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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 조의명

[로드맨] 미세먼지가 바꾼 나라

[로드맨] 미세먼지가 바꾼 나라
입력 2019-03-09 20:30 | 수정 2019-10-0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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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영화가 그린 미래, 곧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서 더 뿌옇게 변한 하늘.

    미세먼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요?

    또 미세먼지에 대한 각종 대책들은 잘 시행되고 있을까요?

    이곳은 서울의 한 버스정류장입니다.

    일단 일반 정류장과 다르게 이렇게 바람이 나오는 구멍을 볼 수가 있고요.

    안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정류장 입구 쪽에는 외부공기를 차단하는 에어커튼도 설치가 돼있습니다.

    [정용복/시민]
    "공기도 정화되는 것 같고 여기가 따듯해가지고 좋아서 차 기다리는 동안 잠깐 앉았었어요."

    외부의 미세먼지 농도는 현재 210마이크로그램이 넘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정류장 안으로 들어와 보면 50마이크로그램 정도 떨어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조영기/서초구 교통행정팀장]
    "주요 간선도로변에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에 한 5개를 추가로 할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왔습니다.

    보통 아파트 천장에 에어컨 달린 모습들은 많이 보실 수 있는데요.

    여기는 이렇게 공기청정기도 달려있습니다.

    [최성주 팀장/GS건설]
    "어떤 건설회사가 가장 차별화된 공기정화 시스템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분야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관련한 고가 제품들의 판매도 크게 늘었습니다.

    [판매직원]
    (지금 여기 보면은 이런 거는 6백만 원이 넘습니다. 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그 전하고 비교를 해봤을 때 한 50%이상은 늘어난 상황입니다."

    [김화영/시민]
    "작고 저렴한 것들이 신뢰를 주지 못해서 더 좋고 비싸고 그런 걸로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살까? 살까? 하다가 아 사야겠구나."

    마스크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판매직원]
    (여기 8만 원, 14만 원 가격표 붙어있는데 마네킹 포함인가요?)
    "겉면만 14만원이고 필터를 별도 구매 하셔야 되고."
    (이렇게 다 하면 얼마예요?)
    "23만 5천원. (판매는)지난해에 폭발적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어요."

    하지만 정작 야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겐 남의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뛰세요?)
    "제가 긴장해서 그런가봐요."
    (마스크라도 끼고 일 하면 좀 나을 거 같은데.)
    "분류작업에서 계속 사람들하고 부대끼면 땀이 나거든요. 현장에도 끼고 일 하시는 분들도 100분 중에 한 2~3분 계세요."

    택배 가득 들고, 운송장 보고, 전화 받고…

    [택배기사]
    "네 방문할게요 807호요. 계속 전화가… 제가 쉰다고 해도 사실 누군가는 해야 되는 건데. 미세먼지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일용직 노동자, 야외 서비스직 종사자들 모두 상황은 비슷합니다.

    [야외에서 밥 먹던 일용직 근로자]
    (남들은 서로 밖에 안 나오려고 하는데.)
    "우리는 따로 나가서 식당에서 먹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여기는 63빌딩 옥상입니다.

    지금 뭐 하늘은 보시는 대로고요.

    강 건너 남산타워는 당연하고 이 가까운 곳에 밤섬이랑 국회의사당마저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삶의 질은 계속 떨어지고,

    [시민1]
    "저는 비염이 지금 원래 있는데 더 심각해져서…"

    [시민2]
    "(운동 삼아)3정거장 정도 전에 내려서 걸어다니곤 했는데 지금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외국인 관광객]
    "프랑스에선 이렇지 않아요. 거기도 대기오염이 있지만 이렇지는 않아요."

    아예 나라를 떠나겠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김민수 대표/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국회 발언)]
    "월급과 연금에 남편의 생명을 담보로 바꾸고 싶지 않았기에 지난주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환경 이민을 고려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심각한 미세먼지, 그런데 앞으론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울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미세먼지 배출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석탄발전소.

    우리나라에도 70여 기가 있긴 한데, 중국엔 무려 2900기가 넘습니다.

    인도를 뺀 세계 전체 굴뚝 수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지금 짓고 있거나 계획 중인 곳이 464기.

    서해바다를 끼고 우리와 마주보는 산둥반도 인근에만 120곳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 영향으로 대기정체, 즉 바람이 불지 않는 현상이 점점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큰 걱정거립니다.

    지난해 서울의 1년 평균 풍속은 초당 1.7m로 5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요.

    지난 100년간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세먼지 '농도' 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연구결과까지 공개됐습니다.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울산 태화강변인데요.

    이곳 미세먼지 농도는 35마이크로그램 정도로 같은 시각 서울의 3분의2 수준입니다.

    [최영란/시민]
    "중국에서 아무래도 서울이 가까우니까 대기 오염 같은 게 서울 쪽에는 더 심하지 않을까."

    그러나 의외로 이곳의 공기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역별로 미세먼지 농도가 10㎍/㎥ 오를 때마다 사망률을 나타낸 도표인데요.

    이곳 울산이 압도적으로 높고, 오히려 서울이 인천과 부산보다 낮습니다.

    이런 경향은 각 지역의 이산화황 수치 차이와 비슷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더라도, 화석연료의 소비가 많은 지역이면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종태/고려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일반인들이 미세먼지의 질적인 관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더 위험할 건지 안 할 건지는 측정 기계나 이런 걸 통해서 알기는 어려운 거죠."

    다시 말해 미세먼지 농도뿐 아니라, 공기의 질까지 따져야 할 상황.

    지난달부터 시행된 특별법이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곳은 특별법에 따라 노후 경유차를 단속하는 현장입니다.

    [안은섭/서울시 차량공해저감과 운영차 관리팀장]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발령이 됐을 때는 아침 06시부터 저녁 21시까지는(운행이 제한됩니다)."
    (팀장님 만약에요. 오다가. 이렇게 오다가 이렇게 들어오면 어떻게 돼요?)
    "아, 그런 차량까지는 저희가 단속을…"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일부분만 통제할 수 있는데다, 이마저도 애꿎은 서민만 잡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영복/꽃배달업]
    "모르고 운행 했다가 지금 저희 집에 10만원 이라는 과태료를 내라고 통지가 와가지고. 하루에 3~4만원 잘하면은 벌고 수입이 이런데 서울을 통제를 해 버리면 저희 같은 경우는 이제 나갈 수가 없으니까."

    매연 저감장치를 달겠다고 신청만 하면 과태료는 면제되지만,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저감장치를 다는 데에만 최소 몇 달이 걸리는 실정입니다.

    사상 처음 일주일 연속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서, 대책의 강도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먼저 국회는 미세먼지를 지진, 홍수와 같은 '재난'으로 규정하기로 했습니다.

    대응 강도도 올라가고 대비책 마련 예산도 더 배정되겠죠?

    정부는 올 봄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의 90%를 일시 가동중단하고, 공공기관 차량 2부제 같은 차량 운행제한도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애써봐야 중국에서 바람 불어오면 다 소용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생각 하실 분들 많을텐데요.

    중국과 외교적으로 풀어가는 게 중요한 건 맞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금도 한 쪽에선 미세먼지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다른 쪽에선(외교부) 근거 있냐며 모르쇠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요.

    이런 중국의 태도를 뒤집기 위해선, '우리는 이만큼 노력하는데 너희는 뭘 하고 있냐' 따끔하게 주장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저감 대책을 우리가 먼저 시행하고, 중국에도 그만큼 하라며 유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죠.

    미세먼지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갈수록 탁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대책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미세먼지 관련 법안이 50여 건이나 통과되지 못한 채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 미세먼지의 궁극적 원인은 뭔지, 또 해결책은 없는 건지 로드맨이 계속 추적하고 답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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