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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학교 2곳 '초치기'…"석면 없는 걸로 합시다"

하루 학교 2곳 '초치기'…"석면 없는 걸로 합시다"
입력 2019-03-19 20:12 | 수정 2019-03-1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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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어제, 엉터리 석면 지도가 확인된 전국 4백개 학교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그 위험성을 보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누가, 어떻게 조사했길래 엉터리가 수두룩한 건지 짚어보겠습니다.

    조사는 시료 채취부터 합니다.

    석면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손톱만한 크기로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분석합니다.

    그 조사 결과를 도면에 옮겨놓은 게 석면 지도인데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인증한 석면 조사업체가 맡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실태를 먼저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1월에야 석면지도를 고친 서울윤중초등학교.

    본관 지상층 전부에서 석면이 추가로 확인돼 빨갛게 칠한 석면 면적이 1천 ㎡ 넘게 늘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엉터리 지도와 고친 지도를 비교했더니 수상한 점이 나타납니다.

    올해 고친 지도를 보면 4학년 1반 천장 한 곳만 시료를 떼어냈는데도 석면이 나와, 같은 자재로 된 교실 전부를 빨갛게 빗금 쳤습니다.

    반면 엉터리 지도 때는 403, 407, 교실 두 곳이나 조사했는데도 석면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조사업체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H 석면 조사업체 직원]
    "수업을 하는데. 막 이거 뜯어보고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복도에서 뜯어가지고 (추정했습니다.)"

    석면이 없는 복도를 조사한 뒤, 눈대중으로 교실도 그렇다고 했다는 겁니다.

    조사를 건너뛰고 빼먹기도 했습니다.

    [H 석면 조사업체 직원]
    "문이 (잠겨)있으면 못 보잖아요. 알 수가 없잖아요. 주로 시청각실이라든지, 창고… 못 봤으니까 석면이 있는 걸로 해요."

    이 업체는 윤중초등학교 뿐만 아니라 경복, 등서, 대영, 방화, 송화초등학교 등 26개 학교 석면 지도를 무더기로 잘못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H 석면 조사업체 직원]
    "사람이 하는 일이라 100% 완벽하질 않아요. 착각할 수도 있고 한꺼번에 많이 하다보면은…"

    한꺼번에 많이 조사하느라 오류를 냈다는 건 다른 업체들도 똑같이 하는 소립니다.

    울산에서만 옥동초등학교 등 31개 학교의 석면 지도 오류를 낸 업체.

    [A 석면 조사업체]
    "하루 만에 두 개 학교를 해야 되는 상황이다보니까… 급하게 좀 하다보니까 놓쳤을 수도…"

    서울에서만 26개 학교 오류를 낸 업체.

    [B 석면 조사업체]
    "샘플링(표본조사)을 촘촘히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면 누락되는 게 있고…"

    인천에서만 엉터리 지도 25개를 작성한 업체.

    [C 석면 조사업체]
    "시료도 많고 학교도 많잖아요. 그러다보니까 혼선이. 정리를 하다 보면 또 헷갈려 버리잖아요."

    2012년 4월 석면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3년 뒤인 2015년까지 석면 조사와 지도 작성이 의무화됐습니다.

    학교는 2만 개가 넘는데, 조사업체는 2백 개 정도인 상황.

    교육청별로 석면 조사업체와 맺은 계약서를 보면 60일(충남), 118일(울산), 150일(광주) 등 몇 달 만에 학교 수백 개씩 조사하는 조건이라 엉터리 지도는 예견됐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OO교육청 공무원]
    "(교육부에서) 빨리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거죠… 어쨌든 법에는 맞춰야 되니까 그래서 최대한 빨리하려고 한 거죠."

    석면 지도 작성 기준과 방법을 어기면 2천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업체에 책임을 물릴 수는 없습니다.

    [환경부 공무원]
    "처벌 조항 같은 경우는 최근에 들어온 거라서요. 소급해서 저희가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 석면 지도를 만든다고 업체들이 받아간 예산은 모두 120억 1,700만 원입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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