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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세운 학교에…교가는 '친일파' 작곡

독립운동가 세운 학교에…교가는 '친일파' 작곡
입력 2019-02-26 20:15 | 수정 2019-02-26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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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친일 인사가 작사·작곡한 교가를 아직도 부르고 있는 학교가 서울에만 백 곳 넘게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독립운동가가 세운 학교에서도 친일 인사가 만든 교가가 지금껏 불리고 있고 일본군 출신 친일 인사를 칭송하는 내용의 교가도 있습니다.

    윤정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남강 이승훈 선생이 세운 서울 오산중고등학교.

    그런데 학생들이 부르는 이 교가.

    [서울 오산중·고등학교 교가]
    "네 눈이 밝구나 엑스빛같다. 하늘을 꿰뚫고 땅을 들추어"

    친일 문학가 이광수가 작사했습니다.

    독립운동가가 세운 학교 학생들이 친일파가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들이 세운 광주 광덕중고등학교 교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주 광덕중·고등학교 교가]
    "긴 역사 오랜 전통 정든 내 고장"

    이 교가 역시 일제 말기 '대일본의 노래' 등을 연주한 경성후생악단의 지휘자, 김성태가 작곡했습니다.

    [신흥수/광주 광덕중·고등학교 이사장]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선조들을 욕되게 해서는 안되겠다해서 TF팀을 구성해서 (교가를 바꿀 계획입니다)"

    친일파를 칭송하는 교가도 있습니다.

    [성남고 교가]
    "이 강산에 원석두님 나셔서, 배움길 여시니 크신 공덕 가이없네."

    여기서 원석두란, 서울 성남중고등학교의 공동 설립자인 친일 사업가 원윤수와 일본군 출신 김석원을 뜻합니다.

    교정에 있던 이들의 동상은 여론의 반발에 지난 2002년 사택 안으로 옮겨졌지만, 교가엔 여전히 남아 칭송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의 조사 결과, 서울에서만 113곳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친일파가 만든 교가를 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충북, 충남에서만 40여개 학교가 확인되는 등 친일파 교가는 여전히 전국 각지의 많은 학교에서 건재하고 있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교가는) 학교 주요 행사 때 매번 불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게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생각을 하는데요. 이광수 같이 친일 문학인이 만든 교가를 쓰고 있다는 것은 학교의 불명예이기도 합니다."

    교육계의 친일 잔재는 교가 뿐만이 아닙니다.

    서울 휘문고 교정엔 한일합방조약을 지지한 민영휘의 동상이 남아있고, 고려대학교와 중앙고등학교엔 친일인사 김성수의 동상과 기념관이 있습니다.

    [조연희/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장]
    "교육계에 남아있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그 가운데 역사를 바로 세우고 우리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교육을…"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에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조사와 행정 조치에 나서달라고 촉구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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