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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겠단 돼지 위로 흙을"…'살처분' 트라우마 심각

"살겠단 돼지 위로 흙을"…'살처분' 트라우마 심각
입력 2019-01-04 20:33 | 수정 2019-01-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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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구제역 같은 가축 전염병이 돌면 어김없이 대규모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죠.

    가축들이 산 채로 떼죽음 당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작업자들의 정신적인 충격도 심각하다고 합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들의 정신적 피해를 줄이라고 정부에 권고했는데요.

    윤수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구제역에 걸린 돼지들을 굴착기가 산 채로 구덩이에 밀어넣습니다.

    공포를 느낀 돼지들이 괴성을 쏟아내고, 살처분 작업을 지켜보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공무원인 이여송 씨는 10년 가까이 지난 살처분 작업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생매장한 돼지와 소만 수십만 마리였습니다.

    [이여송/경기도 이천시 공무원]
    “막 엉키고 뭐 그냥 파도 치죠. 살려고. 또 흙 덮고 그러면 그 위로 또 튀어 올라오면 그나마 또 막 때리고…"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뒤따르는 대규모 살처분.

    최근 5년간 이 작업에 동원된 사람은 연인원으로 9만 명이나 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살처분에 참여한 26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리적 충격과 죄책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살처분 참여자는 작업 뒤 6개월 내에 자치단체에 신청하면 심리치료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고 알더라도 치료를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송오영/인권위 사회인권과장]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그 사건을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치료를 신청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살처분 작업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갈수록 많이 동원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목표량을 할당받다 보니 비인도적인 행위를 피할 도리가 없습니다.

    ['살처분' 일용직 참여자]
    "어차피 반은 죽어있고 반은 살아있는데 살아있는 것은 또 잡아서 죽여야 하고…정말 시간에 또 쫓겨서 일을 하자나요."

    인권위는 살처분 작업자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국가 지원을 의무적으로 안내하라고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에 권고했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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