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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눈 감고 '제주 비자림'을 걷는다…트라우마 '싹'

[넥스트] 눈 감고 '제주 비자림'을 걷는다…트라우마 '싹'
입력 2019-02-23 20:35 | 수정 2019-02-2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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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가상현실, VR은 아직은 영화나 게임같은 오락적 성격이 강하죠.

    시각과 청각을 활용해 실제 현실같은 체험이 가능하다보니 인식 개선이나 심리 치유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VR의 세계를 이필희 기자가 소개합니다.

    ◀ 리포트 ▶

    장비를 머리에 쓰는 모습은 여느 VR 체험과 다르지 않지만, 앉아 있는 의자는 휠체어입니다.

    지체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을 VR을 통해 체험해보는 건데, 인도에 불법 주차된 차를 피하다 움푹 패인 보도블럭에 바퀴가 빠지고 편의점에 들어가다 휠체어가 계단같은 턱에 부딪칩니다.

    [구교준]
    "편의점을 되게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마음대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장애인들한테는 굉장히 힘들 수가 있겠구나…위험상황이나 돌발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VR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체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상근/덕양행신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사무국장]
    "안대를 끼고서 시각장애체험을 한다거나 이런 방식에서 거의 탈피하지를 못했었어요. 실질적으로 물리적인 환경에 제한이 있기 때문이죠."

    이같은 VR은 심리 치유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 여성이 가상현실 속에서 울창한 숲길을 걸어갑니다.

    민들레 홀씨가 눈 앞에 떠다니고, 새소리와 바람소리, 파도소리까지 들려옵니다.

    [김은아]
    "내가 정말 산 속에 있구나…나 혼자 나의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고…"

    제주도의 비자림이나 담양의 죽녹원 등을 가상현실로 구현한 건데, 일상의 답답함에서 벗어나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최석영/VR 심리치유업체 대표]
    "특히 자연의 사운드는 뇌파의 파형이 알파파로 변하게 되고요. 차분해지고 어떤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VR로 자연을 체험하는 공간은 최근 광주광역시에 문을 열었습니다.

    VR로 심리치유를 하는 곳이 이곳 광주에 먼저 문을 연 이유는, 5.18 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집단적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흥철씨는 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홍보 방송을 하다 군인들에게 끌려가 구타당하고 고문을 당했습니다.

    [이흥철]
    "그 때 상황이 눈에 자꾸 떠오르죠. (오늘 써보시니까 좀 편안해지십니까?) 예 좋은 것 같아요. 엄청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연 체험 수준의 VR 심리치유는 앞으로 정신과 치료와도 접목될 전망입니다.

    지금은 그림이나 심리극, 최면 등 상상을 통해 기억이나 죄책감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VR을 활용하겠다는 겁니다.

    [정찬영/광주 트라우마센터 자문의]
    "안전하지 않은 것을 큰 컨테이너 박스에 넣고 잠그는 그런 심상 기법같은 게 있어요. 그런 것들을 가상현실로 표현해볼 수도 있겠죠."

    가상현실 VR은 웃고 즐기는 수단을 넘어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마음속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필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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