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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빵] 불 꺼진 오페라 무대 뒤…"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장미와 빵] 불 꺼진 오페라 무대 뒤…"최저임금도 못 받는다"
입력 2019-03-21 20:17 | 수정 2019-03-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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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저희는 오늘부터 문화 예술인들이 정당한 임금 대신 열정만 착취당하고 있는, 이른바 '열정 페이'에 대한 연속 기획을 시작합니다.

    우리 삶에는 아름다운 '장미'도 필요하지만 생존을 위한 '빵'도 필요하다는 뜻에서 '장미와 빵'이란 제목을 붙였습니다.

    "돈을 바라고 노래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화려한 오페라 무대에서 합창을 부르는 한 젊은 성악가가 SNS에 올린 글입니다.

    '장미와 빵' 첫 순서로, 화려한 무대 뒤로 가려진 오페라 합창계의 현실을 짚어 보겠습니다.

    홍신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여성 4인조 팝페라 그룹의 공연 영상입니다.

    4개월 동안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그룹을 만든 오페라합창단 단장에게 최소한의 교통비와 식비를 요구했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오페라합창단 단장과 대화 내용]
    "맨날 하는 얘기가 있잖아. 떼돈 벌려고 오페라 하려면 하지 마라. 할 수가 없다."
    (떼돈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차비도 안 나오는데…)

    더이상 공연을 못하겠다고 하자 단장은 다른 활동까지 방해했습니다.

    [팝페라 그룹 멤버]
    "(단장이) 다시는 오페라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 자기를 악덕 업주로 만들었다고… (다른 오페라단에도) 걔네 이런 애들이니까 쓰지마라…"

    단장은 오히려 자기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합니다.

    [오페라합창단 단장]
    "어쨌든 옷은 한 번 해줬고, 다른 친구들도 생활이 다 어렵지만 자기네들이 아르바이트하고 다른 거 하면서 그것(공연)도 하고 다 해요. 제가 어떻게 걔네 생활까지 보장해줄 수 없잖아요. 저도 힘들어요."

    이건 하나의 사례에 불가합니다.

    합창단원으로 활동 중인 성악가들에게서 받은 오페라 연습 일정입니다.

    한 달을 매일같이 연습에 매달리고 무대에 섰을 때 받는 돈은 회당 11만 원.

    연습료는 따로 없습니다.

    시급으로 계산해보니, 7천3백원.

    올해 최저 임금인 8천350원에도 못 미칩니다.

    회당 9만원, 7만원 받는 공연도 많습니다.

    [성악가 A]
    "일용직 일하면서 돈 받아서 그거 가지고 (공연) 연습하고 밥먹고 다니면서 차비하고…"

    [성악가 B]
    "공연 끝나고 열시, 열한시에 대리운전도 하고…"

    이마저도 체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악가 C]
    "5월에 공연을 했는데 7-8월을 돈이 없이 버티고 9월에 돈이 들어온 적이 있거든요. (다 받아도) 40만원이었는데…"

    무대에 계속 서기 위해서는 독촉할 수도 없습니다.

    [성악가 E]
    "일개 합창단이 어디에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하냐고 그러신 거에요. 어디 주제넘게 전화를 해서 돈을 달라고 하냐…"

    [성악가 F]
    "너희들 돈 벌려고 하는 거 아니잖아 (이러는데)… 다음 번에 나를 안 불러주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에 못 나서고…"

    국립과 시립, 민간 오페라단까지 국내에 있는 오페라단은 150여 곳.

    합창단원을 전속으로 고용해 임금을 주는 곳은 없습니다.

    [성악가 D]
    "'일 있습니다 모이세요' 해서 사람들을 막 불러 모으고 '일 끝났어요. 가세요' 그리고 다음 번에 또 똑같이 '일 생겼습니다. 모이세요' 이런 식으로…"

    그나마 있던 국립오페라합창단도 해체됐고, 시립오페라단마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열악한 민간오페라단이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인건비는 더 낮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대균/공공운수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장]
    "정말로 싼 가격에 진짜 효과 극대화할 수 있는게 그런 비상임합창단이었거든요. 그렇기때문에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졌어요."

    국립오페라단은 이제서야 실태를 조사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상화/국립오페라단 홍보팀장]
    "국립오페라단과 합창단원 개개인간의 계약하는 방식도 있을 거고요. 연습료가 추가적으로 나간다던지… 개선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평균 1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되는 화려한 오페라 무대.

    그 이면에는 최저임금도 안되는 돈 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수많은 성악가들의 눈물과 한숨이 있었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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