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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됐다" 환자 호소하자…"원래 그랬다" 슬쩍

"마비됐다" 환자 호소하자…"원래 그랬다" 슬쩍
입력 2019-01-30 20:34 | 수정 2019-01-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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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허리 수술을 받고 하반신이 마비된 30대 환자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수술받기 전에 이미 마비증세가 있었다는 병원측 진료기록 때문이었는데 반전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환자가 진료기록의 이력을 모두 볼 수 있는 '진료기록 블랙박스법'이 새로 생겼기 때문인데, 이미 마비증세가 있었다는 진료기록은 수술이 끝난 뒤에 병원이 추가한 거였습니다.

    윤정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8살 이 모 씨는 왼쪽 다리에 아무 감각이 없습니다.

    발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데다, 배변 장애까지 있어 늘 기저귀를 차야 합니다.

    4년 전만 해도 아이와 등산을 즐겼던 건장한 체격의 직장인이었던 이씨.

    지팡이를 짚고서야 겨우 걸을 수 있는 이런 상태가 된 건 서랍장을 옮기다 허리를 다쳐 서울의 한 척추 전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부터입니다.

    [이 모 씨/왼쪽 하반신 마비 환자]
    "수술 끝나고 눈 떠보니 그냥 뭐 양다리가 배꼽 아래는 다 쥐나는 느낌… 마비 오고 힘 하나도 안 들어가고, 뭐 꼬집어도 모르고, 그래서 놀래서…"

    '차차 나아질거다' 의사의 말과는 달리 증세는 더욱 악화됐고, 결국 직장도 그만 둬야했습니다.

    [이 모 씨/왼쪽 하반신 마비 환자]
    "대소변이 나오고 그래서 의자에 10분 이상 못 앉아 있어요. 어떻게 이러고 살 수 있을까. (수술 당시) 서른 다섯 밖에 안됐는데. 그때부터 살 마음이 없었죠."

    이 씨는 의료과실이라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1심 판결은 패소.

    첫 진료 당일에 이미 이 씨가 "대소변이 힘든" 상황이었다고 적힌 병원측 진료기록부가 증거로 채택된 겁니다.

    [이 모 씨/왼쪽 하반신 마비 환자]
    "그런 거 없었어요. 원래 수술 전에 소변이랑 다 화장실 갔다 오라고 하잖아요. 다 갔다 오고 했는데 혼자 다 하고. 문제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진료기록부 원본과 수정본, 접속 기록까지 환자가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진료기록부 수정본까지 받아봤는데, 수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이 씨의 첫 진료 기록 원본엔 '다리 통증'과 '저림 증상'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 대변이 힘들다'는 짧은 한 문장이 수술 이틀 뒤에 추가돼 있었던 겁니다.

    심지어 '배변시 느낌이 없다, 잔뇨감이 있다고 호소했다'는 내용은 수술 한 달 뒤에 추가됐습니다.

    [이 모 씨]
    "아닌데 절대, 그렇게 써놨더라고요. 바꿔놨더라고요."

    병원측은 누락된 진료 내용을 나중에 추가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병원 관계자]
    "저희는 수정이나 이런 게 아니라 환자의 기록을 그냥 추가 기재한 것 뿐이에요."

    수술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씨는 병원측이 수술 뒤에 진료기록부를 수정한 건 책임 회피를 위한 의도된 조작이라며 추가 확보된 증거를 최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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