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준희

[당신뉴스] 하루 '2번'만 열리는 길…누군가에겐 '낭만'이지만

[당신뉴스] 하루 '2번'만 열리는 길…누군가에겐 '낭만'이지만
입력 2019-03-16 20:28 | 수정 2019-10-07 15:13
재생목록
    ◀ 앵커 ▶

    네, 시청자의 제보로 만드는 당신이 뉴스입니다.

    지금 보시는 곳이 하루 두 번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인데요.

    물 위로 떠오르는 이 바닷길을 보기 위해 한 해 20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요.

    그런데 정작 제부도 주민들이 이 바닷길을 없애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이준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전봇대가 물속에 잠겨 절반만 몸을 내놓고 있습니다.

    잠시 후 바닷물 한가운데 가느다란 선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2차선 도로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루에 두 번만 물 위로 떠오르는 도로, 경기도 화성 제부도의 명물 '바닷길'입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생기는 자연현상인데,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보기 위해 한해 200만 명이 몰려듭니다.

    [이수아/경기 부천시]
    "도로가 생기면서 차도 다니고 물이 또 채워지면 바다가 되고 그게 너무 멋있고 신기해서…"

    하지만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 바닷길이 애물단집니다.

    하루에 딱 두 번만 육지로 나갈 수밖에 없으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건데요.

    아이들 공부를 시키고 싶어도 물때를 맞춰야 하다 보니 학원 보내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원슬기/학부모]
    "물때가 항상 일정하지 않고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느 날은 (학원을) 갔다가 또 어느 날은 집에 오지도 못하고 밖에서 또 기다려야 되고 이런 상황도 생기고요."

    아이가 있는 가정은 하나둘 섬을 떠났고, 제부도의 초등학교는 지금 사실상 폐교상탭니다.

    응급상황은 더 심각한데요.

    섬에 소방차 한 대가 있긴 한데, 용량이 적어 큰불은 끄지도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불이 나도 집이 모두 타는 경우가 다반삽니다.

    [전유라/화재 피해자]
    "물때가 닫혀서 (소방차) 지원이 못 와서 지원이 왔을 때는 이미 다 연소가 되고 이미 불씨도 다 꺼진 상태였고 뭐 다 탔죠 이미…"

    지난해 10월에는 심장마비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유가족]
    '왜 사람들이 안 와요? 빨리빨리 와요' 그랬더니 두 사람이 갈 거래요. '아니 (구급)차가 와야죠' 그랬더니 물길이 막혔다는 거예요. 6시 넘어야 물길이 열릴 거라고 그러더라고요."

    주민 1천 명이 살고 있는 제부도에 상주하고 있는 의료진은 간호사 한 명.

    간호사가 퇴근하거나 주말에는 그마저도 없습니다.

    밀물 때 밖으로 나가려면 배를 급하게 수소문해서 여기서 3km 떨어진 전곡항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언제든 통행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대책위원회까지 꾸렸는데요.

    현재 바닷길을 높여서 밀물 때도 다닐 수 있게 하든지, 아니면 옆에 별도의 다리를 놔달라는 겁니다.

    [최광수/제부도 주민대책위원장]
    "자유롭게 통행을 하면서 오는 손님들도 자유롭게 제부도를 와서 즐기다 가실 수 있는 그런 길로 해서 제부도가 오히려 더 활성화될 수 있는…"

    하지만, 관광객들은 또 생각이 다릅니다.

    [조민호/제부도 관광객]
    "제 입장에서는 지금처럼 (물길이) 두 번씩 열리는 게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불편함이 더 추억이 될 수 있지 않나…"

    [김태형/제부도 관광객]
    "이 관광명소만의 특이점이 사라지는 거기 때문에, 살고 계신 분들이 좀 불편하더라도 그런 점을 부각해서 그냥 관광객을 유치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지자체인 화성시도 주민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낭만도 중요하지만, 실제 섬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고려해 달라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