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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에 "망치로 개 도살 멈춰달라"…알고 보니 태국 뉴스

국민청원에 "망치로 개 도살 멈춰달라"…알고 보니 태국 뉴스
입력 2019-01-13 20:17 | 수정 2019-01-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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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청와대 국민청원은 여론을 환기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오늘 소개해드릴 망치로 개를 폭행했다는 청원처럼 가짜 뉴스, 확인되지 않은 주장.

    때로는 마녀사냥식 청원까지 마구 올라와 갈등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청와대는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작했는데요.

    김민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개 도살을 멈춰달라"며 개가 피를 흘리며 젖을 주는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동물보호 활동가의 목격담이라면서 "경기도 군포의 개 농장에서 망치로 개 머리를 내리쳤고, 머리를 다친 개는 새끼에게 젖을 물리며 죽었다"고 전했습니다.

    인터넷 뉴스와 SNS를 통해 순식간에 글과 사진이 퍼졌고, 한 달도 안 돼 20만 명이 청원에 동의했습니다.

    급기야 동물권 단체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청와대가 빨리 입장을 내놓으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은 사실일까?

    2016년 10월, 태국의 방송 프로그램.

    머리에 피를 흘리는 개가 새끼에게 젖을 주는 사연을 소개합니다.

    [태국 방송 (2016년)]
    "어미 개는 차 사고로 눈이 튀어나오고 아프지만 자기 강아지에게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태국에서 교통사고 당한 개가 한국에선 망치로 맞아 죽은 개로 둔갑한 겁니다.

    가짜뉴스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식용개 사육 농가는 검찰 고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주영봉/육견협회 사무총장]
    "개고기를 먹으면 나쁜 놈, 야만인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니라 전부 거짓 된 것을 프레임으로 만들어 뒤집어 씌우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청원 동의가 20만 건을 넘은 '중국 알루미늄 공장을 막아주세요'라는 글.

    "중국 기업이 환경 규제 때문에 자기 나라엔 알루미늄 공장을 못 짓고, 전남 광양에 세우려고 한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숨이라도 쉬면서 살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글이 퍼지면서 중국 공장이 들어오면 수도권까지 미세먼지로 뒤덮일 거란 주장까지 나왔지만,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중국 정부 규제 때문에 공장이 한국으로 오는 것도 아닐 뿐더러, 광양 공장은 알루미늄 제련이 아닌 가공만 하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정동재/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
    "게시판에 올릴 수 있는 글과 올릴 수 없는 글에 대한 제한이 없거든요. 사실상 거의 모든 글들이 무제한적으로 청와대 게시판으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고요."

    지금까지 올라 온 국민청원은 약 38만 건.

    이 가운데 가짜뉴스였거나 명예훼손 등에 해당해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삭제한 글은 7만 건이 넘습니다.

    MBC뉴스 김민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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