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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차단 합숙에선 "코치가 왕"…폭행 불씨 키운다

외부차단 합숙에선 "코치가 왕"…폭행 불씨 키운다
입력 2019-01-18 20:23 | 수정 2019-01-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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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앞서 보신 피해학생이 코치에게 폭행을 당한 장소, 다름 아닌 전지훈련 합숙소였습니다.

    심석희 신유용 선수의 미투로 촉발된, 체육계 성폭력 문제도, 이런 선수촌이나 기숙사 같은 '합숙 시스템'이 진원지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까, 폭력이 만연해도 은폐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코치가 '왕'으로 군림하는 합숙훈련의 실태를 한수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조재범 전 코치가 심석희 선수를 성폭행한 곳은 태릉과 진천 선수촌입니다.

    유도 신유용 선수 역시 고등학교 합숙훈련 과정에서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신유용/전 유도선수(지난 14일)]
    "(합숙소에서) '너는 내 방을 청소하러 와라' 라고 해서 그 방을 갔을 때 성폭행이… 빨래, '우체국 좀 갔다와라', 이런 자잘자잘한 잔심부름을 하는 그런 학생이 '따까리'입니다."

    부산의 한 중학교 운동부 기숙사에선 코치가 학생 선수를, 그 학생이 후배 선수를 성추행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대구의 한 고등학교 운동부 기숙사에선 후배 선수의 몸을 눈만 남기고 청테이프로 칭칭 감는 선배들의 가혹행위와 상습 폭행도 있었습니다.

    [피해학생]
    "저희는 선배들 마루타였어요."

    [피해학생]
    "특정 부위에 파스를 뿌리거나 바르고 잡아당기고…"

    부모와 떨어진 폐쇄적인 합숙훈련 시스템에선 선수들이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코치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어, 마치 코치가 왕으로 군림하는 강력한 위계 관계가 형성되는 겁니다.

    어린 학생들은 복종해야 하고, 폭력, 성폭력에도 저항하기 어렵습니다.

    [정윤수/스포츠평론가]
    "핸드폰 반납은 물론이고 기상시간, 일몰시간, 다 철저하게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여야만 되기 때문에 이 사회와 단절이 되면서 신체가 완전히 통제되는 것이죠."

    실제로 최근 대한체육회가 초중고 학생 선수를 포함한 일반선수 1천 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가장 많이 당한 장소가 '숙소'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미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합숙소 폐지를 권고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서울은 중고등학교 60곳, 경기도도 고등학교 83곳에서 운동부 기숙사가 여전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물론 멀리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 선수들을 위해선 기숙사가 필요하단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또 올림픽 금메달, 전국체전 1,2등, 체육 특기생 입시 등을 중요시하는 현실에서 합숙 훈련 전면 폐지는 선수들 스스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 쇼트트랙 선수]
    "체육 스포츠 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충분히 클럽 문화가 가능하지만, 선수촌 자체가 없으면 훈련을 하기 힘든 종목이 많기 때문에…"

    하지만 코치가 왕처럼 군림하는 폐쇄적 운영 방식은 당장 개선돼야한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학생선수 6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합숙문화 전반을 전수조사하고, 학원 스포츠 혁신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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