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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원인은 천재지변 아니었다…고압으로 물 쏘자 단층 '꿈틀'

포항 지진 원인은 천재지변 아니었다…고압으로 물 쏘자 단층 '꿈틀'
입력 2019-03-20 19:37 | 수정 2019-03-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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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진' 하면 통상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지각의 자연스러운 뒤틀림, 요동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인간의 힘으로 강력한 지진을 일으킬 수는 있고 그게 바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두번째 크기였던 규모 5.4의 강진이었다는 사실이 1년 간에 걸친 정부 조사단의 연구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진앙 근처에서 건설 중이던 '지열 발전소'가 포항 지진을 일으켰다는 겁니다.

    오늘 뉴스 이 문제를 심도있게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열 발전소가 무엇이고 대체 어떻게 지진을 일으켰다는 건지 정진욱 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 리포트 ▶

    지열발전소는 땅의 지열로 물을 끓여 발전합니다.

    땅속에 물을 집어넣으면 150도가 넘는 지열이 물을 끓이고, 이렇게 끓인 물로 전기를 만듭니다.

    그런데 물을 집어넣기 위해 지하 4킬로미터 깊숙히 찔러넣은 구멍인 '주입정'이 화근이었습니다.

    주입정을 박은 곳이 하필이면 지진을 일으키는 힘의 근원인 단층의 속살이었습니다.

    그것도 죽은 단층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단층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쉐민 게/교수·해외 조사단]
    "활성 단층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 단층은 지질도에 나와 있거나 학계에 알려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곡강단층'이라고 불리는 이 단층은 포항 지하에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열발전소의 주입정이 이 단층대를 건드리는 바람에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여기다 땅 속에 주입한 수영장 5개 분량의 물과 용액은 단층대 사이로 파고들어 윤활유 역할을 했습니다.

    이 윤활유는 화가 나서 꿈틀대는 단층이 더 쉽게 힘을 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습니다.

    자연지진이 아니라는 조사단의 증거는 차고 넘쳤습니다.

    지열발전소가 없었다면 2017년 포항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게 조사단의 최종 결론입니다.

    [이강근/교수·정부조사연구단장]
    "결과적으로 (지열발전소)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되어… 포항 지진이 촉발되었다… "

    지열발전소가 단층을 자극해 규모 5가 넘는 큰 지진이 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습니다.

    포항지진은, 이전 최고 기록인 스위스의 지열발전소가 일으킨 규모 3.4 지진보다 1천 배나 더 강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포항 지열발전소가 많은 에너지가 쌓인 위험한 단층대에 건설돼, 비교적 작은 충격도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정진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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