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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탈탈 턴다는 '태움'…"또 누가 목숨 끊을지"

영혼 탈탈 턴다는 '태움'…"또 누가 목숨 끊을지"
입력 2019-01-26 20:34 | 수정 2019-01-2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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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달 초 서울의료원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죠.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혹독하게 가르치는 관행,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하는데, 이 나쁜 관행이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요.

    박진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병원 외과 병동에서 근무하는 정자현 씨.

    8년차 간호사의 능숙한 손길에도 일을 하다보면 숨 쉴 틈조차 없습니다.

    [정자현/간호사]
    "방광염은 일상적으로 달고 있는 질환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화장실을 못 가기도 하고 5분 안에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환자의 폭행이나 폭언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정자현/간호사]
    "다가오셔서 욕하고 당장 의사 나오라고 이렇게 손가락질하시면서… 맞은 적도 있었어요. 항의도 못 하고 환자 보호자 분은 내가 뭘 잘못했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시면서…"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인구 1천명당 6.8명으로, OECD 국가 평균(9.5)보다 훨씬 적습니다.

    결국 인력 부족은 업무 강도를 높이고 일을 해내려면 '태움' 같은 혹독한 교육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겁니다.

    [이지은/간호사]
    "잘하려다 보니까, 혼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거든요. 근데 이제 직장 생활 처음 하는 신규들은 저도 당했고, 뭐라고만 하고, 심지어 막 이렇게 때리기도 하고… 그때 이제 사직 욕구가 생기는 거죠. 내가 이렇게까지 맞으면서…"

    실제 간호사 10명 중 3명 이상이 1년 이내에 사표를 냅니다.

    특히 태움 과정에서 이뤄지는 인권 침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지은/간호사]
    "그냥 '이거 안 한 거 하고 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되는데 인신공격까지 가는 거죠. '너는 학교 어디 나왔니. 부모님은 이렇게 하는 거 아니. 머리는 장식으로 달렸니…'"

    태움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교육전담간호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곽순헌/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
    "환자 돌봄 전혀 없이 교육만 전담하는 선배 간호사…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게 됐고, 이것을 확대해 나가는 게 이제 앞으로의 과제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화영/보건의료노조]
    "간호사 1명당 볼 수 있는 환자 수만 사실 한 두 명만 줄여주더라도 크게 도움이 되는 거지, 그 인력을 굳이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태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존 간호사들이 떠나지 않도록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박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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