 출신의 부기장이라는 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항공사 직원들이) 가면 쓰고 시위했었잖아요. 근데 가면을 진짜 보여주면서 이거 쓰고 했다면서 이렇게 쓰고요."
인천공항에 함께 놀러가면 남성은 항공사 승무원만 출입할 수 있는 내부 시설까지 출입증을 찍고 들어갔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이렇게 (출입증) 찍어서 들어가고, 들어가면 저기다가 아까처럼 이렇게 이거 대고…(엘리베이터를 탔어요?) 네."
비행을 다녀왔다며 선물을 사오고, 집에 있는 TV까지 새 걸로 바꿔준 남성은 얼마 뒤 김 씨에게 7천만 원을 빌려 잠적했습니다.
[김 모 씨/피해 여성]
"기장 승진 케이스가 있는데 로비 자금으로 해달라고 계속…항상 현금으로 빼서 (달라고)…"
CCTV에 잡힌 잠적 당시 남성의 모습.
인천의 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대형 배낭과 짐을 챙기고, 승무원 캐리어까지 꺼내 들고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잠적하기 전, 남성은 또 다른 여성도 만나고 있었습니다.
선물 공세로 여성의 이모부에게 환심을 산 뒤,
[박 모 씨/피해 여성 이모부]
"아버님, 제가 오늘 벨트가 좋은 게 있어서 제가 아버님 드리려고 샀습니다 (이러면서)…선심을 사려고 하는 거예요."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박 모 씨/피해 여성 이모부]
"기장으로 승진할 때 5명한테 2천만 원씩 로비를 해야 합니다 (라면서)…"
여성의 이모부가 항공사 재직증명서를 요구하자, 남성은 바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이미 결혼까지 약속한 여성이 남성에게 6천만원을 빌려준 뒤였습니다.
[박 모 씨/피해 여성 이모부]
"얘(조카)는 자살하기 직전이야. 진짜 피해를 많이 봤거든…"
공항 엘리베이터에서도, 커피숍에서도, 백화점에서도, 주택가에서도, 조종사 옷을 살뜰히 챙겨입고 다녔던 남성.
하지만 이 남성은 조종사가 아니었습니다.
해당 항공사에 동명이인의 조종사가 있긴 했지만 생김새도, 나이도, 출신 학교도 모두 달랐습니다.
[항공사 관계자]
"(남성이) 목에 걸고 다닌 출입증은 외주사 직원의 분실 카드였고, 지니고 있던 사원증도 위조돼 당사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사 50기 출신이라는 말도 거짓이었습니다.
[공사 총동창회 관계자]
"공사 50기에 신OO은 없어요. 신 씨라고는 없어요. 공사 출신은 아니에요."
지금까지 피해가 확인된 여성만 모두 4명, 피해 금액은 2억원에 육박합니다.
[또 다른 피해 여성]
"저도 그동안 되게 힘들었어요. 그 돈 제가 대신 다 갚고 한다고…그게 인간이에요, 그게…"
피해여성들은 조종사 행세를 하며 돈을 뜯어간 이 남성을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고소했지만, 남성의 행방은 아직 묘연합니다.
MBC뉴스 이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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