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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찬
[바로간다] 'MBC코인'을 만들었습니다…2만 원·20분에 '뚝딱'
[바로간다] 'MBC코인'을 만들었습니다…2만 원·20분에 '뚝딱'
입력
2019-02-15 20:26
|
수정 2019-02-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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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
바로 간다, 인권사회팀 김민찬 기자입니다.
오늘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요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거래소라고 하면 돈이 오고 가니까 운영도 투명해야 하고, 보안도 철저해야 할 텐데요.
취재해보니,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요.
얼마나 엉망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갔습니다.
작년 11월에 문을 열었다는데, 지금 사무실엔 아무도 없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건물 관리인]
"딱 두 달 쓰고, 두 달도 안 썼어요. 개판이었어요. 사람도 없고요. 쓰지도 않았어요. 월세만 내고 갔다고 보면 돼요."
딱 두 달 사무실을 계약해 사용하더니, 어느 날 야반도주를 했다는 겁니다.
"직원들이 다 새벽에 짐 뺐다고 하더라고요. 도망간 것 같더라고요."
거래소가 문 닫으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졌습니다.
계좌에 넣어둔 돈과 가상화폐가 몽땅 날아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갑자기) '사업 접는다, 홈페이지 접는다, 결국에는 사업 자금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됐다' 난리가 날 거 아니에요."
이번엔 인천으로 갔습니다.
건물 두 개 층을 쓰는 가상화폐 거래소인데 아래층이 텅 비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 봤더니, 여기는 또 보안업체 직원이 막고 있습니다.
[보안업체 직원]
(안녕하세요. MBC에서 나왔는데요.)
"사전 약속하셨나요?"
사무실 여기저기에 있는 보안 요원들.
왜 저러고 있는 걸까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투자자한테 물어봤습니다.
[투자자]
"(출금을) 안 풀어줘서 오늘 대판 한판하려고 온 거예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판 사람들한테 당연히 거래소에서 돈을 넣어줘야 하는데, 석 달 째 계속 안 주고 있다는 겁니다.
[김성환/피해자 대책위]
"'해킹을 당해서 출금해 주지 않고 있다 검수를 해야 한다'라는 명목하에 벌써 몇 개월간 계속 똑같은 말만…"
가상화폐 광풍 이후 우후죽순 거래소가 생겼는데, 상당수가 이런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한 마디로 코인이니 블록체인이니 이런 거 하나도 몰라도 아무나 다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어서입니다.
코인 개발하고 거래소 세우는 게 얼마나 쉬운지 저희가 직접 한번 해봤습니다.
일단 노트북 한 대 갖다 놓고, 코인 만들어 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준비 완료.
[김동은/암호화폐 개발자]
"쉽게 가상화폐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사이트인데 접속을 해서 클릭을 하시고…"
단 돈 2만 원 내고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MBC 코인이라고 이름 짓고, 몇 개를 얼마에 팔 건지만 정했더니 모두 끝났습니다.
코인 하나 만드는 데 20분도 안 걸렸습니다.
"총 1천 이더리움 가치의 'MBC 코인'이 만들어진 거고요."
이렇게 뚝딱 만들었지만, 테스트해보니, 실제 사고팔고, 전송하는 것까지 다 가능했습니다.
보물선 투자 사기 사건 취재하면서, 사기꾼들이 코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다 이런 식이었던 겁니다.
[김동은/암호화폐 개발자]
"다단계 코인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든지 자신이 만든 코인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라든지 그런 조금 악의적인 사용자에 의해서 많이 사용되는 편이죠"
그래도 거래소 세우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코인 제작부터 거래소 설립까지 통째로 대행해주는 업자들이 있었습니다.
턴키 계약하듯이 1억 원을 주면, 모든 걸 다 해주는 겁니다.
[가상화폐 컨설팅 관계자]
"패키지 1억으로 하고 (코인까지 만들어주는 건가요?) 코인까지 만들어주고, 백서까지 만들어주고"
가상화폐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 같은 건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예 필요 없다고 답합니다.
[가상화폐 컨설팅 관계자]
"지금 당장은 그런 기술까진 필요 없어요"
아무나 가상화폐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습니다.
[거래소 투자 피해자]
"통신업만 내면 거래소를 차릴 수 있어서. 중소형 거래소 같은 경우에는 법인만 내고서 계좌를 발급하면은 그 계좌에다가 예치금을 받고…"
기술도 필요 없고, 심사도 필요 없고…
거래소들은 덩치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15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에, 수억 원짜리 외제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신규 거래소 관계자]
"마케팅 비용을 10억에서 20억 정도 책정 중인데, 그에 따라 벤틀리를 주든 람보르기니를 주든"
감시의 눈길도 없다 보니, 코인 가격 부풀리고 거래량 조작하는 일쯤은 비일비재하고,
[문주용/재테크 관련 저자]
"(거래소들이) 가짜 거래량을 만들어 내고 이런 식으로 해서 배당을 하루에 높게는 3%, 4%까지 줘요. 그런데 결국은 모든 코인들이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처음부터 한판 크게 벌인 뒤 사라지겠다고 맘먹고 뛰어든 사기꾼들이 설쳐대고.
[신규 거래소 전 직원]
"(고객) 예수금에서 돈을 빼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10억 이상 뺐었을 거 같고요. 또 아파트가 2채라고 하면 최소 10억…"
결국 투자자만 빈 깡통을 찹니다.
"완전 무법천지에요. 거래소가 입출금을 안 해주는 경우가 사실 많거든요. 나는 돈이 필요해서 출금을 하겠다는 데 내 돈을 내가 찾을 수 없는 거야."
국내에 운영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만 약 200개.
언제 어떤 거래소가 폭탄 터지듯 공중분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지금은 '투자자 스스로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간다 김민찬입니다.
바로 간다, 인권사회팀 김민찬 기자입니다.
오늘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요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거래소라고 하면 돈이 오고 가니까 운영도 투명해야 하고, 보안도 철저해야 할 텐데요.
취재해보니,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무법천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요.
얼마나 엉망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로 갔습니다.
작년 11월에 문을 열었다는데, 지금 사무실엔 아무도 없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건물 관리인]
"딱 두 달 쓰고, 두 달도 안 썼어요. 개판이었어요. 사람도 없고요. 쓰지도 않았어요. 월세만 내고 갔다고 보면 돼요."
딱 두 달 사무실을 계약해 사용하더니, 어느 날 야반도주를 했다는 겁니다.
"직원들이 다 새벽에 짐 뺐다고 하더라고요. 도망간 것 같더라고요."
거래소가 문 닫으면서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졌습니다.
계좌에 넣어둔 돈과 가상화폐가 몽땅 날아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갑자기) '사업 접는다, 홈페이지 접는다, 결국에는 사업 자금이 없어서 문을 닫게 됐다' 난리가 날 거 아니에요."
이번엔 인천으로 갔습니다.
건물 두 개 층을 쓰는 가상화폐 거래소인데 아래층이 텅 비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 봤더니, 여기는 또 보안업체 직원이 막고 있습니다.
[보안업체 직원]
(안녕하세요. MBC에서 나왔는데요.)
"사전 약속하셨나요?"
사무실 여기저기에 있는 보안 요원들.
왜 저러고 있는 걸까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투자자한테 물어봤습니다.
[투자자]
"(출금을) 안 풀어줘서 오늘 대판 한판하려고 온 거예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 거래소를 통해 코인을 판 사람들한테 당연히 거래소에서 돈을 넣어줘야 하는데, 석 달 째 계속 안 주고 있다는 겁니다.
[김성환/피해자 대책위]
"'해킹을 당해서 출금해 주지 않고 있다 검수를 해야 한다'라는 명목하에 벌써 몇 개월간 계속 똑같은 말만…"
가상화폐 광풍 이후 우후죽순 거래소가 생겼는데, 상당수가 이런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한 마디로 코인이니 블록체인이니 이런 거 하나도 몰라도 아무나 다 거래소를 만들어 운영할 수 있어서입니다.
코인 개발하고 거래소 세우는 게 얼마나 쉬운지 저희가 직접 한번 해봤습니다.
일단 노트북 한 대 갖다 놓고, 코인 만들어 주는 사이트에 접속하면 준비 완료.
[김동은/암호화폐 개발자]
"쉽게 가상화폐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사이트인데 접속을 해서 클릭을 하시고…"
단 돈 2만 원 내고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MBC 코인이라고 이름 짓고, 몇 개를 얼마에 팔 건지만 정했더니 모두 끝났습니다.
코인 하나 만드는 데 20분도 안 걸렸습니다.
"총 1천 이더리움 가치의 'MBC 코인'이 만들어진 거고요."
이렇게 뚝딱 만들었지만, 테스트해보니, 실제 사고팔고, 전송하는 것까지 다 가능했습니다.
보물선 투자 사기 사건 취재하면서, 사기꾼들이 코인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다 이런 식이었던 겁니다.
[김동은/암호화폐 개발자]
"다단계 코인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든지 자신이 만든 코인을 팔고 싶은 사람들이라든지 그런 조금 악의적인 사용자에 의해서 많이 사용되는 편이죠"
그래도 거래소 세우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시장이 커지면서, 코인 제작부터 거래소 설립까지 통째로 대행해주는 업자들이 있었습니다.
턴키 계약하듯이 1억 원을 주면, 모든 걸 다 해주는 겁니다.
[가상화폐 컨설팅 관계자]
"패키지 1억으로 하고 (코인까지 만들어주는 건가요?) 코인까지 만들어주고, 백서까지 만들어주고"
가상화폐 핵심인 블록체인 기술 같은 건 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예 필요 없다고 답합니다.
[가상화폐 컨설팅 관계자]
"지금 당장은 그런 기술까진 필요 없어요"
아무나 가상화폐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습니다.
[거래소 투자 피해자]
"통신업만 내면 거래소를 차릴 수 있어서. 중소형 거래소 같은 경우에는 법인만 내고서 계좌를 발급하면은 그 계좌에다가 예치금을 받고…"
기술도 필요 없고, 심사도 필요 없고…
거래소들은 덩치 키우는 데만 혈안이 돼 15억 원짜리 강남 아파트에, 수억 원짜리 외제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투자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신규 거래소 관계자]
"마케팅 비용을 10억에서 20억 정도 책정 중인데, 그에 따라 벤틀리를 주든 람보르기니를 주든"
감시의 눈길도 없다 보니, 코인 가격 부풀리고 거래량 조작하는 일쯤은 비일비재하고,
[문주용/재테크 관련 저자]
"(거래소들이) 가짜 거래량을 만들어 내고 이런 식으로 해서 배당을 하루에 높게는 3%, 4%까지 줘요. 그런데 결국은 모든 코인들이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요."
처음부터 한판 크게 벌인 뒤 사라지겠다고 맘먹고 뛰어든 사기꾼들이 설쳐대고.
[신규 거래소 전 직원]
"(고객) 예수금에서 돈을 빼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10억 이상 뺐었을 거 같고요. 또 아파트가 2채라고 하면 최소 10억…"
결국 투자자만 빈 깡통을 찹니다.
"완전 무법천지에요. 거래소가 입출금을 안 해주는 경우가 사실 많거든요. 나는 돈이 필요해서 출금을 하겠다는 데 내 돈을 내가 찾을 수 없는 거야."
국내에 운영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만 약 200개.
언제 어떤 거래소가 폭탄 터지듯 공중분해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지금은 '투자자 스스로 알아서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간다 김민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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