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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뒤덮고 배설물 폭탄…지자체 '까마귀 현상금'까지 걸었다

도심 뒤덮고 배설물 폭탄…지자체 '까마귀 현상금'까지 걸었다
입력 2019-01-04 20:36 | 수정 2019-01-0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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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도심에 날아든 수천 마리의 까마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쏟아지는 배설물에 정전까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으면서 지자체에서는 현상금까지 내걸고 까마귀 떼와의 전쟁에 나섰습니다.

    이준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 질 녘 경기도 수원 외곽의 논.

    까마귀가 하나 둘 모여듭니다.

    대충 눈으로 봐도 천 마리는 넘어 보이는데, 해가 완전히 떨어질 때쯤엔 숫자가 두 배로 불어납니다.

    대열을 정비하듯 전신주 수백 미터 위에 나란히 올라서더니,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어디론가 향합니다.

    까마귀가 도착한 곳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수원 도심.

    순식간에 전선과 가로등을 점령합니다.

    시베리아에서 지내다 겨울에만 찾아오는 철새 '떼까마귀'입니다.

    주로 울산이나 전북의 농경지에서만 관찰됐는데, 2년 전부터는 수원 도심에 출몰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근처 논밭에서 먹이를 먹고 밤에는 시가지에서 휴식을 취하는 겁니다.

    시내 곳곳이 까마귀 배설물로 도배되는 건 기본, '흉조'로 알려져 있다보니 괜히 불안하고.

    [유연경/수원시 팔달구]
    "막 머리 위로 날아오진 않을지 무섭기도 하고 그냥 쭉 앉아 있으니까 왠지 좀 불운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가게 주인들도 울상입니다.

    [엄창용/옷가게 운영]
    "밖에다 못 내놓죠 저녁때는. (왜요?) 까마귀 떼가 저 전깃줄에 새까맣게 앉아서 똥을 싸니까요."

    심지어 까마귀떼로 인한 정전 사고까지 일어나자.

    [이희자/음식점 운영]
    "불이 왜 나갔을까 (궁금해서) 연락을 했죠 한전에…그랬더니 (한전에서) 오더니 '까마귀가 선을 끊어 놨다'더라고…"

    매와 독수리 소리가 나오는 스피커까지 등장했습니다.

    [최민호/병원 직원]
    "병원에는 어쨌든 전기가 단전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이걸(스피커를) 부득이하게 설치하게 됐습니다."

    지자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조류 퇴치용 레이저를 쏴서 쫓아 보지만 오히려 일거리만 더 생깁니다.

    까마귀가 자리를 계속 옮기면서 오물을 쏟아내는 통에 청소할 데만 늘어납니다.

    [김성덕/수원시청 '떼까마귀 기동단']
    "(청소해서) 깨끗해지면 저희도 좀 보람이 있겠는데 일은 힘든데 별로 이렇게 육안으로 나타나는 게 없어서요."

    배설물 폭탄을 맞은 차량은 하루에도 수십 대.

    전깃줄 아래 차를 대지 말라는 안내문까지 돌리지만 역부족.

    급기야 지자체는 현상금까지 내걸었습니다.

    까마귀의 출몰 시점과 장소를 영상과 함께 보내면 커피 쿠폰 같은 상품을 주는 겁니다.

    "이거 박쥐 아니야?

    "아오 징그러."

    그럼 떼까마귀는 왜 도심에, 또 하고많은 도시 가운데 수원에 나타난 걸까요?

    일단 환경적인 요인 때문입니다.

    먹이가 많은 농경지가 바로 근처에 있고, 따듯해서 새들이 좋아하는 전선도 많은데다, 바람을 막아주는 고층 건물까지…철새인 떼까마귀가 잠시 머물기엔 최적의 조건입니다.

    또, 한번 온 곳을 계속 찾는 철새의 특성 때문에 매년 수원에만 출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무부/경희대 명예교수]
    "우연히 철새들이 (수원을) 지나다가 여기 환경이 좋다 보니까 계속해서 여기 머물게 되고 많은 철새들이 겨울 동안에 머물게 되는 거죠."

    최근 떼까마귀가 인근 화성시 시내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진 떼까마귀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적은 없다고 방역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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