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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14년간 '3조' 퍼주고도…"배차 조정" 한마디 못해

[바로간다] 14년간 '3조' 퍼주고도…"배차 조정" 한마디 못해
입력 2019-01-18 20:32 | 수정 2019-01-1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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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기사는 기사대로 난폭 운행을 하고 승객은 승객대로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지만 서울시는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영도 아니고 공영도 아닌 준공영이라는 딱지 때문입니다.

    이 낯선 용어, 준공영은 대체 뭐길래 세금은 세금대로 퍼주고, 감독은 제대로 못하게 된 건지 이남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14년 동안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원한 세금은 3조원이 넘습니다.

    지원 근거는 달랑 한 장짜리, 이 서류가 전부입니다.

    지난 2004년 맺어진 서울시와 버스운송사업조합 간의 협약서.

    적자인 경우 서울시가 세금으로 적정 이윤을 챙겨주고, 버스 업체의 사업 면허와 경영권도 보장해 주기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협약서 어느 곳에도 경영 감독이나 운행 조정 같은 강제 조항은 적혀 있지 않습니다.

    매년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데도, 서울시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는 겁니다.

    준공영제를 도입한 건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위해 버스 노선 변경 등을 시도하다, 이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버스 회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서둘러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영수/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준공영제가)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까 약간 사인 간의 계약 성격이 강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정부가 공적 규제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14년전 이렇게 맺어진 협약서는 지금도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우이신설선 경전철이 개통된 이후 비슷한 구간을 지나는 버스 이용객이 27%까지 줄었지만, 서울시는 버스 대수를 한 대도 감축하지 못했습니다.

    서울시가 버스조합 측에 감축을 요구해도, 조합이 강제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는 겁니다.

    결국, 서울시는 매년 140억원이 넘는 우이선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면서 동시에 늘어나는 버스 적자도 계속 세금으로 채워주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더구나 서울시와 버스회사 간 협약은 무기한 계약이라, 이제와서 서울시가 버스 회사들을 상대로 규제에 나서기도 어렵습니다.

    그나마 외부위원들이 참여해 지원금을 감독하는 버스정책시민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김상철/전 서울버스정책시민위원]
    "이것(지원액 결정)을 서면결의로 하는 것도 웃기지만 실제로 그 결의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됐는지 (결과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식 준공영제는 지자체 입장에서 돈만 주면 쉽게 운영할 수 있어 별다른 검토도 없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제대로 감독되지 않는 세금이 마구잡이로 지원되다보니 이를 횡령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 지원금 6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버스회사 사장 등 42명이 검거됐고 인천에서도 지원금 23억여 원을 횡령한 버스회사 사장 4명이 붙잡혔습니다.

    전국 지자체에서 준공영제로 집행되는 예산은 매년 8천억원에 달합니다.

    지금이라도 준공영제를 규제할 법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회에서는 아직 제대로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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