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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봐도 '건성건성'…부모가 눈 부릅떠야 하나

CCTV 봐도 '건성건성'…부모가 눈 부릅떠야 하나
입력 2019-03-18 19:58 | 수정 2019-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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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린이집은 국공립이든 사립이든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습니다.

    지난 2015년 1월이었죠.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무자비한 아동 학대가 폭로가 되면서 그동안 네차례나 무산됐던 어린이집 CCTV 설치가 법령화됐는데요.

    실제로 어린이집 CCTV 설치가 의무화된 뒤로 아동학대 적발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CCTV가 설치됐다 하더라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지난주에 연속으로 보도해드렸던 경북 구미 어린이집 사건처럼, 검찰과 경찰이 누락한 CCTV 아동학대 정황들을, 학부모들이 직접 일일이 찾아내야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건데요.

    박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의 한 어린이집 식사시간.

    보육교사가 아이의 뒷통수를 쳐 얼굴을 식판에 부딪히게 합니다.

    이번엔 아이의 간식을 빼앗더니 그릇 안에 손가락을 넣어 휘저은 뒤 강제로 먹이고 등을 때립니다.

    아이의 수저를 잔반통에 버린 뒤 아이에게 손을 넣어 꺼내게끔 강요하는가 하면 아이 뒤통수를 때리고 나서 주먹으로도 폭행합니다.

    CCTV를 꼼꼼히 보고, 이 학대 장면들을 추가로 찾아낸 건 학부모.

    애초 경찰과 검찰은 이 어린이집 CCTV를 자기들끼리만 본 뒤 98건의 학대행위에 대해 기소했고, 교사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았습니다.

    이후 학부모들은 민사재판에 필요하다며 요청해 경찰로부터 CCTV를 받았는데, 직접 틀어본 CCTV는 충격이었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건 외에도 심한 학대 장면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부산 피해 아동 부모]
    "1시간에 (학대) 1건이 공소장에 올라가 있었는데, 그 1시간 안에 다른 아이들이 여러 번 학대를 당한 걸 다 놓치고 있었던 거죠."

    학부모들은 170건을 더 찾아내 항의했고, 결국 검찰은 이 가운데 110건의 학대에 대해 추가 기소했습니다.

    자신들의 수사가 부실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겁니다.

    [부산 피해 아동 부모]
    "경찰들이 인력이 많으니까 잘 보실 거라 믿고 맡겼는데... 전수조사도 안 되어있고... 경찰들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밖에 못 찾아냈더라고요."

    최근 MBC가 잇따라 보도한 경북 구미 어린이집 아동학대건도 마찬가지.

    구미경찰서는 두 어린이집 학대에 대해 형사사건도 아닌 아동보호사건으로 가볍게 처리했지만, MBC가, 경찰이 누락한 심각한 아동학대가 훨씬 더 많았음을 보도하자,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학대 아동 부모]
    "'내부 방침이라서 CCTV를 줄 수 없다. 수사 중인 사건은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경찰이) 너무 강하게 말씀을 하셔서.. 그때 더 강력하게 요구했었어야 됐는데 시기를 놓친 거죠."

    부실 수사의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과 부모의 몫입니다.

    [아동 학대 피해 부모]
    "직장도 그만두고 2년을 가까이… 처음에 초기에 제대로 저희가 알았으면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지도 않았을 거고…"

    전문가들은, 검찰.경찰의 인권 감수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검경이 CCTV를 꼼꼼히 보지 못할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공개하라고 말합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영상 열람실을 만들어서 부모들이 찾아내게 해야 되는 거죠. 경찰들은 그것만 다시 확인하면 돼요. 그게 정말 학대인지, 아닌지를."

    아무리 충격적인 학대 장면이 공개돼도 달라지는 게 없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없는 한, 부실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 그리고 이를 비웃는 잔인한 학대는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박재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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