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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버닝썬' 사건] "그 클럽에만 가면 정신을 잃는다"?…뭐가 있기에

[클럽 '버닝썬' 사건] "그 클럽에만 가면 정신을 잃는다"?…뭐가 있기에
입력 2019-01-31 20:31 | 수정 2019-01-3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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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파문을 며칠 째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클럽과 연관된 또 다른 의혹을 보도하려고 합니다.

    사실 저희가 이 사건을 취재하는 동안, 여러 건의 제보가 들어왔는데요.

    제보의 공통점은 '버닝썬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이후 성폭행까지 당했다' 이겁니다.

    물론 이런 일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고, 피해 입증도 쉽지가 않은데요.

    다만 이런 피해주장을 하는 여성이 한둘이 아니고, 진술도 매우 구체적입니다.

    오늘은 우선 피해자들의 주장과 함께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이문현 기자의 보도입니다.

    ◀ 리포트 ▶

    성추행 시비에 휩싸인 손님을 직원들이 끌고 나가 무차별 폭행한 클럽 버닝썬.

    지난해 문을 연 이 클럽은 가수 승리 씨가 운영에 참여한다는게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끌어왔습니다.

    한 달 반 전 이 클럽에서 겪은 일을 취재진에게 제보한 20대 여성 K씨.

    K씨는 작년 12월 15일 새벽, 지인과 함께 버닝썬 클럽에 갔다가 지인의 소개로 만난 태국 남성에게 위스키를 받아서 마셨다고 합니다.

    "태국 사람이 위스키를 따라 줬는데, 마실 때마다 저한테 물을 줬어요. 물을 계속 챙겨줬어요."

    주량이 소주 4병에 가깝다는 K씨는 "작은 플라스틱 컵에 담긴 위스키 서너 잔을 받아마셨을 뿐인데, 얼마 뒤 정신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호텔에서 깨어 났을 때 옆에는 클럽에서 위스키를 건넨 태국인이 있었고, 이후 이 태국 남성이 자신을 성폭행했다는 게 K씨 주장입니다.

    "(남자가) 목을 잡아서 침대로 머리를 쾅쾅 (찧었고) 목이 계속 꺾였어요. 그러면서 제가 '죽겠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아서 계속 짓눌렀어요."

    실제로 K씨 진단서를 보면, 목과 흉부에 전치 3주 상처가 났고, 산부인과 소견서엔 열상을 입은 걸로 돼 있습니다.

    "휴지통이 옆에 있었는데 그걸 가져와서 계속 토를 했어요. 갑자기 속이 너무 안좋아 가지고…무섭다고 '(집에) 보내달라'고 했어요. 바닥에 가서 무릎꿇고 빌었어요."

    호텔을 벗어난 K씨는 이후 집에 가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또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약물 검사까지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합니다.

    "제 주량의 정말 조금밖에 미치지 않는 술을 먹고 제가 필름이 끊겼다는 거…(경찰이) '혹시 약물 의심하냐'고 물어봐서 '약물 의심한다'고 얘기했고, 그때 약물검사까지 추가로 하자는 얘기가 나왔고…"

    현재 이 사건은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중입니다.

    또 다른 20대 여성 L모씨.

    L씨 역시 지난해 7월, 혼자 버닝썬 클럽에 갔다가 벌어진 일을 털어놨습니다.

    클럽에서 놀다가 남자 직원의 집에 따라 가서 함께 맥주를 마셨는데,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는 겁니다.

    "그 집에 가서 남자가 친구들이 못오게 됐다고 하고, 일단 자기하고 맥주를 마시자고 해서 맥주를 마셨는데 먹고 잠이 들었어요."

    L씨는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으며, 이후 또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깨어났을 땐 또 다른 버닝썬 클럽 직원이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뭐지 하면서 현실 파악이 안돼다가 내가 지금 낯선 남자하고 누워있고, 심지어 같이 누워있는 이 남자에 대한 기억도 잘 안나고…그리고 옆에는 다른 남자가 누워있더라고요. 공포감이 들고 자괴감도 들고…"

    K씨와 L씨, 두 여성은 공통적으로 버닝썬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들이 마신 술엔 성범죄자가 여성을 성폭행하려 할 때 쓰는 GHB, 일명 '물뽕'이 든 걸로 보입니다.

    형사정책 연구원 자료를 보면, 물뽕을 탄 술을 마시면 15분 안에 의식을 잃고, 이후 일어난 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앞서 본 K 씨 사례처럼 불과 몇 시간만 지나면 약물 성분이 몸에서 빠져나가 약물 검사로도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뽕은 이미 서울 강남 일대 클럽에선 잘 알려진 약물입니다.

    MBC가 '버닝썬 클럽 폭행 사건'를 보도한 바로 다음날, 강남의 모 클럽 직원이 급히 단체 카카오톡 방에 올린 글입니다.

    이 직원은 "사건이 사건인만큼, 여성 흥분제 판매는 중단한다"라면서 "다들 입단속 해주시고, 제품 사용 자제를 부탁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버닝썬 클럽 폭행 보도 이후, SNS를 통해서도 강남 일대 클럽에서 '물뽕'에 당한 걸로 보인다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강남 클럽관계자]
    "그 안에서 약을 하는 게 공공연히 일어나는 일이거거든요."

    서울경찰청은 클럽 버닝썬을 둘러싼 파문이 점점 커지자, 광역수사대에 전담팀을 꾸려 약물 성폭행 의혹도 집중 수사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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