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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600'쪽 서류에…'밑지는 척' 탈세 '낱낱이'

[단독] '1600'쪽 서류에…'밑지는 척' 탈세 '낱낱이'
입력 2019-02-19 20:28 | 수정 2019-02-2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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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저희는 작년에 '당신이 뉴스' 코너를 통해 효성 그룹의 비리를 보도했습니다.

    효성의 중공업 부문에서 15년 동안, 영업직으로 일한 김민규 씨가 중공업 업계가 입찰 때 어떤 식으로 담합하는지 자백하듯 생생히 고발한 겁니다.

    [김민규/前 효성 영업팀 직원]
    "냅킨 위에 물량을 씁니다. 그걸 가위바위보 또는 사다리 타기로 해서 하나씩 가져가게…"

    이후 효성에서 쫓겨난 김씨가 저희를 찾아와 두툼한 서류를 건네 줬습니다.

    바로 효성의 탈세를 입증해줄 내부 자료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이걸 두달 넘게 세무 전문가와 정밀 분석한 결과, 광범위한 탈세 정황을 발견했고 분석 결과를 국세청에 넘긴 끝에 조사 4국이 효성에 대한 세무조사에 전격 착수했습니다.

    양효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공익제보자 김민규 씨에게 효성 내부 자료를 받은 건 지난해 11월입니다.

    효성그룹 전산망에 등록된 이 자료는, 거래처 이름과 거래 일시 등 40여 개 항목에 거래 기록만 7천 건, 1천 6백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양입니다.

    [김민규/전 효성 영업팀 차장]
    "계약서와 함께 결재를 받으면 수주 확정이 되는 거죠. 대표이사급이나 본부장급의 결재를 받아서 (입력한 자료입니다)"

    회계 부정을 가려내기 위해 전문가에게 분석을 맡겼습니다.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소득세와 법인세과장, 서울청 조사 1국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한 30년 경력의 조세 전문가입니다.

    두 달여간 모든 기록을 분석한 안 전 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원구/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이 자료를 보면 대기업이 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예요. 일반적인 대기업에서는 내가 알기로는 이렇게 하는 곳이 하나도 없다."

    효성의 이상한 거래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2009년 한국전력 대전발전처에서 효성이 수주한 3억 5천만 원짜리 계약.

    송전탑 자재를 납품하는 건데, 놀랍게도 원가가 무려 83억 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100원짜리 물건 하나 납품하는데, 2,500원이 든 셈입니다.

    손실률이 2천 4백%로, 24배를 손해 보면서 장사를 했다는 이야깁니다.

    원가 부풀리기로 보이는 거래는 또 있습니다.

    이번엔 2013년 4월 29일, 대우조선과의 계약 건.

    6억 4천만 원짜리 공사를 따내고서는, 원가는 11억 6천만 원이 들어갑니다.

    공사대금보다 돈이 두 배 더 들어 밑지는 게 뻔한데, 공사를 강행한 셈입니다.

    원가를 터무니없이 부풀린 사례는 이 자료에서만 17건이 발견됐습니다.

    [김민규/전 효성 영업팀 차장]
    "왜곡된 데이터가 발견이 됐을 때 저희가 보고를 하죠. 보고를 하면 위에서 (지시가) 내려옵니다. 임원급에서 '그거 그냥 통과시켜라'라고…"

    왜 일부러 손해를 보게 만들었을까.

    [안원구/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이익이 커지면 너무 많은 이익이 나서 문제가 생기니까 매출은 1이라면 원가는 300, 이런식으로 (이익을 줄이는 거죠.)"

    흑자폭을 줄여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일부러 원가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겁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같은 제품이라도, 공기업과 거래를 할 때는 매출과 원가가 껑충 뛴다는 것입니다.

    국세청은 효성의 이런 수법이 바로 업계에 만연한 '공사 담합'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 업체들끼리 서로 짜고 입찰을 하면 한 공사당 40에서 50%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되는데,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이익이 나면, 세금도 무거워지고 세무조사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다른 공사에서 원가를 부풀렸다는 설명입니다.

    [민경윤/시민단체 '플랜다스의 계' 집행위원장]
    "공기업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고 사기업들과 거래할 때는 정상적인 이익률을 취하는 패턴들을 계속 (보였습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약 두 달간의 내부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뒤 지난달 29일부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에 사건이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제계의 저승사자'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 4국은 대기업, 그중에서도 특별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공사 수주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리거나, 실체가 없는 거래를 만들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를 탈루한 혐의입니다.

    효성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부 자료만을 보고 판단한 오류"라며 "경영상 판단에 의해 손해를 보면서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도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탈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건 효성그룹 내 중공업 부문의 자료로, 전체 그룹 매출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또 2013년 5월까지의 기록만으로도 이상한 거래들이 다수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효성그룹 내 다른 부문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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