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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무직 오늘은 '열차팀장'…"오늘만 무사히"

어제는 사무직 오늘은 '열차팀장'…"오늘만 무사히"
입력 2019-02-18 20:37 | 수정 2019-02-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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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작년 말, 강릉역 KTX 탈선 사고 때 확인했지만 객실 승무원은 유사시 응급 상황에 대처하면서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레일이 일반 사무직 직원 수천 명을 객실 승무원으로 대체 투입하고 있습니다.

    사전 교육을 시켜서 문제가 없다는 게 코레일 입장이지만 대체 승무원들 얘기는 다릅니다.

    "오늘도 무사히"가 아니라 "오늘만 무사히"라는 마음으로 열차에 탄다는 대체 승무원들의 속 이야기를 강연섭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에서 출발한 KTX 열차.

    감색 유니폼 차림의 열차팀장이 무전기를 들고 객실을 오갑니다.

    또 다른 기차의 열차팀장.

    역시 무전기를 들었지만, 옷은 조금 다릅니다.

    종착역에 내린 뒤 물어보니, 정식 승무원이 아니었습니다.

    입사 3년차 사무직 직원인데, 100시간 승무원 교육을 받고 일주일 전에 파견됐습니다.

    [대체승무원 A]
    "교육받고 (열차 탄 건) 지금 두 번째에요."

    열차팀장은 유사시 안내방송과 대피, 응급환자 구호 등 27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스스로도 불안하다고 합니다.

    [대체승무원 A]
    "(저희는) 100% 대응을 못하니까… 솔직히 이례 상황(사고)이 안 터지면 좋은 거구요."

    지난달 코레일 열차 승무원 주말 근무표를 보니 20명 가운데 15명이 대체 승무원입니다.

    1월 한 달 동안 3백 명 가까이 투입됐고, 지난 3년 기록을 보면, 사무직원 7천5백 명 정도가 승객이 많은 휴일에 집중 투입됐습니다.

    안전에 문제는 없는 건지, 코레일에 물어봤습니다.

    [코레일 관계자]
    "사전교육을 충분히 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전에는 큰 문제가 없는 걸로…"

    정작 열차에 타는 대체 승무원들 얘기는 다릅니다.

    [대체승무원 B]
    "승강문 취급이라든지 열차 출발시키는 업무에 국한해서 교육이 이뤄지고… 사고 상황에 대해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실제로 대체 승무원의 미숙한 대응으로 출입문이 열린 채 운행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2013년 대구역에선 대체 승무원의 잘못된 출발 신호로 열차가 추돌해 승객 20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김학경/철도노조 운수조직국장]
    "(대체 승무원들은) 문을 열고 닫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사실은. 운행중에 문이 열리면 며칠 교육받아서 알 수 있는 사항이 아니구요."

    코레일이 애초에 사무직 직원을 열차에 태운 건 노조의 파업에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코레일은 파업 때마다 외부에서 대체 인력을 데려다 투입했는데, 이게 문제가 되자, 3년 전 아예 사규를 바꿔 사무직 직원들을 교육시켜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업이 없는 평소에도 이런 대체 투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한 달 정도 파견이 끝나면 다시 본래 업무로 돌아가 밀린 일까지 처리하고 있습니다.

    [대체승무원 B]
    "원 소속의 업무도 하게 하면서 승무도 하게 하려고 편법을 쓰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근무하더라도 수당도 지급하지 않습니다."

    코레일은 이런 방식으로 매년 인건비 200억 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흥수/사회공공연구원 연구원]
    "땜질식 처방이거든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고 그걸 통해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게 철도공사의 기본적인 임무인데 이를 방기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불안하다는 대체 승무원들에게 승객의 안전을 맡겨야 하는 상황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나만 걸리지 말자 그런 생각이거든요. 고장이 나더라도 내가 타는 열차만 안 걸렸으면 좋겠다. 오늘만 무사히 타자…"

    MBC뉴스 강연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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