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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숨 쉴 수 있을까"…몸보다 '마음' 먼저 무너져

"계속 숨 쉴 수 있을까"…몸보다 '마음' 먼저 무너져
입력 2019-03-14 20:45 | 수정 2019-03-1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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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울분 장애를 호소하는 피해자가 66%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는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으로 보고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보도에 윤수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활약했던 안은주 씨는 폐가 굳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4년 전 폐 이식을 받았지만 거부 반응 탓에 다시 병원에서 산소통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무심코 썼던 가습기 살균제가 원망스럽습니다.

    [안은주/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눈을 뜰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아, 다시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10년 가까운 투병 생활 동안 빚만 수억 원을 져야 했습니다.

    [안은주/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남동생이 자기 집을 또 은행에 맡겨서 마이너스 1억 5천 통장을 내줬어요, 저한테요."

    11년 전 급성 폐렴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최주완 씨는 집에서 쓰던 가습기 살균제를 아직 갖고 있습니다.

    아내의 억울한 죽음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생각에 극단적인 행동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최주완/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습기 살균제 통을) 여기다 숨겨놨는데 칼로 난도질도 해보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심각한 정신적 피해 실태가 처음 공개됐습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피해 가정 100가구, 202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성인 피해자의 66%는 이른바 '외상 후 울분장애'(PTED), 즉 좌절과 자책감에 시달리는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는 성인 피해자는 10명 가운데 3명이었고 직접 시도해 본 피해자는 11%에 달했습니다.

    일반 사람들에 비해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치입니다.

    [유명순/서울대 보건정책관리학 교수]
    "부당한 일을 겪었는데 그것을 지켜주는 신념이 유지되지 못할 만큼 상처받고 붕괴 되면 그 반응으로써 울분 감정이…"

    신체적 피해 정도도 예상보다 컸습니다.

    그동안 부각 됐던 폐질환 외에 호흡 곤란이나 코 질환, 두통, 수면장애 등이 새롭게 보고됐습니다.

    특조위는 이번 사태의 특수성을 고려해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이란 개념을 도입해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윤수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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