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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 광장' 이끌던 아고라…역사 속으로

'온라인 여론 광장' 이끌던 아고라…역사 속으로
입력 2019-01-07 20:40 | 수정 2019-01-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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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2천 년 대 중후반, 여기저기서 분출하던 크고 작은 여론의 물줄기를 거대한 저수지처럼 담아냈던 공론의 장…하면 '다음 아고라'를 떠올리실 겁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집회, 또 미네르바 사건 중심에 모두 아고라가 자리했습니다.

    그 사이버 광장, 아고라가 오늘 문을 닫았습니다.

    이필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인터넷 게시글 3천여만 건, 청원 20만 건, 온라인 서명운동 4천5백만 건.

    지난 14년 1개월 동안 아고라가 남긴 대기록입니다.

    2004년 12월 출범 당시 주식과 부동산 등 생활 정보를 주로 다루던 아고라는, 이명박 정부 초기 본격적인 정치 사회 공론장으로 거듭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었습니다.

    아고라를 통해 결집한 여론은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정부는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했습니다.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목소리를 낼 공간이 없는 사람들이 쉽게 목소리를 냈는데 그동안 어떻게 접촉해야 될지 모르는 언론들에서 오히려 그걸 관심을 가져주게 됐잖아요. 그러면서 더 주목을 받은 거죠."

    아고라의 정점은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이었습니다.

    2008년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 불린 필명 미네르바 박대성씨의 글들이 아고라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경제위기를 분석한 글들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내용이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마침내 정부는 박대성씨를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구속하고 아고라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습니다.

    [박대성/필명 '미네르바']
    "소규모 기업체나 여러분,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썼습니다.)"

    이후 아고라는 포털 첫 화면에서 영원히 사라졌고, 아고라로 연결되는 접속 경로도 하나 둘 끊겼습니다.

    그리고 아고라는 다시는 예전의 영향력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권오현/당시 아고라 개발팀 리더]
    "많이 본 뉴스 하단에 아고라랑 이런 것들이 같이 나왔었는데 이것도 지금 아예 없으니까…"

    회사 내부적으로도 아고라의 서비스 기능 개선은 중단됐고 더 이상의 투자는 없었습니다.

    [권오현/당시 아고라 개발팀 리더]
    "팀장님이 검찰에 갔다 왔다고 하는 얘기들을 우리가 듣고 광고 수주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얘기들이 내부에서 공공연하게 돌았었죠."

    그 사이 아고라의 공론장 기능은 SNS와 유튜브가 이어받았고, 아고라의 청원 기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서비스로 이어졌습니다.

    2천 년대 중후반,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공론장을 꿈꿨던 아고라는 국내 정치적 상황과 새로운 기술에 밀려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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