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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양보받으면 기분 나빠"…58년 개띠 '新중년'

"자리 양보받으면 기분 나빠"…58년 개띠 '新중년'
입력 2019-01-26 20:31 | 수정 2019-01-2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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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소위 58년 개띠를 필두로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면서, 앞으로 10년 안에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한 명은 60세 이상이 됩니다.

    노인이라기엔 아직 젊죠.

    신 중년, 50 플러스, 영 올드… 등 지칭하는 말도 다양합니다.

    오늘과 내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이 세대의 특징과 우리 사회에서의 역할을 집중 조명해보겠습니다.

    노경진, 김경호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현직 다큐멘터리 감독의 촬영기법 강의, 스마트폰으로 촬영 실습을 하는 수강생들은 모두 60대 안팎입니다.

    옆 교실에선 영상 편집 강의가 한창입니다.

    강좌명을 알아보니 '영상을 이용한 자기 PR하기' 은퇴할 나이인데 왜 배우는지 궁금했습니다.

    [박우성/59]
    "요즘 애들 보니까 다 영상으로 처리가 되더라고요. 제가 지난달에 퇴직을 했거든요. 앞으로 10년은 더 뭔가를 해야하는데 영상을 좀 배워서 활용하는 게 가장 가성비라 그럴까…"

    은행 지점장까지 지낸 우정식 씨는 퇴직한 뒤 고객 상담 경험을 살려 취업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전문 성우에게 낭독 기법도 배웁니다.

    [우정식/59]
    "어 정말 고객분들께서 재무상담만 하는게 아니라 그런 분들이 가정상담까지 본인의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얘기 해주시거든요. 그런 걸 다 들어주고 같이 해주고 아 이런게 상담이었는데, 제가 그때 깨닫게 된 겁니다."

    서울시가 50대 60대를 위해 만든 교육재단에는 이렇게 은퇴를 했거나 곧 앞둔 이들이 몰려듭니다.

    대부분 작년에 만 60세가 된, 소위 '58년 개띠'를 필두로 한 베이비붐 세대들인데, 지금까지의 은퇴세대와는 아주 다릅니다.

    [김영대 이사장/서울시 50플러스재단]
    "(베이비붐세대들은) 30,40대에 정보화 시대를 맞이했어요. 그리고 이제 막 60이 가까이 되면서 4차산업시대라고 하는 큰 산업의 격동을 몇 가지 거치면서 아, 끊임없이 배워야된다는 인식이…"

    인터넷과 sns에서 '은퇴'와 연관된 단어들을 추출해봤습니다.

    최근 3년치인데요, 자녀, 연금 같은 단어는 줄었고 미래, 방법, 정보 이런 단어가 많아졌습니다.

    노년의 삶을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준비한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는 걸 엿볼 수 있는데요, 취미는 젊은 세대보다 역동적입니다.

    2,3,40대가 예능, 드라마나 스포츠 관전 등 앉아서 즐기는게 많은 반면, 50대 이후 세대들은 댄스, 트레킹처럼 직접 움직이는 게 많았습니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한 몸에 능력도 있고 시간까지 넉넉하니, 말그대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세대입니다.

    이들을 그냥 노인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우정식/59]
    "제가 인생을 계절로 바라봐서 4계절 중에 가을..초가을로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김영대 이사장/서울시 50플러스재단]
    "누가 자리 비켜주면 정말 기분 나쁜…"

    [김정구 차장/다음소프트]
    "시니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시는 분(60대)들은 당신들 나이가 아닌 그 윗세대 70대 분들부터 노년이라고 얘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정부는 '신중년'이라는 명칭으로, 서울시는 아예 60,70 으로 이어지는 숫자를 빼버리고 '50 플러스'로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에선 일찍부터 '젊은 노인' 자로 'YO 세대'라고 부릅니다.'

    [조영태 교수/서울대 보건대학원]
    "내가 50대 중후반이 되었어요. 근데 내가 위를 쳐다봤을 때 위가 별로 없으면 그러면 나도 이제 가나보다 이런 생각이 들텐데 그게 아니라 완전히 위에 많으시면 엄청난 인구압박을 받거든요. 인구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나는 생존을 해야하는 거예요. 계속…"

    58년생 77만명 59년생 82만명 60년생 91만명 우리 사회가 맞이해야 할 새로운 세대입니다.

    10년 안에 인구 5명중 1명은 이 세대인데, 이들의 능력과 열정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고 있을까요?

    ◀ 리포트 ▶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서 일하는 예순세살의 문윤기 씨.

    문 씨는 여기서 하루 종일 로비와 복도, 계단 등을 청소합니다.

    중소기업 임원을 끝으로 재작년 퇴직한 문씨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의 취업교육을 받은 뒤 이곳에 재취업 했습니다.

    [문윤기/63세]
    “여기에 입사한 이후로 그냥 제 눈앞에 보이는 쓰레기만 보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인 거 같아서요."

    아내와 두 식구인 문씨 가족의 한달 생활비는 150만 원 가량.

    여기에 노모의 요양비가 50만원씩 들어갑니다.

    국민연금은 일시불로 받아 자녀 결혼자금에 보태주고 나니 여기서 버는 2백만원 안팎의 월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합니다.

    [문윤기]
    "자식들한테 제 생활비 보조를 전혀 안 받습니다. 저는 저대로 제가 벌어서 어머니하고 아내를 제가 부양하는 거죠."

    우리나라 5,60대가 노부모나 성인자녀의 부양비로 쓰는 돈은 월평균 118만 원.

    5,60대 가구 셋 중 하나는 노부모와 성인자녀를 동시에 챙기는 이른바 ‘더블 케어’를 하고 있고, 손주가 있는 가구의 40%는 손주 양육까지 맡는 '트리플 케어' 상태입니다.

    결국 직장에서 은퇴해도 일에서는 은퇴할 수 없어 줄줄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취업박람회에 가보면, 청년 구직자보다 은퇴 구직자가 더 많습니다.

    [손석광/57세]
    “막막해요. 하던 일, 평생 그것만 했었으니까. 새로운 일을 찾는다는 게 막막한 생각도 들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인데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게 되니까."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새 일자리는 대부분 경력과 상관없는 단순노무나 생산직입니다.

    이들이 수십년간 일터에서 쌓은 경험을 우리 사회가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36살의 청년 사업가 김완근씨는 재작년, 조립식 한옥 짓는 기업을 창업했습니다.

    전통한옥은 건축비가 많이 들어 고민이었는데, 정부의 '장년인재 서포터즈'를 통해 건축회사에서 퇴직한 62살의 이창엽 씨를 만났습니다.

    김 대표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이 씨의 경험을 결합하자 사업화할 길이 열렸습니다.

    [김완근/청년창업기업 대표]
    “사업적인 경력뿐 아니라 인생의 선배님으로서 여러 가지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많이 갖고 계시더라고요.”

    [이창엽/62세]
    “나도 더 젊어진 것 같고, 내 또래 나이 든 사람들보다 젊은이들과 어울리니까 다시 청춘을 되찾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많이 듭니다."

    노인이라 하기엔 너무 젊은 그들.

    우리 경제를 이만큼 성장시킨 베이비붐 세대의 식지않은 열정과 경륜이 허무하게 사장되지 않도록 맞춤형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MBC뉴스 김경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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